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형편이든지 베풀며 살자 / 지명스님

2013. 11. 21. 17:59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발심수행장·수행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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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형편에 있든지 베풀며 살아라 
   
사람들이 어울릴 때 가까이 하고 싶은 이와 멀리 하고 싶은 이가 있는데,
여기에는 아주 간단한 관찰이 암묵적으로 작용한다.

상대가 줄만한 것을 가지고 있는 지 그리고 줄려고 하는 지를 유심히 살피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좋은 일을 하고, 여러 면에서 능력 있는 이가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친구들에게 이유를 물었다. “그 사람은 얻어먹기만 하지 자기가 밥 살줄을

몰라요”라는 답이었다. 어이없지만 우리 중생의 마음을 그대로 드러내 놓은 것 같았다.

사람들은 받는 것을 좋아한다. 물질 뿐 만 아니라 관심, 인사, 친절, 칭찬, 사랑, 존경

등을 받고 싶어 한다. 외제차를 타는 이에게, “보험료 비싸고, 고장 나면 고치기도

힘든데, 왜 굳이 저 차를 골랐습니까?”라고 물었다.
그는 “저를 대하는 시선이 다르니까요”라고 대답했다.

사람은 자기를 특이하고 대단하게 생각해 주는 시선이라도 받고 싶어 한다.
받기 좋아하는 우리의 마음을 잘 아는 불교는, 수행의 첫 덕목으로 ‘보시’ 즉 ‘베풀어

주기’를 꼽고 있다. 공덕의 크기를 설명할 때도 보시가 기준이 된다.

가령 <금강경>에서 독경의 공덕을 말할 때, “인더스강의 모래알 수와 같은 삼천대천

세계를 꽉 채울 만큼 많은 양의 일곱 가지 보배를 보시한다고 하더라도,
그 보시 공덕보다 독경의 공덕이 더 크다”고 한다.

대승불교 수행 덕목인 육바라밀이나 십바라밀의 첫 번째가 바로 보시이다.
계율이나 선정이나 지혜 등이 다 중요하지만
그것이 보시의 마음을 일으키지 못하면 틀린 것이다.

깨달음도 궁극적으로 보시하는 마음을 일으키기 위한 것이 아니겠는가.
어떤 이의 수행을 점검하려면, 그의 보시 정신을 살피면 된다.

도력이 높다는 명성만 있고 보시행을 하지 않는다면 그는 가짜이다.
나눠 주면 반드시 받게 돼 있어 지금 작은 보시공덕 시작하길…

불교는 다양한 보시 방법을 제시한다. 재물이 있으면 그것을 보시하면 된다. 재시(財施)

이다. 물질이 없더라도 도력이 있으면 깨우침을 주면 된다. 그것이 바로 법시(法施)이다.

돈도 지식도 닦은 바도 없다면 어떻게 보시할 수 있을까?
무외시(無畏施) 즉 사람들로 하여금 두려움을 없게 할 수 있다.

세가지 보시 가운데서, 재시보다 법시가 더 높은 단계이고 법시보다 무외시가 더 높은

단계로서 불보살이나 돼야 중생의 공포심을 없게 할 수 있지만 부족한 중생이라도

그 나름대로 저 세가지를 조금씩이나마 행할 수 있다.

세상에 아무것도 줄 수 없는 사람은 없다. 흙 한 줌이라도 퍼 나를 수가 있고
가벼운 짐이라도 들어 줄 수가 있다. 참다운 인생의 길을 알려 주지 못하더라도
기도도량으로 가는 길이라도 알려 줄 수 있을 것이다.

작은 법시라고 할 수 있다. 악몽을 꾸면서 무서워하는 이를 깨울 수는 있다.
아주 작은 무외시라고 할 수 있다. 무외시는 아주 다양하게 행할 수 있다.
세상의 모든 사건 사고는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저지른다.

일을 추진하다 실패한 이, 경쟁에서 패한 이,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버림받은 이 등이
한 마음 잘못 먹으면 세상을 두렵게 할 수가 있다. 

원하는 대로 학업이나 직업에서의 성취를 이루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남보다 돈이나 권력이나 명예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됨에도 불구하고, 현실의 인연을 받아들이고 주어진 상태에서의
최선을 다할 마음을 가진다면 그 역시 일종의 무외시이다.

우리 모두는 보시 수혜자이다. 몸도 마음도 받은 것이다. 좀 일이 잘 풀리는 인연과

지혜가 있다면 그 역시 받은 것이다. 내가 가진 것을 다 내어 주어도육신의 옷을 벗어

던져도 본래 받은 것을 돌려보내는 것일 뿐이다. 보시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자신은 특별하고 영리하고 가진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여, 어차피 돌려주고 갈 것,
그대의 뜻으로 보시하는 멋을 피워보라.

큰 보시를 향한 원을 세우되, 먼 훗날로만 미루지 말라. 지금 작은 보시 공덕부터 쌓기

시작하라. 주면 반드시 받게 되어 있다. 받는 것이 뭣인지는 비밀이다.

- 지명스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