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5. 11. 19:32ㆍ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염불 불보살 이야기
대개 남염부제의 중생으로서 몸을 움직이고 마음을 쓰는 것이
업 아님이 없고 죄 아닌것이 없는데
어찌 하물며 방자한 마음으로 산 목숨을 죽이거나 해롭게 하며
도둑질하고 사음을 하며 망언을 하는 백천가지의 죄상이랴
- 地 藏 經 -
요즘 이런저런 일들로 심란하네요. 잘들 지내시는지요?
지장경의 이 구절을 참 자주 쓰는걸 보니 제가 요즘 제대로 못살고 있나 봅니다.^^;
요근래 구제역이라고 뉴스에 가축들이 생매장 당하는것을 보며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어차피 살아도 언젠가 도살장에 끌려가 죽는 목숨이라 저렇게 생매장을 당해도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은걸까? 참 끔직한 일인데 말이죠..이 일을 계기로 돌아보면 도살장에서 죽는
가축들도 참 끔찍한 일이죠..가축들의 아우슈비츠가 요즘 풍경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그걸 너무나 덤덤히 보는 내 자신이 무섭기도 하구요.
생명이, 그것도 떼로 생매장 당해 죽는데 그 생명의 가치보다는
매장으로 인한 환경오염이 더 중요한 뉴스고...저렇게 밖에 할 방법이 없나 싶기도 합니다.
사진은 제 오래된 운동화입니다. 낡디 낡아서 누가보면 쓰레기장에서 주워온줄 아는데..
저 신발을 아직도 잘 신고 다닙니다. 물론 번지르르한 새 운동화도 있죠...
저 신발은 제가 혼자 인도며 티벳을 다닐때, 우리나라 보궁들을 돌아볼때 항상 신고 다녔던 운동화입니다.
해수로 11년째네요 신은지가. 그런지 저렇게 많이 닳기도 했구요.
예전 스님께서 그런 말씀을 하신적이 있습니다.
제가 하도 혼자 잘 돌아다니고 하니까
"네 녀석은 그렇게 발발대고 돌아다니지 말고 집에 가만히 있거라"
그래서 제가 그랬죠
"제가 무슨 나쁜짓하고 다니는것도 아니고 여기저기 절에 다니면서 기도도 하고 하는데
이게 공덕이라면 더 공덕 아닌가요? 그런데 왜 다니지 말라고 하세요?"
당시 아무 말씀 안하시고 묵묵히 차만 드시더군요.
그러던 어느날 혼자 열심히 발발 거리고 돌아다니다 해가 저물어 이름모를 모텔에 차를 세우고
내리다 차 헤드라이트 앞에 까맣게 치어(?) 죽은 수많은 날벌레 들의 시신(?)을 봤습니다.
순간 드는 생각이 아 이래서였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예전 스님들은 석장이라고 지팡이처럼 길을 걸어다니실때 땅을 땅땅 치며 다니셨죠.
위에 인용한 지장경의 지장보살께서도 육환장이라는 석장을 들고 계시죠.
이 앞길에 미물들이 이 소리를 듣고 길을 피하라는 의미로 말입니다.
사람이 하나하나 작은 벌레까지 살피며 길을 갈 수 없으니 그러한 마음을 전하는 수단이었던 겁니다.
이러하니 어찌 내 행동 하나하나가 아무리 합당하다 해도 업 아닌게 없고 죄 아닌게 없다 하는 것이겠죠.
물론 벌레 몇마리로 그러냐 할수도 있습니다.
벌레 하나의 목숨과 소 한마리의 목숨과 사람의 목숨이 다르다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끔은 내 자신이 벌레만도 못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십니까?
그때 사람의 목숨과 벌레의 목숨이 같은줄 알면 되지 않을까요?
요즘은 내 자신이 벌레만도 못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찰라입니다.
잘 살아야죠..사람으로서^^; 그럼 좋은 한 주 되시길 바랍니다.
거울보고 늙은것을 기뻐하며
시 : 白樂天 (백낙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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