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공 스님의 <세계일화>

2011. 4. 16. 13:09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제불조사스님

728x90

 

 

 

만공 스님의 <세계일화>

 

 

세상 사람들은 이익을 얻기 위해서, 혹은 물건을 팔기 위해서,
사람을 설득하기 위해서, 상담을 하기 위해서 주로 경청을 합니다.
불교적 방식으로는 어떤 마음감짐으로 경청을 해야 할까요.
상대방에게서 진실한 마음을 들으려면 내가 진실해야 합니다.
내가 그의 말을 왜곡시키지 않고 받아들이기 위해선 자신을 비워야 합니다.
자비심으로 그가 무슨 말을 하든지 상대방 입장에서

보고 듣고 헤아려야만 합니다.
이런 자비를 지닌 마음이야 말로 중생을 위하는 마음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만나서 인연을 맺고 사는 것은 무진장 소중한 것입니다.
이렇게 소중한 사람들을 지극하게 여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죠.
그가 내게 소중하다면 나 역시 그에게 소중한 사람인 것입니다.
그대와 내가 둘이 아니라는 생각이 그런 마음을 가능하게 만듭니다.

나무의 뿌리와 줄기가 하나이니 그 수액의 흐름에는 전혀 걸리는 바가 없겠죠?
나와 상대가 둘이 아니고 하나라면 생각도 수액처럼 자연스레

흘러가고 올 것이니 둘은 온전히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함께 생각할 수 있으니 상대의 마음을 다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상대방의 마음을 알아서 무엇에 쓰렵니까?

상대방이 마음을 열어보였고 내가 그것을 알았다 한들
실질적 도움을 주지 않으면 역시 무의미해집니다.
하소연을 한 정도에 그치겠지요.
그가 문제를 해결하도록 환경적 요인과 심리적 요인을
적절하게 이끌어 주는 것이 현실 속에서는 매우 필요합니다.
그런 적극적인 자세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한다면

가장 바람직할 것입니다.

세계는 한 송이 꽃.
너와 내가 둘이 아니요, 산천초목이 둘이 아니요,
이 나라 저 나라가 둘이 아니요,
이 세상 모든 것이 한 송이 꽃.
세계일화의 참뜻을 펴려면 지렁이 한 마리도 부처로 보고 ,
참새 한 마리도 부처로 보고,
심지어 저 미웠던 원수조차도 부처로 봐야 할 것이다.
다른 교를 믿는 사람들도 부처로 봐야 할 것이니
그리하면 세상 모두가 편안할 것이다.


- 만공 스님의 <세계일화>

 

 

 

 

여백도 없이 / 정하해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온 몸 거덜 내는 눈부신 일이다

 

그 이름으로 하여 뼈들이 뜨겁게 타다가

서천 하늘처럼 천만 번 붉다가

마침내 생의 공범이 되어 별로 뜨는 일이다

 

한 사람을 가졌던 일은

 

내가 와장창 피는 일이다

여백도 없이 와장창 폈다가

그 사람 흉장에 하염없이 다다라

 

종내는 아득히 저물고 갈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