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의 그림자 / 현정선원

2014. 4. 16. 17:00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불교교리·용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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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법정님 말씀을 듣고 있을 때는 다 알 것 같은데, 돌아서기만 하면

 

또 옳고 그름을 분별하느라 정신 없습니다.

 

[답]"어떻게 해야 옳은 거요?"" · · · · · · "

옳고 그름을 분별하면 틀리다고 '알아들었기' 때문에, 그렇게 계속 옳고 그름 사이에서
왔다갔다 먼지를 피우는 거요.

오죽하면 알아들으면 틀린다 소리까지 하겠소.

 

그러면 알아듣지 않아야 옳은 거요? · · · · · · 늘 하는 소리요. 이 법이 그렇게 옳고

그르고, 알고 모르고 하는 데에 속하는 법이 아니라고. 알아들어도 알아듣지 못해도

전부 그것 아니오.

의식의 끄트머리에서 먼지 피우지 말고, 본래 마음 자리로 돌아가시오.

그러면 옳은 것도 그냥 보고 그른 것도 그냥 보고, 마땅한 것도 마땅치 않은 것도

그냥 그대로 볼 수 있소.· · · · · · 그게 전부다 내 한마음 가운데의 일인 거요.

모르겠거든 꿈 생각해 보라 소리 자주 하지 않소. 꿈은 몽땅 다 마음으로 이루어진 것

 

아니오? 보는 것도 듣는 것도 전부 마음이 마음을 보는 거고 마음이 마음을 듣는 거요.

결국 전부 제가 저를 보고 듣고 한다는 건데,
그걸 어떻게 보았다고 들었다고 할 수 있겠소? 결코 우리가 알고 있는 보는 일,

듣는 일이란 없소. 이 세상에 관찰자와 관찰대상, 즉 능·소(能所)가 둘로 나뉘어져

있다는 것 자체가 환상이오.

마음 밝히라 소리는 의식을 맑게 하라 소리가 아니오. 시시각각 고양이 눈빛처럼

변하는 그 의식을 좇지 말고 그러한 의식을 나투는 본래 마음자리에 들어야 한다

소리요. 그 대원경(大圓鏡)에 들면 하는 말마다 다 참이고, 내는 생각마다 다 옳소.

바다의 천파만파가 전부 한 맛이라 소리요. 그렇다고 한 맛이기 때문에 전부 무시하고

쓸어 덮는 게 아니오. 보고 듣고 다 하면서 알기도 더 환히 다 알지만,

그게 전부 제 업(業)의 그림자일 뿐임을 알기 때문에 그저 시절과 인연 따라서

업도 짓고 보(報)도 받고 다 하면서 전혀 자취가 없는 거요.

 

 

-현정선원 법정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