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에서의 천일 기도 회향을 앞두고

2010. 4. 1. 21:37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발심수행장·수행법

728x90
 
 
수행

 

 

수행은 생각으로 하지 않고 알아차림으로 하며

지식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지혜로 한다.

 

수행은 머리고 하지 않고 노력으로 하며

맹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믿음을 가지고 한다.

 

수행은 들뜬 마음으로 하지 않고 집중하는 마음으로 하며

수행의 목적은 오직 번뇌를 부수고 행복을 얻는 것에 있다.

 

 

 

귀의삼보하옵고

 

오늘 염불선 천일 수행기 게시판에 들어가보니 천일기도 회향 이틀을 앞두고 있습니다.

천 일 이라는 시간이 너무도 빨리 흐른 것 같습니다.

내일 모레 회향을 앞두고 마음이 착잡합니다.

평소 천 일 기도 한 번 여실하게 해봤으면 하고 기다렸었는데,

결과적으로 정진을 충실히 하지 못한 채 회향을 앞두고 있습니다.

시작할 때에도 이런 저런 이유로 분주한 채

입재를 맞은 것 같은데 회향 때도 마찬가지인 걸 보면서

결국은 모든 일이 밖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내면에 있음을 다시 깨닫습니다.

 

 

2006년 11월 해인사 원당암에서 입재식을 갖고 철야정진을 한 다음,

종정스님이 계시는 퇴설당에서 큰스님께 법문을 들었던 생각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그때 큰스님께서 그러셨지요.

'어떻게 하면 순일하게 천일기도를 잘 마칠 수 있겠습니까?' 하는 어느 도반님의 질문에

‘어떤 일이든 시작을 했으면 끝을 내는 게 중요하다. 수행도 마찬가지다' 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천 일이 지나고 나니까 그 말씀이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갖는지 알겠습니다.

오래 오래 하면 들어가는 곳이 있다지요?

아마. 이번 천 일 기도정진에 꾸준히 열심히 하셨던 도반님들께선 분명

참다운 득력을 하셨으리라 믿습니다.

 

아주 오래 전,

지금 실상사에 사시는 도법스님께서 수덕사 정혜사에 계실 때 취재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스님께서 하셨던 말씀이 생각납니다.

"사람들은 염불을 하면서 그에 따른 어떤 공덕을 바랍니다.

그런데 염불은 하는 그 자체에 공덕이 있어요."

맞는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염불 한 번 하면 그만큼 맑아지고 밝아진다는 믿음,

정진 한 시간 하면 그만큼 불성에 가까이 간다는 믿음으로

저희 불자들은 기도정진을 한다고 믿습니다.

 

 

3년 전, 천 일 기도 입재식을 할 때 많은 도반님들이 참석을 하셨어요.

오랫만에 '오프라인 수행정진' 게시판에 들어와서 그때 해인사에서 찍은 사진도 보고

글도 읽어보았습니다. 원당암의 그 넓고도 웅장한 선원에서 참선을 했던 것도 참 좋았고,

원당암 극락전에서 3천배를 했던 기억도 되살아 났습니다.

이번에도 다시 입재를 했던 원당암에서 회향을 하게 되어서 뜻깊습니다.

마침 해제기간이어서 선방을 저희들이 사용할 수 있고 원당암 감원(주지)이시자

해인사 선원 유나(선원의 규율과 기강을 책임지는 소임)이신

원각스님께서 법문을 해주시게 되어서 다행입니다.

원각스님께선 전 종정이셨던 혜암스님의 제자로

오로지 참선수행으로 일평생을 매진하신 수좌스님이십니다.

혜암스님 법문집 출간을 진행하면서 여러 차례 뵈었는데

뵐 때 마다 그 무구한 미소에 마음이 밝아졌던 분입니다.

'쉬어서 본바탕을 깨달아야 그것이 인생문제를 해결하는 출발점이자 해결점이라'고 하셨던

원각스님의 말씀을

늘 기억하고 있습니다.

 

지난 입재 때처럼 이번에도 퇴설당에서

해인총림 방장이시자 종정이신 법전큰스님을 친견하게 되었습니다.

저희 금강카페 천 일 정진 회향 취지를 말씀드리고 친견을 부탁드리니 흔쾌히 허락하셨습니다.

일평생을 진리를 위해 몸을 바치셨던 도인이십니다.

혹시 공부하면서, 살아오면서 궁금한 것이 있으신 분들은

질문을 준비해오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법전 큰스님께선 지난 봄,

이제 막 출가한 행자님의 머리를 직접 밀어주시면서 이렇게 당부하셨다고 합니다.

 

적게 자라

잡담하지 마라.

오직 부지런함이 공부를 이룬다.

게으르지 말고 정진하라.

영원한 진리만이 행복이다.

 

열네 살에 출가하셔서 한평생을 한 점 흐트러짐 없이

도의 길을 걸어오신 세수 여든다섯의 노수행자이시기에

젊은 수행자에게 주신 당부가 더욱 절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번에 종정 큰스님의 살아오신 일평생을 정리하는 글을 쓰면서

‘스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단 하나의 메시지는 무얼까’ 생각해보다가 내린 결론은 이렇습니다.

“시비하지 말고 화두 들어라(정진하라)”

평소 말씀이 거의 없으신 스님께서 해인사 대중들에게 늘 하신 말씀이라고 하는데

공부하는 우리 재가불자들에게도 그 말씀이 가장 정답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제 내일 모레가 회향일이고

저희 금강에서는 이번 주 토요일(22일) 회향식을 갖고 철야정진에 들어갑니다.

꼭 동참하셔서 지난 3년을 돌아보시고

해인사의 달빛과 푸른 하늘을 마음껏 향유하시기 바랍니다.

승진행합장_()_ 오늘의 아름다운 약속 덩치 큰 이야기 무거운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해요 조그만 이야기, 가벼운 이야기만 하기로 해요 아침에 일어나 낯선 새 한 마리가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든지 길을 가다 담장 너머 아이들 떠들며 노는 소리가 들려 잠시 발을 멈췄다든지 매미소리가 하늘 속으로 강물을 만들며 흘러가는 것을 문득 느꼈다든지 그런 이야기들만 하기로 해요 남의 이야기, 세상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해요 우리들의 이야기 서로의 이야기만 하기로 해요 지난밤에 쉽게 잠이 들지 않아 많이 애를 먹었다든지... 하루 종일 보고픈 마음이 떠나지 않아 가슴이 뻐근했다든지 모처럼 개인 밤하늘 사이로 별 하나 찾아내어 숨겨놓은 소원을 빌었다든지 그런 이야기들만 하기로 해요 실은 우리들 이야기만 하기에도 시간이 많지 않은 걸 우리는 잘 알아요 그래요 우리 멀리 떨어져 살면서도 오래 헤어져 살면서도 스스로 행복해지기로 해요 그게 오늘의 약속이에요 -월간 좋은 생각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