누구 없는가 ....예 !

2010. 3. 21. 09:30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선불교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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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없는가 ....예 !

 

 

 

토굴 밖에 춘설이 내린다. 바람 한 점 없는 곳에 내리는 눈이 분가루 같아 메마른 가지를

뽀얗게 감싸준다.

비 오는 날은 공치는 날이라던데 눈오는 날은 무엇일까.... 할 일 없어

어느 분이 보내준 시집을 이미 읽었지만,

‘당신을 만나서 행복합니다.’ 라는 책 제목을 다시보고 접어두었던 페이지를 펼쳐본다.

 

쏟아지는 빗줄기 사이로

언뜻

가을 눈매를 보았어요

바람이 툭 치고

돌아보며 갑니다.

 

‘처서處暑’라는 아는 분의 시다.

근자에 박 원자 작가님이 정리한

종정 스님의 ‘누구 없는가’ 라는 단정한 책을 읽고 느낀 소감이 나에게는

‘언뜻 가을 눈매’ ‘바람이 툭 치고’ 간 느낌이라 이 시가 거듭 생각난 것이다.

동진 출가 하셔서 그리운 모성을 가슴에 안고 한 평생 외길로 정진하신

한 수행자의 의연한 삶의 궤적을

편집자는 평범하면서도 자연스런 필력으로 묘妙를 감추어 둔 듯 써나갔다.

 

특별하지 않는, 정석대로 살아온 수행자의 표본이랄 수 있는

삶이 한편으론 비정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전편을 흐르는 속눈물은 모성을 그리는 마음에서

사랑의 방식이 한 가지가 아님을 특별하게 시사해 주었다.

초지일관 자신의 질서에 충실한 정확한 삶에 사람 냄새가 아쉬웠지만,

그것이 한 수행자를 큰 사람을 만든 방식이 아니었나 생각하니

난행고행이 따로 없다는 마음이 들었다.

수행자가 본분에 충실할 때 따라오는 덤으로는 최고의 자리에 이르셨지만 개의치 않으시고

하나의 개個 로서 존재하시는 모습, 평범함 속에 비범함을 지니신 어른.

 

사실 나는 큰 스님을 딱 한번 뵌 것이 금생의 인연이다.

어느 선원의 개원식에 오셔서 법문 하시던 자그만 체구에 당찬 모습,

흔들림 없는 고요한 분위기가 모두였다.

직접 인사드릴 기회도 없이 떠나셨기 때문에 눈길도 마주친 적이 없다.

 

이후로는 조계종에 종정스님이 계신지 아니 계신지 모를 정도로 존재감이 희박하신 분

누가 법정스님 책인 줄 알고 샀다가

법전스님이 종정 스님인 줄 알았다는 에피소드도 있듯이 그런 분이다.

 

옛날이야기에, 왕이 미복을 하고 시정에 나가서 임금님 이름을 물어보니

백성들이 잘 아는 지라

더욱 백성들이 편하도록 애를 쓴 연후에 다시 미행을 했다.

전과 달리 왕이 누군지를 모르는 것을 보고 안도했다는 말이 있듯이,

절집안의 가장 높은 자리에 거하시는데도 세상 사람이 잘 모르는 스님,

당신의 질서에 침잠하신 스님,

그냥 선객으로 사시는 스님 ....

 

근자에 읽은 종정스님의 자서전으로 선객의 전형을 보는 듯 모범을 배우면서

다시 중노릇을 생각해 본다.

큰 스님의 속 살림을 챙겨서 보여주신 원철스님과 승진행 보살님께 감사드리면서,

어른스님께서 오래도록 이 세상에 머무시도록

보현행자의 십대 원왕중에 청불주세원請佛住世願을 발發 해본다.

 

 

지금도 밖에는 눈이 오는데 인기척이 있어 내다보니

국립공원 지소에 근무하는 직원 셋이 찾아왔다.

차를 다려 주면서 담소하다보니 직업은 나와 달라 하는 일이 다르지만

산에서 자연을, 절을, 스님을 늘 만나던 사람들이라

화제의 코드가 맞아 대화가 즐거웠다.

 

그들이 가고 나서도 역시 눈은 새하얗게 내리고 있다.

내 토굴이 아련하다.

 

그 누구 없는가

....... 예 !

 

 

연암 토굴에서

도현 합장

 멋진 화가가 그려낸 풍경이지요^^ 

      사랑을 지켜주는 마음 참된 사랑이란 사랑을 얻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바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얻고 난 이후에도 변함 없이 자신의 모든것을 다 바칠 수 있는 것입니다. 가끔은 혼자서 생각해보곤 합니다. 사람들이 처음 사랑을 얻기 위해 노력했던 정성, 그 정성을 사랑하는 동안 내내 잊지 않고 살아 다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별은 별로 없을거라고, 변함없이 사랑한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입니까? 그렇습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마음먹는 것은 어쩌면 큰 어려움은 아닐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 맹세를 지켜 나가는 것은 끊임없이 상대방을 배려하는 노력을 필요로 하는 일입니다. 사랑에 있어서는 처음의 결정을 내리는 문제보다 더더욱 중요한 것이 그 다음에 계속되는 마음과 행동인 것입니다. 참된 사랑은 나의 감정, 나의 상황을 우선하지 않는 법입니다. 그것이 어렵고 힘든 길이라도 우리는 변함 없는 사랑의 길을 걸어가야만 합니다. 그것은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며 많은 인내를 필요로 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어렵고 힘듦에도 불구하고, 변함없이 사랑하는것 그것은 당신의 사랑이 녹슬지 않도록 만드는 가장 확실한 마음이 되어 줄 것입니다. - 좋은글 중에서-

       

       

  통도사에 홍매화가 피는날에 영축산 자락은 성고대로 하얀옷을 입었습니다 산정은 겨울이지만 절집 앞 뜰은 봄기운으로 가득합니다 

 

  피언난 꽃망울이 참 곱습니다 너무 늦은 시간이라 화려하게 그려내지 못함이 아쉽네요

 

 

 

 

 

 

통도사 홍매화 피던날─ 까치놀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