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3. 21. 22:13ㆍ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선불교이야기
하나 아닌 하나
마음 달 홀로 둥글어 그 빛이 삼라만상을 삼키도다.
광명이 경계를 비치지 않고 경계 역시 있는 것이 아닌데,
광명과 경계가 모두 없어지니 다시 이 무슨 물건인가.
心月孤圓 光呑萬像 光非照境
심월고원 광탄만상 광비조경
境亦非存 光境俱亡 復是何物
경역비존 광경구망 부시하물
- 반산보적(盤山寶積)
불교를 좀 아는 사람이라면 모두들 좋아하는 게송이다. 이런 게송을 보면 달리 해설을 하지 않고 본문 그대로 읽고 있는 뜻을 그 나름대로 짐작하고 느끼지만 그것을 글이나 말로 표현하려고 하니 제대로 표현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와 같은 좀 거리가 있는 해설이라도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약간의 안내역할이 될지 의문이다.
마음을 달로 표현한 글들이 많다. 그런데 이와 같이 네 글자로 표현한 것으로는 압권이다. 이 달은 하늘이 있고 구름이 있고 별이 있고 산이 있고 강물이 흐르고 하는 아름다운 풍경 안에서의 달이 아니다. 오로지 이 달 하나뿐이다. 그래서 이 마음 달 하나만 둥글게 떠 있다. 그 빛이 모든 천지만물과 삼라만상들을 다 머금어버렸다. 하나가 되었다. 하나가 되니 굳이 하나라고 할 수도 없다.
달빛은 무엇을 비추는 일도 없다. 빛을 받을 경계가 다 사라졌기 때문이다. 오로지 하나 아닌 하나다. 빛과 그 빛을 받을 경계가 사라졌기 때문에 그것을 무엇이라고 이름 붙일 수가 없다. 그것이 무엇인가? 거기에는 언어가 다 끊어지고 숨도 멎고 마음도 멎었다. 이 불경(佛境), 이 선경(仙境)을 어떻게 이해하며 무엇이라고 설명할 것인가.
출처 : 무비 스님이 가려뽑은 명구 100선 ③ [무쇠소는 사자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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