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8. 28. 00:13ㆍ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불교교리·용례
[문] 늘 어리석게 지어놓고는 그 결과가 마땅치 않아 노상 후회하며 볶아댑니다.
[답] 답은 하나요. 아무 일 없소. 물결이 빈 것이긴 한데 그렇다고 물결치지 말라고
하진 마시오. 어리석다면 그게 어리석은 거요.
물결치는 그대로인 채로 바다는 늘 그대로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하오.
생성과 소멸이 번성하게 이루어지는 이대로인 채로 세상은 아무 일 없는 거요.
옛 고인(古人)들도 생사즉열반(生死卽涅槃)이라 했소.
생사에 즉해서 열반인 것이지 생사가 끝나고 난 다음에 열반이 있는 게 아니오.
파란 하늘에 늘 숱한 구름들이 인연 따라 흘러왔다 흘러가지만, 하늘에는 그 자취가
남는 법이 없듯이, 우리의 본래 마음이 그렇소.
의식이 마음인 줄 알고 내내 살아 버릇해서, 눈앞에 벌어지는 생주이멸(生住異滅)
생로병사(生老病死)가 영락없이 실제로 보이는 것뿐이오.
늘 듣는 소리라고 흘려듣지 말고 이 말의 뜻을 깊이 새겨야 하오.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허구헌날 법문을 듣고 경전을 들춰도 늘 제 자리에서 맴돌고 있는 거요.
많은 말이 필요 없소. 모든 게 마음뿐이니, 전부 제가 지어서 그런 거요.
어리석은 것도 지혜로운 것도 몽땅. 본래 마음 자리엔 그런 거 없소.
산 사람 길 위에 죽은 중이 있다고 했소. 사고(思考)는 흐르는데 그 사고의 중심에
'나'라는 소용돌이가 쑥 빠져 없으니, 그때 비로소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눈이 열리는 거요. 여기서 본다는 말은 우리가 말하는 본다, 안 본다의 의미가 아니오.
그저 비출 뿐인 거요, 맑은 거울 같이. · · · · · · 마음뿐이오.
어리석건 지혜롭건, 후회를 하건 후회를 안 하건, 그게 천 갈래됐건 만 갈래가 됐건
몽땅 제가 지은 대로 마음이 그렇게 변해서 나타나는 거요.
하필이면 제가 어리석다고 지어놓고, 왜 나는 이렇게 어리석냐고 끙끙대니,
어리석다면 그게 참으로 어리석은 일 아니겠소?
온통 생각만으로 그런 거요. 꿈 깨시오.
-현정선원법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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