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월호스님
아마존의 정글에서 나비가 날개를 파닥거린 것이 몇 주일 혹은 몇 달 뒤에 미국 텍사스 주에서 폭풍우가 일어나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이른바 과학에서 ‘나비효과’라고 말하는 것이다. 세상은 이처럼 겹겹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당장 눈에 보이고 효과가 나타나는 것만 가지고는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그렇다면 바로 지금 여기에서 내가 잠시 고요히 앉아 있는 것이 이 세상에
끼치는 영향은 어떠할까? 그 자체로서 세상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를 하고
있다고 자부할 수도 있지 않을까?
내 마음이 쉬면 세상이 쉰다.
이를 <유마경>에서는 ‘한 마음이 청정하면 온 세상이 청정하다’고 표현하고 있다. 왜 그럴까? 우리 모두는 각자가 ‘하나의 전체’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어떤 이가 진정으로 휴식을 취하고 있다면, 그것이 곧 도를 닦음에 다름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진정한 휴식이란 휴식하는지조차 모르고 쉬는 것을 말한다. 이를테면, 사람들은 건강할 때 자신의 몸에 대하여 그다지 의식하지 않는다. 하지만 신체의 어느 부위가 아프면 그 부위에 신경을 쓰게 된다. 그러니 이미 쉰다고 생각하고 있으면 그것은 참된 휴식이 아닌 것이다.
내 마음이 베풀면 세상이 베풀게 된다. 나 하나의 언행이 남에게 큰 영향을 끼치고, 다시 돌아와 나에게 영향을 미친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남을 잘 되게 하는 것이 결국 나 자신을 잘 되게 하는 것이다. 남을 잘 되게 하는 것은 곧 보시바라밀이다. 재물을 베푸는 것은 물론, 슬픔을 덜어주고 즐거움을 더해주며, 두려움을 없애주는 것이 보시이다. 심지어 환한 얼굴과 부드러운 말씨도 모두 보시에 해당된다. 결국 세상을 부드럽고 평화롭게 만드는 것이 보시인 것이다.
흔히들 세상이 너무 시끄럽고 복잡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좀더 안정되고 평화로운 세상이 오기를 갈망한다. 하지만 과연 나 스스로는 세상을 혼돈스럽게 하는 데 일조를 하고 있는가, 아니면 세상을 평화롭게 만드는 데 일조를 하고 있는가, 돌이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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