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탁동시 [啐啄同時]

2011. 8. 5. 20:40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오매일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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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탁동시 [啐啄同時]

 

'줄탁동기·줄탁동시'는 같은 의미로 사용됩니다!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새끼와 어미닭이 안팎에서 서로 쪼아야 한다는

뜻으로, 선종(禪宗)의 공안 가운데 하나.

원래 중국의 민간에서 쓰던 말인데, 임제종(臨濟宗)의 공안집(公案集:화두집)이자

선종(禪宗)의 대표적인 불서(佛書)인 송(宋)나라 때의 《벽암록(碧巖錄)》에 공안

으로 등장하면서 불가(佛家)의 중요한 공안이 되었다.

 

공안은 화두라고도 하는데, 깨우침을 위한 물음의 요체이자 수수께끼로, 책으로

말하면 제목과 같은 것이다. 선을 수행하는 승려들은 하나의 공안만 가지고도

평생을 참구하기도 한다. 그만큼 몇 자 안 되는 공안일지라도 그 속에는 깨달음의

이치가 숨어 있어 그 뜻을 말로 표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반면 공안의 원래 뜻이 공공기관의 문서라는 점에서 보면, 일단 깨닫기만 하면

더하거나 뺄 것이 없이 그 뜻이 명백해지는 것이 공안이다. 그러나 깨달음을 말로

표현하기 위해 문자의 뜻에 얽매이는 순간 깨달음은 순식간에 날아가 버리고,

다시 관념에 빠진다.

선종에서는 이러한 관념의 세계를 용납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공안은 최소한의 언어만을 사용한다.

 

줄탁동기는 이러한 깨우침과 관련된 공안이다. 알 속에서 자란 병아리는 부리로 껍질

안쪽을 쪼아 알을 깨고 세상으로 나오려고 하는데, '줄'은 바로 병아리가 알껍질을

깨기 위하여 쪼는 것을 가리킨다. 어미닭은 품고 있는 알 속의 병아리가 부리로

쪼는 소리를 듣고 밖에서 알을 쪼아 새끼가 알을 깨는 행위를 도와주는데, '탁'은

어미닭이 알을 쪼는 것을 가리킨다.

여기서 알껍질을 쪼아 깨려는 병아리는 깨달음을 향하여 앞으로 나아가는 수행자요,

어미닭은 수행자에게 깨우침의 방법을 일러주는 스승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병아리와 어미닭이 동시에 알을 쪼기는 하지만, 어미닭이 병아리를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하는 것은 아니다. 어미닭은 다만 알을 깨고 나오는 데 작은 도움만

줄 뿐, 결국 알을 깨고 나오는 것은 병아리 자신이다.

 

이는 스승은 깨우침의 계기만 제시할 뿐이고, 나머지는 제자가 스스로 노력하여

깨달음에 이르러야 함을 의미한다. 또 깨달음에도 때가 있어 깨달아야 할 때 깨닫지

못하면 헛일이라는 뜻도 담겨 있다.

H.헤세의 《데미안》에 나오는 "병아리는 알을 깨고 나온다"는 말도 이와 같은 뜻이다.

줄탁지기·줄탁동시라고도 하고, 줄탁으로 줄여 쓰기도 한다.

 

 

'엄마의 말이 아이의 미래를 결정한다'

 

많은 엄마들이 '어떻게 하면 좋은 엄마가 될까요?"라는 질문을 많이 해온다.

'좋은 엄마'는 어떤 엄마일까?

'걱정마! 엄마가 다 해 줄게"라고 하는 게 좋은 엄마가 되는 길일까?

병아리가 알에서 깨고 나올 때 안에서 무던히 애를 쓴다. 병아리가 부리로 딱딱한

껍질을 깨고 나오기 위한 몸짓을 할 때, 어미닭은 병아리가 잘 나올 수 있도록

조금씩 도와준다. 그 때 동시에 잘 이루어져야 새로운 생명이 자연스럽고 순조롭게

탄생을 하게 되는데, 사람이 그 모습을 보고 병아리가 더 빨리 나오게 하기 위해서

쉽게 알을 깨어 버린다면 그 병아리는 세상 밖으로 나와 그만 살 힘이 없어

죽어버리고 만다.

영국의 정신분석학자 도널드 위니캇은 '좋은 엄마'의 개념을 세웠는데, 아이에게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한 후, 스스로 선택할 기회를 제공하는 엄마, 부족하지만

노력하는 엄마를 상징한다고 했다. 하지만 요즈음은 자녀가 유치원때부터 대학원생

때까지 자녀 주위를 멤도는 사커맘(soccer mon)이 있고, 자녀의 일상을 모두 다

점검하고 아주 작은 일까지 참견하는 헬리콥터 부모도 있다.

 

언젠가 미국의 월스트리트 저널에서 헬리콥터 부모에 대한 기사를 낸 적이 있었다.

"자녀가 직장을 얻을 때 그 부모는 직장을 찾아가 채용 담당자에게 자녀를 홍보하고

연봉협상까지 한다."고 보도했다.

또한 GE와 보잉인사 담당자의 말을 빌려 구직중인 자녀를 뽑아 달라고 부탁하는

부모가 상당수에 이르고 합격자 가운데에도 "부모와 상의하지 못했다."라는 이유로

입사를 미루는 젊은이들도 많다고 한다.

 

내 주변에서 보아도 아이가 어려서부터 하나에서 열까지 엄마가 챙겨주고, 학원가고,

집에서 숙제하고, 책읽고, 노는 스케줄까지 다 짜서 그대로 하게 하는 엄마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모든 것들은 아이에게 큰 스트레스로 남아 나중에 사춘기가 되어

속을 썩이게 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아이들 눈에 비추어지는 엄마는 일일이 간섭하고 잔소리하는 엄마가 아닌,

자녀를 위해 기도하는 엄마, 사랑과 정성이라는 양념이 들어간 음식을 해 주는 엄마,

무슨 일이든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엄마, 믿어주는 엄마, 늘 자랑스러워 하는

엄마가 가장 좋은 엄마가 될 것이다.

 

몇년 전, 아이가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으로 영국에서 UBS(Union Bank Switzerland)의

인턴사원으로 들어가기 위한 시험을 보는 날이었다. 나는 그 때 영국 시간에 맞추어

밤새워 기도를 드렸다. 워낙 경쟁이 치열하기도 했지만 그만큼 간절한 마음 뿐이었다.

일주일 후, 함박눈이 펑펑 내리던 날, 합격 소식이 날라왔다.

IMF가 되어 아주 힘들게 공부한 첫 결실을 맺는 날이기도 했다.

요즈음도 취업문이 좁기도 하지만 취업박람회에 가보면 부모가 와서 자녀의

취직자리를 직접 알아보고, 때로는 이력서까지 써주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병아리가 스스롤 힘들게 알을 깨고 나와야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듯이 모든 걸

자녀 스스로 해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더욱 좋은 엄마가 되는 길일 것이다.

 

- '엄마의 말이 아이의 미래를 결정한다' 작가 박동주 글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