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야의 종소리] 우리 도반님들의 공부 이야기

2010. 4. 5. 21:27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화엄경·보현행원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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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야의 종소리] 우리 도반님들의 공부 이야기 (2)


글쓴이: 법혜 

I.  봄빛이 짙어졌습니다.

 

  출,퇴근길에 만나는 가로수(이곳은 벚나무입니다) 나뭇잎 색깔이 아침 다르고 저녁 다릅니다. 쳐다보기도 안쓰러운 밝고 연한 색이다가 이젠 제법 짙은 연두빛을 띄고 있습니다.

 

  봄은 시나브로 우리 곁에 이렇게 다가와 있습니다. 금년에 만나는 봄은 이상하게도 상쾌한 느낌입니다. 가을을 좋아하던 저로서는 작지만 놀라운 변화가 아닐 수 없습니다.

 

 

  속의 말을 잘 못하는 성격인지라 이렇게 오픈된 공간에 개인적인 글을 쓴다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공부가 좀 익고 난 뒤에 짜잔~ 하고 멋진 글을 올리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만 어쩔 수 없이 어설픈 글을 공양 올립니다. 초발심자의 고백록 같은 이 글이 법우님들께 도움은 커녕 혹 마음을 어지럽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앞섭니다. 선처 부탁드립니다. _()_

 

 

 

 

 

II. 스무살 시절에 만났던 불교는 뜬구름 잡는 관념론에 불과했지요.

 

  불행히도 과잉 이념의 시대에 대학을 다녔던 탓에 저에게 불교는 기독교 등과 함께 아편과 같은 종류의 것으로 취급 당할 수 밖에요. 정신적 보금자리였던 기독교를 벗어나 세상 밖으로 뛰쳐 나왔을 때, 해방감이란 것은 그야말로 순간이었고 곧이어 발가벗은 듯한 막막함과 공포감이 뒤따랐지요. 이념은 기독교의 자리를 대신할 수 없었습니다. 등가의 존재가 아니었던 겁니다.

 

  이념을 소비하고 난 뒤에는 항상 후유증이 뒤따랐습니다. 갈등과 분노, 증오가 수반되었고 때로는 폭력과 지독히도 이분법적인 피아 구별이 필요했었지요. 그것은 알 수 없는 죄책감, 공포감, 불안감을 일으켰는데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그것은 제가 이념의 노예가 되지 않고 깊이 빠지지 않도록 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 시절에 만났던 제 첫 불교 인연은 숭산 스님이었습니다. 불교 학생회에 차 마시러 갔다가 우연히 숭산 스님의 미국에서의 법문집 ‘부처님께 재를 털면’이란 책을 읽고나서 뭔지 모르는 깊은 감명을 받게 됩니다. ‘오직 모를 뿐‘이라는 아리송한 숙제를 끌어안게 되었고, 불교가 이런 것이었구나 하는 막연한 느낌 속에 숭산 스님께 존경심을 갖게 되었지요. 그러나 그 뿐이었습니다. 불교는 다시 서서히 잊혀져 갑니다.

 

 

 

 

 

III.  세상의 평화를 원했지요. 

 

  세상이 평화로와지고 정의로와질 수 있다면 생명도 바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세상의 평화와 평등, 그것은 시스템으로 가능할 것 같았는데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늦게, 그것도 힘들게 깨달았습니다. 개인적인 안식과 평화도 필요했습니다. 세상 일에 흔들리지 않는 성숙한 인격, 사랑으로 충만함, 완전함, 초월, 명상...... 이념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부터 이런 것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그 시절에 만난 인연은 대행스님이었습니다. 비구니 스님이면서도 대단한 카리스마와 거침없는 설법이 충격적이었습니다. 법문집을 통해 오직 주인공! 하는 관법을 배우게 되었지요. 이후 한 10년 정도는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마음속으로 주인공! 하고 불러보는 습관을 가지게 됩니다. 그러나 뜨듯 미지근한 하근기는 역시 이 때에도 어쩔 수 없이 계속됩니다.

 

 

  하는 듯 마는 듯, 늘 불교의 언저리만 맴돌게 됩니다. 툭하면 모든 것을 버린 후 머리 깎고 산에 들어가 수행하는 상상이나 하고, 일상 생활이 힘들고 짜증날 땐 어떻게 하면 이 일을 빨리 그만 두고 조용한 시골에서 책방이나 하고 차나 팔며 음풍농월 도나 닦을까하는 상상...하루 하루가 힘들었지요.

 

 

  그렇게 목적도 없고 희망도 없는 나날이었지만 그러나 한 가지, 널리 모든 사람에게 이익이 되는 사람이 되자,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되자, 내가 희생하더라도 다른 사람이 득이 되게 하자...하는 원은 언제나 가슴 한 구석에 남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한편 아, 이젠 제발 불교를 제대로 알고 행하게 되는 인연을 만났으면 좋겠다... 하는 간절함도 갖게 됩니다.

 

 

 

 

 

IV. 작년 여름, 드디어 화엄경 보현행원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지인의 소개로 부사모 대문을 두드리던 순간을 기억합니다. 대문에 나와 있는 보현 선생님 카페 소개 말씀을 보게 되었지요. 머리 속을 꿰뚫고 지나가더군요 ; 깨닫든 못 깨닫든 상관없이, 일체 중생이 부처님이 밝혀 놓으신 부처님의 행으로써 우리는 부처님의 공덕 세계로 바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부처님의 행이 어떤 것인가는 이미 석가모니께서 부처님이 되심으로써 밝혀졌습니다.....

 

 

-- 아, 내가 이미 깨달아 있구나, 내가 이미 부처였구나. 어, 너도 이미 깨달아 있었네, 너도 이미 부처였구나. 내가 부처이니 부처님처럼 행동을 해야지, 너도 부처이니 부처님 대접을 해드려야지, 지천인 꽃도 나무도 새도 벌레도 모두 부처님이었구나.

 

  그냥 그 자리에서 모두 부처였고 부처로 살고 있었구나. 자기가 부처인줄도 모르고 살았구나, 부처인 줄 알았으니 부처 되려고 애쓰지 말고 그냥 그 자리에서 부처님 마음을 내고, 부처님 행동 하면서 살면 되겠구나....그게 보현행원이구나...

 

-- 그렇게 알음알이, 이론으로, 문자로 보현행원을 이해하게 되었지요.

 

 

  아침, 저녁 출퇴근 길에 마하반야바라밀을 뜻도 모른 채 염송하기 시작합니다. 고,잘,미도 중간 중간 섞어 했지요. 하다가 박자가 안 맞으면 ‘내생명 부처님 무량공덕 생명’ 도 같이 합니다. 아침마다 원을 세웁니다. ‘오늘 하루 제가 만나는 모든 부처님 공양 잘 할 수 있도록 발원, 저를 거쳐 지나는 모든 분들 고통없이 행복하고 평화로와지기를 발원...’그러면서 ‘10년 후에는 이 부처님 법을 다른 사람에게 전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하는 발원도 합니다.

 

 

  그렇게 몇 개월 지나니 얼굴이 잘 생겨지기(?) 시작합니다. 굳은 얼굴과 심각한 표정이 밝고 환해집니다. 농담도 많이 하게 되고 잘 웃게 됩니다. 분노나 짜증이 잘 안나고 화가 나더라도 금방 풀리며 미안하다는 말을 자연스럽게 하게 됩니다.

 

  주변 사람들이 다들 좋아하고 인정해 주니 기분이 좋아집니다. 일상 생활에서 만나는 분들의 거친 말이나 짜증섞인 얼굴 표정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가슴 속을 들여다보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화내는 부처님, 짜증내는 부처님, 욕하는 부처님... 그 분들의 가슴 속, 그 부처님 계신 곳을 보려고 합니다. 잘 되지 않을 때가 많지만요.

 

  그런데 그렇게 몇 개월을 지나니 경계가 닥치더군요. 그 경계는 지금껏 계속되고 있습니다. 처음 느꼈던 환희심도 색이 바래고, 초발심 열정도 식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침에 눈을 뜨면 마하반야바라밀을 염송하면서 보현 선생님께 배운대로 ‘부처님, 이 마음 바칩니다. 지금 비록 힘들어 열심히 못하고 있지만 이 끈을 절대 놓지 않을 것입니다. 행이 부족한 탓이니 좀 더 채찍질 하렵니다’ 하고 부족한 마음이나마 공양합니다.

 

  한없이 자비로운 부처님 믿고 어둡고 옹졸한 마음이나마 공양 올립니다. 언젠가는, 언젠가는... 하면서 말이지요. 게으름, 퇴굴심, 경계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는 모릅니다만 이 또한 지나갈 것이란 걸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원을 세웠던 것처럼, 10년 후 누군가에게 부처님 법을 열심히 전하고 있을 제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또한 그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V. 어설픈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아직 예절도, 법회 순서도, 경전도 모르는 왕초보 불자입니다. 그나마 도반들의 도움으로 사경에 동참하게 되었는데 법우님들의 존재가 제게는 큰 위안이 됩니다.

 

  상상속의 불교가, 내게는 그림의 떡이었던 불교가 이제 따뜻한 밥이 되어 차려져 있습니다. 떠먹기만 하면 되는데 이것 참, 이마저 쉽지가 않군요. 그러나 만나기 어렵다는 불법을 만났고, 불법 중에서도 그 정수를 만났으니 지금 이 생에 이 법을 닦지 않으면 어느 세월, 어느 인연을 기약하겠습니까.

 

  비록 모자라고 보잘 것 없지만 결코 중단하지 않을 것이니 이 뗏목을 타고서 저 언덕으로 어서 어서 가십시다.

 

나무마하반야바라밀, 나무보현보살마하살.

 

                                                            

                                                      法慧 合掌

 

 

 

♤ 편안한 사람이 바로 당신이길...♤ 

 

 

 

함께 있을 때
설레이는 사람보다는
편해지는 사람이 좋고

손을 잡으면
손이 따뜻해지기 보다는
마음이 따뜻해져 오는 사람이 좋고

 

 

밥을 먹으면
신경 쓰이는 사람 보다는
함께일 때 평소보다 더 많이
먹을 수 있는 사람이 좋고

 

 

 문자가 오면 혹시나 그 사람일까
기대되는 사람보다는
당연히 그 사람이겠지..!
싶은 사람이 좋고

 

 

걱정해 줄 때
늘 말로만 아껴주고
걱정해 주는 사람보다는
오직 행동 하나로
묵묵히 보여주는 사람이 좋고

 

 

친구들 앞에서
나를 내세워 만족스러워 하는 사람보다는
나로 인해 행복하다고
쑥스럽게 말해 주는 사람이 좋고

 

 

술을 마시고 전화하면
괜찮냐고 걱정 해 주는 사람보다는
다짜고짜 어디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좋고

 

 

첫눈이 오면 전화로 첫눈이 왔다며
알려주는 사람 보다는
"지금 나와 집 앞이다"
이 한 마디로 보여주는 사람이 좋고

 

 

 

 내가 화났을 땐
자존심 세우면서 먼저 연락할 때까지
기다리는 사람보단
다신 서로 싸우지 말자고
날 타이를 수 있는 사람이 좋고

 

 

전화 통화를 하면
조금은 어색한 침묵과 함께
목소릴 가다듬어야 하는 사람보다는
자다 일어난 목소리로
하루 일과를
쫑알쫑알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좋고

 

  

감동 줄 때는 늘 화려한 이벤트로
내 눈물 쏙 빼가는 사람보다는
아무 말없이 집 앞에서 날 기다려서
마음 따뜻하게 만드는 사람이 좋고

 

 

 

 서로의 마음에
사랑이라는 일시적인 감정보다
사랑에 믿음이 더해진
영원한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좋고

 

 

아직은 서로 알아가고 있는
낯선 사람보다는
이미 익숙해서 편한 사람이 좋고

 

 

 

첨부이미지    내 옆에 없을 때
곧 죽을 것 같은 사람 보다는

그 사람 빈자리가 크게 느껴져
마음이 허전해지는 사람이 좋다.

- 좋은 글 中에서 - 첨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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