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2. 5. 11:45ㆍ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선불교이야기
차별경계 벗어나야 ‘고해’ 건넌다제38칙 우과창령(牛過窓櫺)-소가 창틀을 빠져 나간다 |
(가) 본칙(本則) 오조법연(五祖法演)스님이 말씀하셨다.
“비유컨대 물소가 창틀을 빠져 나간다고 하자,
머리와 뿔, 네 발굽은 다 나갔는데 어찌하여 꼬리는 빠져 나가지 못하는가?” (나) 평창(評唱) 및 송(頌)
만약 이 말씀의 깊은 뜻을 뒤집어서 지혜의 눈을 갖다 대고 한 마디를 할 수 있다면
위로는 네 가지 은혜에 보답하게 되고, 아래로는 삼계의 중생을 교화하게 되리라. 혹시 아직 그렇지 못하다면 다시 꼬리를 비추어 되돌아보아야 한다. 무문스님이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지나가면 구렁텅이에 빠지고, 되돌아오면 도리어 부서져 버릴터 이 꼬리란 놈이여,
정말 괴상망측한 놈이로구나.” 일체 욕망과 차별심 떠나야 퇴양난 극복 피안 이르러
(다) 설명(說明)
이 공안의 내용은 경전에 그 근거를 둔 듯하다. <불설급고장자여득도인연경
(佛說給孤長者如得道因緣經)>에 보면 흘율지왕(訖栗枳王)이 하룻밤에 열 가지의 꿈을 꾸었는데 그 중에서 코끼리가 창문을 빠져나오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왕의 꿈에 한 마리의 큰 코끼리가 창살 사이로 빠져 나오는 것이 보였다.
그런데 몸통은 빠져 나왔는데 꼬리가 그만 창문에 걸려버렸다. 그것은 마치,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 후에도 많은 바라문과 장자 거사 혹은 남자 혹은 여자가 권속을 모두 버리고 출가하여 불도(佛道)를 닦았지만, 그들은 아직도 마음이 명예와 이익 등 세속에 대한 욕심과 탐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과 같다.’ 이처럼 경전에서는 큰 코끼리 즉, 대상(大象)을 말했는데 본칙에서는 대신 물소 즉,
수고우(水牛)를 등장시키고 있다. 몸은 창틀을 빠져 나갔는데 꼬리가 빠져나가지 못했다는 것은 출가자가 마음속에 명예와 이익 등 세속적인 가치관을 완전히 떨쳐버리지 못함을 비유했다고 볼 수 있다. 출가에는 세 가지 또는 세 단계의 출가가 있다.
가장 먼저는 육친출가(六親出家)이다. 부모, 형제 등 가까운 친인척을 떠나는 것이다.
실타래처럼 얽인 육친의 인연을 벗어나는 일은 대단히 어렵다. 꼭 그리해야하는 이유는 혈육에 대한 집착을 끊고서야 전문 수행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오온출가(五蘊出家)이다. 자아 즉, 자신에 대한 집착을 떠나는 것이다. 범부중생이 삼독심(三毒心)을 일으키는 것은 자기애(自己愛)로부터 비롯된다. 출가자는 삼의일발(三衣一鉢)을 기본으로 일종식(一種食) 공양, 무문관(無門關) 정진 등 고도의 수행도 기꺼이 받아들이면서 살 수 있어야 한다. 세 번째는 법계출가(法界出家)이다. 자기가 진리라고 생각하는 영역을 벗어나야 완전한 자유인이라 할 수 있다. 우리 주위에는 자기 종교사상의 틀에 갇혀 옴짝달싹 못하는 사람이 많다. 출가자는 자기 도그마(dogma)로부터 벗어났을 때 거룩해진다. 출가는 근본적으로 중생의 차별심과 전도된 착각을 뒤집어 엎는다.
그러한 내면적 성숙이 있은 후의 일전어(一轉語)는 중생심에서 불심으로, 미혹에서 깨달음으로 전향할 수 있는 전미개오(轉迷開悟)의 일구(一句)로서 강한 힘을 갖는다. 물소의 꼬리는 욕망을 나타낸다. 부귀영화를 꿈꾸는 세속적인 욕망은 물론,
부처가 되고자 하는 욕망조차도 사실은 물소의 꼬리인 것이다. 일체의 욕망과 차별심을 초월해야 진퇴양난의 딜레마를 극복할 수 있다.
창문 앞에 있는 공무(空無)의 함정에 빠져서도 안 되고 되돌아와서 번뇌망상의 법집에 빠져 상신실명(喪身失命)하는 경우도 없어야 한다. 유(有)와 무(無), 미(迷)와 오(悟), 선(善)과 악(惡)의 상대적인 차별경계를 벗어날 때
고해(苦海)를 건너 피안(彼岸)에 이르는 불사(佛事)가 될 것이다. 우학스님 / 한국불교대학 大관음사 무일선원 회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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