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 25. 14:01ㆍ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제불조사스님
지금이 '바른 철학(哲學)' 세워야 할 때 청화큰스님 |
이 시대 선승으로 청빈한 고행자의 길을 걸어온 곡성(谷城) 태안사 조실 청화(淸華) 스님(71)에 대해 일반 수도승들이 따르기 힘든 이러한 용맹정진의 행적은 사부대중들로 하여금 우선 '외경'에서 비롯된 두려움을 갖게 하기 쉽다. 그러나 사람의 속마음을 꿰뚫어보는 듯한 형형한 눈빛에 담담한 말투와 자비로운 미소를 접하면 두려움은 사라지고 사모하는 마음만이 남는다. 청화(淸華) 스님의 속명은 강호성(姜虎成), 무안군 망운(望雲)에서 태어난 스님은 광주사범을 졸업한 뒤 잠시 일본에 유학하고 일제의 압박 아래서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하는 조국의 어린이들을 위해 친구들과 함께 고향에 학교(현 망운(望雲) 중학교)를 설립, 교육을 시작한다.
지난 85년, 40여년간의 토굴에서의 좌선수행을 마치고 태안사에 정착한 스님은 그해 10월부터 3년간 20여명의 도반들과 함께 묵언수도에 돌입, 불가에 화제를 일으켰으며 48년간 줄곧 하루 한 끼 공양과 장좌불와의 철저한 수행법을 고수, 선법수행 체계를 확립한 이 시대의 선승으로 알려지고 있다. "불교는 덮어 놓고 믿는 것이 아니라 지혜의 종교입니다. 참 지혜란 모든 사물을 하나의 생명으로 보고 부처와 자연과 인간은 하나라는 일원주의에 입각해 하나의 도리를 밝히는 반야지혜를 일컫는 것입니다. 반야지혜의 철학 위에서 정견이 가능하고 정견으로서 우주만유 일체를 바라볼 때 견성오도의 경지에 이를 수 있습니다." 청화(淸華) 스님은 어두운 번뇌에 싸여 나와 남을 가르고 이해관계에 따라 서로를 핍박하는 중생들에게, 자기 체험만으로 생각과 판단을 내리지 말고 모든 것을 가정하지 않는 무가정의 원리인 반야지혜를 따라, 나와 남을 하나로 봐야 한다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했다. "자연과 인간, 하느님을 구분하는 서구의 이원주의 아래서는 참다운 화합은 있을 수 없고 갈등과 반목만이 남습니다. 불교사상의 핵심은 무아 즉, 내가 없는 것입니다. 내가 없으므로 남이 있을 수도 없으며 따라서 서로를 시비하는 마음도 있을수 없습니다. 현대는 바른 철학이 부재한 시대입니다. 바른 철학을 세우기 위해 석가, 공자, 예수 등 동서양의 성자들이 우주의 법칙을 제시해 주었지만 사람들이 따르지 않는 것은 기본적인 이념이 확립되지 않았기 때문이죠." 자기 가치관을 확립하기 보다는 외래문화의 유입에 따른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한 세상 속에서 인생본래의 모습인 참나(眞我)를 잃고 방황하는 중생들에게 스님은, 성자의 가르침은 모두 같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바른 철학이 서면 윤리도 저절로 서는 것이라고 말한다. 금타화상 수제자로서 원통불교를 주창하는 스님은 "불교든 기독교든 역사적으로 위대한 철학이라고 검증된 종교라면 믿어볼만 하다" 면서 성자의 가르침은 하나된 우주의 법칙으로 불교나 기독교는 수행법이 서로 다른 방법일뿐 궁극적인 목표는 도를 지향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기독교가 서구문화에 힘입어 일사불란한 사회사업의 틀을 통해 일반대중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고 있지만 불교는 이조 5백년 이래 승려는 도성출입도 못하는 핍박을 받았고 해방 후에는 사회의 엘리트들이 불문에 드는 것을 꺼려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불교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이를 탓하기 보다는 우선 성직자가 부처의 말씀을 잘 따르고 청빈하게 생활함으로써 모범적인 수행의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스님은 종단간의 감투싸움으로 대중의 환멸을 받기보다는 기왕에 출가한 몸이니 철저한 봉사와 수행의 자세를 보여야 할것이라며 불교계의 각성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 문민정부가 들어선 뒤 사정개혁 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종교계 인사들의 재산공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한 스님은 성직자는 자기 몸도 자기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석가나 예수는 생존시에 거지같은 무소유의 생활을 했습니다. 불교교리의 핵심은 무아이며, 성자의 길을 따르는 자라면 응당 자기 소유란 말이 성립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본디부터 아무것도 없어야 할 성직자에게 재산 공개란 어불성설이죠. 또 현 정부의 사정작업도 법대로 다스리되, 이들 성자를 제외하면 모두 죄인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4천만의 범부들 뿐 아니라 사정을 담당하는 개혁주체도 다소의 차이가 있을 뿐 모두 죄인인 것입니다. 자신은 완벽하고 남은 죄받아 마땅하다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비록 책임의 경중은 있겠으나 겉으로 드러난 부정과 비리는 속으로 서로 연결되는 고리로 맺어져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불교의 인생관에서 보면 원수를 원수로 갚는 것은 타오르는 불을 마른 나무로 끄는 격이요, 원수를 덕으로 갚은 것은 불을 물로서 끄는 것에 해당한다고 말한 스님은 부모가 강도에게 살해당하는 것은 인과법칙에 따라 전생의 죄닦음을 한 것이며 보복이 되풀이되는 악연의 고리를 끊는 길은, 모든 사람이 불성(부처의 성품)을 갖추고 있다는 인간성에 대한 깊은 성찰로써 용서하는데 있다고 한다. 무혈혁명을 통해 내정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국민의 열화와 같은 지지에도 권력욕심을 부리지 않고 선선히 물러난 태국의 잠롱시장과, 갖은 핍박속에서도 온당한 생각을 잃고 바르게 행동하는 홍남순(洪南淳) 변호사를 무척 좋아한다는 스님은 혼탁한 정치현실을 꼬집으면서 대권이란 것도 무아의 경지에서 보면 덧없는 껍데기일 뿐이라며, 양보의 미덕 속에서 자신이 빛날 수 있다는 사실을 왜 깨닫지 못하는지 모르겠단다. 청화(淸華) 스님은 또 일련의 숙군작업과 비리정치인 구속에 대해서도 지금은 혁명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용서와 화해를 강조했다. 남을 단죄할 때는 인격을 무시해서도, 어느 누구에게 깊은 원한을 심어 줘서도 안되며 요순의 평화시대처럼 사람을 살린다는 인간존엄의 차원에서 문제를 풀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인터뷰 내내 선(禪)자세로 미동도 않던 스님은 사회의 목탁인 언론인들에 대한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정보화시대에 사회를 바른 길로 이끌어가는 언론의 힘과 책임은 막중하기 그지없습니다. 따라서 진실을 밝히되, 죄와 상응된 벌을 받는 것은 당연하나, 사람의 인격을 모멸치 않고 사회의 모든 갈등도 한편으로만 몰아붙이지 않고 될수록 화합과 용서의 차원에서 풀어나가므로써 진정한 사회의 목탁구실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글을 쓸 땐 성자들의 말씀을 항상 염두에 두십시요." |
태안사 조실(祖實) 청화(淸華)스님 석탄일 인터뷰:이기종(李琪宗) 기자, 1993년 5월 28일 광주일보 게재 인터뷰 허전한 빈 가슴을 채워주고 서로 어긋나 괴로운일 없도록 살려고 합니다. 눈시울 뜨겁게 하고 가슴 뭉클하게 만들어주는 신나는 이야기들을 그려 놓으려 합니다. 사람들 속에 있어도 사람들이 그리워지는 삶이기에 다가오는 쓸쓸함이 다 사라지도록 살아가야 합니다. 홀로 있어도 가만히 눈을 감고 있으면 다가오는 그대를 두 팔로 꼭 안아봅니다. 사랑하는 마음을 억누르고만 있을수 없어서 가슴 시린 그리움을 다 풀어놓고 추억으로 남겨놓아도 좋을 이야기들 하나 둘 만들어갑니다. 스쳐 지나온 세월의 골목마다 언제나 찾아가면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날수 있도록 작은 우편함 하나 남겨 놓으려 합니다. 허전한 빈 가슴을 채워주고 서로 어긋나 괴로운 일 없도록 살려고 합니다. 눈시울 뜨겁게 하고 가슴 뭉클하게 만들어주는 신나는 이야기들을 그려 놓으려 합니다. 사람들 속에 있어도 사람들이 그리워지는 삶이기에 다가오는 쓸쓸함이 다 사라지도록 살아가야 합니다. 모든 것 다 내어주고 빈 몸으로 서 있어도 좋을 따뜻한 삶의 이야기들을 만들어가며 살고 싶습니다. <글:용혜원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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