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았다 하면 삼천리 밖이다/현정선원

2014. 2. 26. 20:11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불교교리·용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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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曲 : Rainbow / Jia Peng Fang  

 

[문] 몇 년 동안 법회에 꾸준히 참석하고 보니, 요즘에야 무슨 말씀인지

조금 알 것 같습니다.


[답] 불법(佛法)은 알고 모르는 데에 속하지 않소. 불법은 무유정법(無有定法)이라

정한 법이 없으니, 그게 무엇이건 안 것이 있다면 틀림없이 그것 아니오. · · · · · ·

의식을 가지고 더듬으려 하지 마시오. 의식이 작동하고 있는 동안은 불법이니 진리니,

도(道)니, · · · · · · 택도 없는 소리요.

고요한 연못처럼 모든 것을 다 비추지만 비췄다는 생각도 없는, · · · · · · 비춤 없는 비춤,
· · · · · · 종일 하루 보고, 종일 하루 다 들어도 전혀 아무 자취가 없는, 그것이 본래 마음
이오. 그래서 마음 밝히고 성품 보라고 하는 거요. 그런데 의식을 마음으로 잘못 알고
살아온 지가 너무 오래 돼서, 마음 밝히라 소리를 들으면 의식을 맑고 깨끗하게 하라는
소리로 알아듣는 경우가 대부분이오. 그렇지 않소. 의식은 끝끝내 흙탕물이오.

아무리 대단한 걸 알아냈다 해도, 아무리 기막힌 체험을 했다 해도 계속 의식의 흙탕물을

휘젓고 있는 거요.

의식이 엉킨 게'나'요. 그럼 자기 중심으로 엉키고 맺힌 그 의식을 제해버리면 어느
구석을 찾아봐도 '나'라고 할만한 '나'는 없는 거요. 남이 조금만 건드려도 팩하고

손톱을 세우는데, 자기 스스로 자기 존재의 근본을 완전히 지워버리는 일이 어찌 그리

만만한 일이겠소? · · · · · · 지금 다들 각자 어떻게 하고 있는가 스스로를 한번 돌아보시오.

뭔가 털끝만큼이라도 보는 게 있고, 듣는 게 있고, 아는 게 있으면, '나'가 왕성하게 작동

하고 있다는 증거요. 보고 듣는 가운데 끊임없이 이름을 짓고 뜻을 짓고, 자기 나름의

잣대로 취하고 버리고 하고 있는 동안엔 절대로 지귀(知歸)할 수 없소. · · · · · · 만법이

성품이 없어서, 안으로 육근(六根)이 다 비었고 바깥으로 육진(六塵)이 다 비었으면

견문각지는 낱낱이 다 아닌 거요. 잘 알았는가, 잘못 알았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소리요.

 

-현정선원 법정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