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6. 27. 20:32ㆍ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불교교리·용례
역경계와 순경계에 대처하는 법
불자들 사이에 회자되는 말 중에 '경계境界' 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어떤 것과 또 다른 것이 맞닿아 있는 지점을 말한다.
부처님 법으로 볼 때 경계는 어떤 상황에 직면한 것을 의미한다.
경계에는 역경계와 순경계가 있다.
우리들의 일상사는 역순경계의 바람에 시달리는 모습으로 전개된다.
좋고 싫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얻고 잃어버리고, 만나고 헤어지고, 편하고 괴롭고, 춥고 덥고 등등
여러 가지 경계에 접하면서 이리저리 기분이 쏠리면서 허둥대며 살아간다.
좋은 말을 들으면 기분이 으쓱하고 싫어하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말이 아니다.
바람 잘 날이 없이 항상 기분이 오락가락 흐느적거리며 살아가는 것이 중생들의 삶이다.
피하고 싶고, 괴로운 상황이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을 가로 막거나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일이 전개되는 것을 말한다.
그 결과 스트레스가 치밀어 오른다. 인천 가는 전철을 타려고 하는데 수원 가는 전철이 오고
그 다음에는 구로까지만 가는 전철이 오는 것도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친한 사람이 죽으면 깊은 슬픔이 몰려오는데 이것 역시 견디기 힘든 역경계다.
보고 싶지 않은 상사나 직장 동료를 보는것, 힘든 일에 직면하는 것도 물론 역경계다.
순경계란 자신의 뜻에 맞는 상항에 마주치는 것을 말한다.
좋아하고 즐겁고 편안한 상황이다.
내 마음에 아주 잘 들어맞아 내 뜻대로 술술 잘 풀리는 경우다.
보고 싶은 친구를 만나거나 칭찬을 듣는 경우도
여기에 해당한다. 내가 산 아파트가 값이 뛰어오르고, 내가 산 주식이 폭등한다.
여하튼 내가 원하는 대로 모든 것이 전개되어 기분이 참 좋다.
그래서 자꾸만 그 좋은 기억이 떠올라 마음이 들뜨게 된다.
이러한 역.순경계를 만났을 때
수행자가 그 경계에 바르게 대처하지 못하면 공부가 퇴보한다.
역경계를 만났을 때 그 괴로운 상황에 매몰되면 공부를 놓친다.
경계에 현혹되어 신심과 발심이 흔들리는 것이다.
그러면 그럴수록 고통은 가중되고 힘겨운 인생살이가 될 수 밖에 없다.
순경계도 마찬가지다.
좋아하여 집착하고 편안하여 안주하면, 공부를 놓치게 되고 신심이 헤이해지고 나태해진다.
그뿐만이 아니다. 뭔가 너무 좋은 일이 생기면, 예를 들어 증권이라도 크게 오르게 되면,
기쁘기는 한데 하루 종일 거기에 파묻힌다.
마음이 붕떠서 현실에 충실하지 못하고 정신 나간 사람이 된다.
특히 사람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상황과 접하게 되면 거기에 착 달라붙는다.
한 여인을 사랑하게 되면 그 여인이 하루 종일 머릿속에 뱅뱅 돌며 그 여자에 대해 집착한다.
이렇게 순경계는 기분이 좋긴 하지만, 거기에 집착하다 보면
자신의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기기 때문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극복하는 것이 어렵지 않으나 오히려 순경계는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
순경계에 접하면 그것으로부터 빠져나가기가 상당히 어렵다.
그리고 순경계는 역경계로 돌변하기 쉽다.
예를 들어 한 여인을 열렬히 사랑하다가 그 여인이 자기의 기대와 어긋나면
심한 배신감을 느끼고 심지어 증오까지 한다.
사랑이 증오로 변하는 것은 순경계가 역경계로 변한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이러한 역.순경계에 좌우되지 않고 자기 중심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역경계든 순경계든 그 경계에 직면해서는
일체가 연기 현상이고 실체가 없다고 보아 집착을 버려야 한다.
외부의 어떤 경계에 직면하더라도 자기 안에 정견이 서서
일체를 연기 현상으로 보면 모든 괴로움과 삿된 것을 건널 수가 있다.
경계에 직면할 때, 경계가 왔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그 경계를 오히려 수행의 수단으로 받아들이면서 수용하는 것이다.
내 입장을 버리고 상대의 입장에서 수용하거나
오히려 그것을 역으로 이용하여 마음을 돌리는 것이다.
예를 들어 버스나 지하철을 막 타려고 하는데,
차의 문이 닫히면서 출발하는 경우 우리는 스트레스를 느낀다.
그러나 그 다음이 더 문제다. 차를 타지 못한 것에 대한
속상한 마음이 생기면서 그것이 나의 마음을 지배해버린다. 화가 치밀어 오른다.
그럴 때 다른 자극이 들어오면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면서 찜찜한 기분이 가시지 않는다.
일진이 좋지 않다고 여기면서 하루 종일 그러한 기분에 지배된다. 경계에 치인 것이다.
그러나 그 순간,'차가 떠나갔구나. 편한 마음으로 다음 차를 기다리자.' 라고
마음을 돌려 보자.
경계가 들어올 때 참선 수행자는 그 경계를 향해 화두를 간절히 참구해 가야 한다.
다음 차를 기다리는 시간 동안 화두를 들고 수행할 수 있어서
오히려 좋은 기회이기도 한 것이다.
대혜선사는 이렇게 말한다.
다만 망상으로 전도된 마음과 사량 분별하는 마음과 살기를 좋아하고
죽기를 싫어하는 마음과 분별로 이해하려는 마음과 고요함을 기뻐하고
시끄러움을 꺼려하는 마음을 한꺼번에 눌러버려라.
그리고 이렇게 눌러버린 경계에서 주어진 화두를 살펴라.
이와 같이 역경계가 오든 순경계가 오든 그 상황에 지배당하지 말고
바로 수용하면서 화두를 들어야 한다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러운 순간이라도 화두를 간절히 들어 돌파해 나가야 한다.
어려운 일, 힘든 일, 괴로운 일 등 어떤 역경계에 직면했을 때라도
화두를 빈틈없이 드는 것이 살 길이다.
그렇게 정성을 다해 화두를 들고 있으면 그 상황은 지나가게 마련이다.
모든 것이 변화하는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순경계가 좋고 편안하다고 해서 거기에 너무 들뜨고 집착해서는 안된다.
집착하는 순간 또다른 업을 짓게 된다.
경계를 만나는 매순간 화두로 대처하는 공부가 익어지면
역경계와 순경계를 만나더라도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된다.
일이 눈앞에 이르렀을 때, 逆한 것이든 順 한 것이든 집착하지 마라.
집착하면 마음이 흔들리게 된다.
우룡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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