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9. 3. 16:56ㆍ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불교교리·용례
[문]오랜 동안 법문을 들어오다 보니 이제 웬만한 갈등이나 번뇌는 다 녹여낼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알음알이로 뭐든지 이러쿵저러쿵 잘 이해하고 잘 설명하고 하는 사람은 아직 길 떠날 채비도 못한 거요. 늘 말하지만 이 도리가 지(知)·부지(不知), 알고 모르고의 포섭이 아니오. 그동안 의식이 내 마음인줄 알고 살아 버릇해서 마음 밝히라 소리를 그 의식을 청정하고 맑게 간직하라는 소리로 알아듣고 있소 지금. 자기는 아니라 그래도 조금만 들여다보면 거의 전부 그러고들 있소.
뭔가 어긋나고 이치에 맞지 않아 제 마음속에서 마찰, 갈등이 일어나는 경우, 그것을 알음알이로 요리조리 꿰어 맞추어 스스로에게 설명해 쓸어 덮는 것은 곧 한계가 드러나게 돼 있소. 그것은 마치 이쪽 것 뜯어다가 저쪽 구멍 메꾸고, 저쪽 것 뜯어다가 이쪽 구멍 메꾸는 격인 거요. 천년 만년 그렇게 한들 무슨 공덕이 있겠소. · · · · · · 그 모든 것을 앉은 그 자리에서 문득 좌단할 수 있어야 하오. 마음뿐이오.
옳아도 글러도, 마땅해도 마땅치 않아도, 정사·정산(正邪定散) 간에 그게 전부다 제가 지은 차별법에 제가 걸려서 제 스스로 넘나드는데에 불편을 겪고 있는 거요. 모든 차별법은 의식의 소산이오. 그러니 뭔가 양갈래 길에서 어찌할 바를 몰라 끙끙대고 있다면 그 내용을 불문하고 의식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정신 못 차리고 있다는 증거요.
그어 요리조리 얽어놓고 얽히고 설키고 해서 더 이상 숨도 못 쉴 지경이 됐다하더라도, 본래 마음은 티끌 하나 까딱한 조짐도 없소. '내'가 미혹해도 허공은 어두워지는 일이 없고, '내'가 깨달았다고 해도 밝아지는 일이 없는 거요.
그러니 한 순간 제가 그동안 참으로 가당치도 않은 틀과 기준을 머리에 이고 죽을 둥 살 둥 하며 살았음을 절실히 깨달아, 어머니 배밖에 나온 이후 그동안 익힌 모든 알음알이를 몽땅 내려놓고 손 툭툭 터는 순간, 온통 하나 뿐인 그 본래 마음 자리가 현현하는 거요.
-현정선원법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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