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견(有身見)의 원인과 결과

2010. 5. 2. 20:06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불교교리·용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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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장

유신견(有身見)의 원인과 결과

유신견(有身見)을 빨리어로 사까야디띠(Sakkāyadiṭṭi)라고 한다. 사까야(Sakkāya)는 사(Sa) 혹은 산또(Santo)와 가야(kāya)의 합성어이다. 사(Sa) 혹은 산또(Santo)는 ‘있다’, ‘실재한다’, ‘진실로 존재한다’는 뜻이며, 가야(kāya)는 몸, 신체를 말한다. 이것을 합쳐서 사까야라고 하는데, 이는 오온의 실재함을 의미한다. 디티(Diṭṭhi)는 잘못된 견해[邪見]라는 의미이다. 이들 두 단어가 모여 사카야디티(Sakkāyadiṭṭi), 즉 유신견이라는 용어가 된다. 유신견은 오온이 나라고 하는 잘못된 견해를 말한다.

사견은 왜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생겨나는가? 오온을 실재하는 ‘자아’, ‘나’ 혹은 ‘자신’이라고 여기고 오온에 집착할 때 사견이 생긴다. 즉, 오온을 실재하는 것으로 여기거나 ‘자아’, ‘영혼’, ‘자신’ 또는 ‘나’라고 생각할 때마다 사견이 일어난다. 사견은 31개의 존재의 영역 안에서 가장 나쁘고도 해로운 것이다. 붓다께서는 “모든 잘못 가운데 가장 나쁘고 해로운 것은 그릇된 견해이다”라고 하셨다.


붓다께서 ������앙굿따라니까야(aṇguttaranikāya)������에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20가지의 유신견주해1)

존재를 행복한 세계로 인도하지 못하고,

그 대신 비참한 세계(사악도)로 끌어내린다.

완두콩 크기만 한 자갈돌이라도 결코 물 위에 뜰 수 없듯이

유신견을 가진 존재는

윤회의 표면으로 결코 떠오를 수 없다.”주해2)


유신견은 62가지 사견의 번식지이자 출생지이다. 유신견에 의존하여 온갖 종류의 사견이 일어난다. 그래서 붓다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마치 머리카락에 불이 붙은 것과 같이,

가슴에 창이 찔린 것과 같이

비구주해3)는 유신견을 제거하기 위해

알아차리는 수행에 힘을 써야 한다.”

만일 어떤 사람이 유신견을 가지고 보시와 지계, 수행을 한다고 해도 의심할 여지없이 좋은 세계에 태어날 것이다. 그러나 결코 도와 과를 이룰 수는 없다. 유신견을 가진 자는 부모를 살해하거나 심지어 붓다에게 피를 흘리게 하는 일이 있어도 아무런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 그에게는 어떠한 불선의 법도 없기 때문에 두려운 것이 없다. 자신이 붓다가 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다하여 붓다를 살해하려고 애쓴 데와다따(Devadatta)를 부추긴 것이 바로 이 유신견이었다.


아자따사뚜(Ajātasattu) 왕자는 데와다따의 꾐으로, 아버지인 빔비사라(Bimbisāra) 왕이 살아 있는 한 결코 왕이 될 수 없으리라 믿고 젊은 나이에 왕이 되고자 하는 생각에 사로잡혀 결국 아버지를 살해하였다. 이렇게 아버지인 늙은 왕을 살해하도록 부추긴 것이 바로 유신견이었다.


어느 부유한 장자의 딸인 빠따짜리(Patācāri)를 미치게 만든 것도 유신견이었다. 사견에 이끌려 오온을 남편, 아들, 딸, 아버지, 어머니 등으로 잘못 이해하고 그릇되게 받아들여 미친 상태가 되어 결국 통제가 불가능한 정신병자가 되었다.


이와 같이 유신견을 가진 이는 마치 실의 길이만큼 높이 떠오르다 땅으로 곤두박질치는 연과 같다. 유신견이 함께하여 그 사람을 떨어뜨리는 것이다.주해4)


붓다께서는 “공덕을 짓는 행(사마타)으로 인하여 욕계, 색계, 무색계에 이르고 무색계의 비상비비상처(非想非非想處)주해5)에 이르는 사람일지라도 유신견을 가지고 있으면 다시 비참한 존재계로 떨어진다”라고 말씀하셨다.


유신견을 토대로 하여 다른 네 가지의 무섭고 위험한 사견들이 생겨난다. 즉 비작업론, 무인론과 허무론, 자재화작인론 등이다.


비작업론(非作業論)은 업이 작용하지 않는다는 견해이다. 즉, 생각과 말과 행위로 짓는 선하거나 선하지 않은 행위, 바르거나 바르지 않은 행위, 도덕적이거나 비도덕적인 행위들에 대하여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결국 그 어떤 과보나 결과도 없다고 보는 견해다.


무인론(無因論)은 원인이 없다는 견해로 인과법에 대한 완전한 부정이다. 즉, 생명이 있는 존재나 없는 존재 그리고 여러 가지 현상들은 우연히 생긴 것이며 모든 사건들이 원인 없이 일회적으로 발생한다는 견해이다.


허무론(虛無論)은 원인과 결과의 법칙을 모두 부정하는 사견이다. 이 사견은 생명이 있든 없든 모든 존재가 원인 없이 나타났으며 그 행위가 선하든 악하든 아무런 열매도 맺지 않고 또 아무런 의미가 없고 허무하다는 견해이다.


원인을 부정하는 것은 결과를 부정하는 것이고, 원인과 결과 중 하나를 부정하는 것은 원인과 결과 모두를 부정하는 것이다.


자재화작인론(自在化作因論)은 세계가 절대 신에 의해 창조되었다고 하는 견해이다.


위의 사견 중의 어느 하나라도 가지고 있는 것은 다섯 가지 무간의 업[五逆罪]주해6)을 짓는 것보다 더욱 해롭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들 사견 중 어느 것 하나에라도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빠져들지 않도록 조심해야만 한다.

주해(註解)

<주해 1> 20가지 유신견(有身見) : 유신견은 자아가 있다는 잘못된 견해이다. 유신견은 욕망의 세계[欲界]에 존재를 붙들어 매는 번뇌이다. 유신견은 수다원도과에 이르면 사라진다. 20가지 유신견은 다음과 같다.

(1) 색․수․상․행․식이 자아라는 믿음 5가지

(2) 자아가 색․수․상․행․식을 소유한다는 믿음 5가지

(3) 색․수․상․행․식 안에 자아가 있다는 믿음 5가지

(4) 자아 안에 색․수․상․행․식이 있다는 믿음 5가지


<주해 2> 완두콩을 유신견으로 비유하였을 때, 물의 표면은 윤회가 끊어지는 것을 말한다. 이는 윤회를 마차의 수레바퀴가 회전하는 것으로 비유했을 때의 표현이다. 수레바퀴의 축은 근본 원인으로 무명과 갈애이고, 마차의 바퀴살은 태어남이고, 마차 바퀴 테는 노사를 말한다. 윤회가 끝나는 것은 노사로부터 벗어나는 것이고, 이는 마차의 바퀴 테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이 물 위로 떠올라 윤회가 끝나는 것을 말한다.


<주해 3> 비구(比丘) : 빨리어 빅쿠(bhikkhu)는 걸식하는 수행자를 말하는데, 후대에 불교의 승려로 불리게 되었다. 빨리어 빅쿠를 한문으로 음사한 것이 비구이다.


<주해 4> 유신견이 강한 사람은 자아가 강한 사람이다. 자아는 ‘나’라고 하는 아상, 자존심을 뜻하는 것으로 자존심이 많으면 많은 만큼 반비례하여 고통과 좌절을 경험한다.


<주해 5> 비상비비상처(非想非非想處) : 사마타 수행으로 무색계 4선정에 이르면 죽어서 갈 수 있는 범천(梵天)이다. 윤회하는 연기의 세계에서 공덕을 지어서 갈 수 있는 최상의 위치에 있으며, 수명이 8만4천겁에 이른다. 몸이 없이 마음만 있으며 수명이 끝나면 다음 업의 작용을 받아 어느 세계에서 태어날지 알 수 없다.


<주해 6> 다섯 가지 무간의 업[五逆罪] : 오역죄(五逆罪. Pañcānantariya Kamma)

다섯 가지의 즉시 처벌받는 행위로 오무간(五無間)이라고 한다.

(1) 어머니를 살해

(2) 아버지를 살해

(3) 아라한을 살해

(4) 부처님을 살해

(5) 승단의 분열을 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