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3. 23. 20:29ㆍ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선불교이야기
하늘과 땅을 꿰뚫는 안목
구름 걷힌 가을하늘의 달이 못에 비치니
차가운 빛이 끝이 없음을 누구와 더불어 이야기하랴.
하늘과 땅을 꿰뚫는 안목을 활짝 여니
큰 도가 분명하여 참구할 게 없도다.
雲捲秋空月印潭 寒光無際與誰談
운권추공월인담 한광무제여수담
豁開透地通天眼 大道分明不用參
활개투지통천안 대도분명불용참
- 예장종경
금강경에서 “일체의 성현들은 모두 무위법으로서 차별을 만들어 내었다.”라는 구절에 종경 스님이 착어를 한 글이다.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성현들이 출현하여 모든 사람들을 위해서 갖가지의 가르침을 남겼다. 그 가르침들은 사람들의 수준과 근기를 따라 가지각색이다. 한결같지 않다. 다르다. 차별이 있다. 그러나 진실한 법은 그와 같이 차별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사람들의 근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금강경에서는 한 가지의 무위법(無爲法)을 가지고 차별하게 가르쳤다고 하였다. 무위법이란 큰 도다. 큰 도는 온갖 가르침에서 나열한 것처럼 6바라밀을 닦아야 된다거나, 4제 8정도를 닦아야 된다거나, 37조도품을 닦아야 된다거나, 기도를 하며 참선을 해야 된다거나 하는 조건이 없다. 참구함을 쓸 일이 없다. 공덕을 쌓을 것이 없다. 작은 도는 그와 같은 일이 필요하지만, 큰 도는 하늘과 땅을 꿰뚫는 눈만 뜨면 된다. 한 순간에 아는 일이다. 그래서 영가 스님의 증도가에서도 “부처가 되기 위해서 공을 쌓은들, 그것이 언제 이루어 질 것인가?”라고 하였다.
그와 같은 높고 깊은 경지를 누구와 더불어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맑은 가을 날 내리던 비는 멎고 구름은 환하게 걷히었다. 마침 떠오른 보름달은 연못에 떨어져 있다. 공기는 차고 맑다. 큰 도는 본래 아무런 조작이 없어서 그 맑고 적정함을 조금만 그리자면 이러하다. 시절 인연을 따라 저절로 그러한 모습일 뿐이다. 그러나 이 정도의 운치라도 누구와 함께 더불어 말할 이 없다.
출처 : 무비 스님이 가려뽑은 명구 100선 ③ [무쇠소는 사자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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