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이 타고있다/효봉스님
2012. 9. 8. 06:17ㆍ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선불교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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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교 조계종 초대 종정을 엮임했던 효봉스님이 시자를 데리고 운수행각을 다니던 시절에 있었던 얘기다. 하루는 오대산 암자에 들어 어두운 밤에 촛불을 켜고 앉아있는데 효봉스님이 시자에게 물었다. "지금 무엇이 타고 있느냐?" "네, 초가 타고 있습니다." "내가 초가 타고 있는 줄을 몰라서 너한테 묻느냐?" "다시 한번 묻는다. 지금 무엇이 타고 있느냐?" 그러자, 시자가 아무 말을 못하고 있다가 "분명히, 초가 타고 있습니다."라고 답을 했다. 이에 효봉스님께서 "너는 어찌 수행인으로서 네눈에 초만 타는 것으로 보인단 말이냐! 바로 수많은 인연들이 지금 타고 있지 않느냐?" 고 말씀하셨다. 그러면서 "이 초한자루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정성과 공력이 모여졌겠느냐, 그리고 이곳까지 오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쳐서 왔겠느냐? 그러니, 이를 알고보면 어찌 단순히 초가 탄다고 할 수 있겠느냐? 바로 인연들이 탄다고 해야지." 라고 하셨다. 이 일화는 내 앞에 놓여있는 초 한자루도 그냥 나와서 어둠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인연들의 정성과 공력으로 만들어져 나왔으니 이에 우리 마음공부하는 사람들은 초만 타고 있다고 보지 말고 수많은 인연이 타고 있음을 늘 간과하지 말고 더욱 더 깊이 감사하면서 정진 적공하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습니다. 또한, 이 일화는 마음공부하는 사람들이 나타난 현상만 보고 그에 머물지 말고 숨어있는 그 이면의 세계까지도 보아야 참다운 수행을 하는 것이라는 가르침을 주고 있습니다. 아울러, 이 일화는 쌀 한톨이 나오기 위해서 우리의 부모와 형제 동포들의 아흔 아홉번의 수고와 공정에 의해 이뤄졌듯이, 하찮은 초 하나가 우리들 앞에 놓여서 타기까지도 마찬가지로 수많은 인연들의 정성과 공력으로 이뤄진 것이니, 나를 둘러싼 없어서는 안되는 동포들의 그 큰 은혜를 알아서 사농공상(士農工商)간에 나를 비롯한 모두를 이롭게 하는 자리이타(自利利他)의 도로써, 더욱 더 실천하고 보은하며 살라는 말씀입니다. 우리 소중한 님들! 오늘도 나타난 현상만 보지 말고 그 이면까지 보고서 깊이 헤아릴 줄 아는 속깊은 마음공부인들이 되길 바라고, 매사에 감사하면서 만나는 인연마다 자리이타의 도를 실행하는 참다운 보은불자가 되시길 염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정천경교무 합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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