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을 연장하려면/잡보장경

2012. 3. 30. 19:04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염불 불보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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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을 연장하려면

                                                             
한 장자가
자신의 아들이 다섯 살 쯤 되자
관상쟁이를 불러 상을 보게 했다.

"아드님은 여러 복을 두루 갖췄습니다만
오래 살 운명은 아닙니다."

날벼락을 맞은 듯한 장자는

육사외도를 찾아가 장수할 방법을 물었지만
한결같이 그 같은 방법은 없다며
도리어 화를 냈다.

이윽고 장자는 부처님을 찾아갔다.
"관상을 보니 제 아들의 명이 짧다고 합니다.
원컨대 부처님께서 제 아들의 명을 늘려주시기 바랍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인명을 마음대로 늘릴 수 있는 그런 방법은 없느니라"

"하지만 부처님이시여,
어찌 부모된 자로 아들이 먼저 죽는 것을 보겠습니까?
부디 저희 부자를 가엾게 여기시어 방편의 가르침이라도 주십시오"

"정 그렇다면 아들과 함께 성문 앞으로 가서
지나가는 모든 이들에게 정성으로 절을 하도록 하라"

어느날 죽음의 신이 바라문의 모습으로 변하여
성으로 들어가려 하고 있었는데
장자와 아들은 그를 향해 정성껏 절을 올렸다.
그러자 죽음의 신은 축원했다.
"내가 너를 장수하게 하리라"

그 죽음의 신은 바로 그날 장자의 아들을 데리고 갈 귀신이었다.
그러나 이미 장수를 축원했으므로 아들을 데려갈 수 없었다.

장자의 아들은 이렇게 모든 이들에게
겸손하고 공경하는 마음으로 절을 한 결과
목숨을 연장받을 수 있었다.

- 잡보장경에서

 

 

간격

                  - 정용화

 

봄이 오고있다

겨울에서 이곳까지 굳이

기차를 타지 않아도 된다

걷다보면 다섯 정거장쯤

늘 겨울이 있는 봄

그 간격이 좋다

 

친하지도 무심하지도 않은

꽃과 잎사귀쯤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슬픔과 기쁨 사이

가끔은 눈물과 손수건만큼의

그 간격이 좋다

 

허공을 채우고 있는

겨울,  나무와 나무 사이

외로움과 외로움 사이에 떠 있는

간이역

기차표와 역전다방의 여유

그만큼의 간격이 좋다

 

미처 떠나지 못한 겨울과

오는 봄을 내버려두고

그대와 나 사이

그 간격 속에 빠져버리고 싶다

 

 

베토벤'봄'2악장 Adagio molto espressiv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