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배반, 남편의 용서/불교설화

2014. 4. 16. 16:41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오매일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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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lip Fields in Spoorbuurt, North Holland, Netherlands




아내의 배반, 남편의 용서

 

 

옛날에 왕자 형제가 왕자비와 함께 나라에서 쫓겨났다.

이리저리 헤매다가 어느 광야에 이르러 식량이 다 떨어졌다.

 동생은 자기 아내를 죽여 그 살을 형과 형수에게 나누어주었다.

형은 그 살을 받긴 했으나 먹지 않고 숨겨 두고는

자기 허벅지 살을 베어 부부가 먹었다.

 

이윽고 동생은 아내의 살이 바닥이 나자 형수를 죽이려고 했다.

그러자 형은 전에 감추어 두었던 살을 졸여주며 동생에게 말했다.

"죽이지는 말아라." 이렇게 서로 간신히 연명해 가면서 광야를 지나

어느덧 신선들이 사는 곳에 이르게 되었다.

이곳에서는 과일을 따먹으면서 살았다.

 

그런데 동생은 그 동안에 병이 들어 그만 죽어 버리고 형 내외만 살아 남게 되었다.

어느 날 왕자는 형벌을 받아 수족이 잘린 어떤 사나이를 보았다.

왕자는 그를 불쌍히 여겨 자비심으로 매일 과일을 따다 주면서 그를 소생시켰다.

왕자는 탐욕도 없고 남을 의식하지도 않았다.

 

왕자가 과일을 따러 다니는 사이에 그의 아내는 손발이 잘린 사람과 몰래 정을 통하였다.

둘이 정이 깊어지자 아내는 남편이 미워지기 시작했다.

하루는 남편을 따라 과일을 따러 나갔다가 강가에 이르자 남편에게 애교를 떨며 말했다.

 "저 가지 끝의 과일을 따주세요." "저 아래는 깊은 강이잖소.

혹 떨어지기라도 하면 어떡하라고." "당신 허리에 줄을 매세요.

떨어지면 제가 그 줄을 잡아당길께요." 아내는 남편의 허리에 줄을 매었다.

그리고 나서 남편을 강물로 밀어 버리고 줄까지 놓아 버렸다.

 

남편은 마음씨가 착하고 힘이 세었기 때문에 비록 강이 깊고 물살이 세긴했으나

익사하지는 않고 간신히 강기슭으로 올라와 쉬고 있었다.

이때 강 하류 쪽에 있는 어떤 나라에서는 국왕이 세상을 떠났다.

그래서 점술가가 나라 안에서 왕위를 이을 사람을 찾고 있던 중이었다.

 

마침 강 위쪽에 노랗게 물든 구름이 둥글게 떠 있는 것이

보이기에 이상하다 싶어 점을 쳐보았다.

"저기 노랗게 뜬 구름 밑에 반드시 신인(神人)이 있을 것이다.

" 점술가는 점괘를 본 후 즉시 사람을 보내서

강기슭에 앉아 있는 왕자를 맞아들여 그를 왕으로 세웠다.

 

한편 왕자의 아내는 손발이 없는 사내를 등에 업고 구걸하고 다녔는데

드디어 남편이 왕위에 오른 나라에까지 오게 되었다.

"저렇게 착한 여자가 있나. 손발이 없는 남편을 업고 다니며 극진히 돌봐주고 있으니.

" 이 나라 사람들은 그들을 보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런 소문이 마침내 왕의 귀에까지 들렸다.

왕은 곧 그들을 불러오게 했다. 왕이 그 여자에게 물었다.

 "저 손발이 없는 남자는 정말 네 남편이냐?" "네, 그렇습니다."

"나를 모르겠느냐?" "모르겠습니다." "나를 다시 한번 보아라.

자세히 보아라, 그러면 알 것이다."

그녀는 왕을 자세히 보더니 깜짝 놀라며 어찌할 바를 몰라했다.

 

그러나 자비심이 많은 왕은 오히려 그들의 생활을 도와주도록 했다.

부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옛날의 그 왕은 바로 지금의 나이다.

그리고 그때의 아내는 바로, 나무 주발을 배에 대고

 나를 비방한 바라문의 딸 전차( 遮)이다.

그리고 손발이 잘린 사나이는 제바달다(提婆達多)이니라." <잡보장경>

 

부처님은 현재의 자기를 보면 과거세의 자신을 알 수 있다.

제바달다는 부처님의 화합승단(和合僧團)을 깨뜨리고

5백의 승니(僧尼)를 자신의 무리로 만들었다가

그 5백의 제자들이 본래의 부처님 제자로 돌아가자

악심을 품고 큰 돌을 던져 부처님 발에 피를 내게 한 일이 있었다.

그리고 연화색(蓮花色) 비구니가 제바달다의 무뢰함을 보고 꾸짖자

주먹으러 쳐서 죽이기까지 했던 인물이다.

 그러한 인물의 전생이 바로 손발이 잘린 사나이였으며,

부처님을 음해한 전차 역시 전생에는 독부(毒婦)와 음녀(淫女)였다는 것을 볼 때,

과연 현재의 나는 전생 에 어떠한 모습이었을까,

그리고 현재의 나를 보아 후세에는 어떤 모습으로 태어날까

하는 궁금증을 씻을 수 없다.

 

[불교설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