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기고 모시는 마음이 아상(我相)을 없앤다

2014. 11. 3. 20:57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화엄경·보현행원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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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기고 모시는 마음이 아상(我相)을 없앤다


사람들은 나라는 생각(我相)을 없애려 애쓴다.
그래서 끊임없이 자신을 부정하고 나를 떠나려 애쓴다.
그러나 그럴수록 나에게서 떠날 수 없어,
많은 분들이 좌절하고 또 좌절한다.

 

나라는 생각은 불교에서는 아상이라 하여,
공부하는 와중에 반드시 버려야 할 몹쓸(?) 것으로 말한다.
금강경에도 아상 타파가 제일의 관건으로 설해져(*註:사실은 공의 자리에서 펼쳐지는 중생제도가 금강경의 핵심임),
많은 불자들은 상을 버리려 노력한다.
아상을 버려라! 하심(下心)하라! 등등의 말들은 모두 그런 걸 이르는 가르침이다.

 

그러나 비극은, 아상이란 없애려고 해서 없어지는 게 아닌 데 있으니,
없애려고 할수록 더욱더 기승을 부리는 것이 이 세계의 법칙.
그래서 아상을 없애려고 할수록 우리는 더욱 아상에 사로잡힌다.
마음에 나를 두고, 무슨 상을 없애려 하는가.
내 마음에 버리려는 내가 가득한데, 무엇이 버려지는가.
백날 해봐야 백전백패.
그래서 수행자는 좌절한다.


그러나 버리려 하는 그 마음보다 백배 천 배 더 쉬운 방법이 있으니,
그것은 모두를 섬기고 모시는 것.
우리가 섬기고 모시는 마음을 낼 때
아상은 소리없이 저절로 사라진다.
내 마음에 섬김과 모심이 가득 할 때,
아상은 그 어디에도 있을 수가 없으니,
그렇게도 이루어지지 않던 아상 없는 세계가,
섬기는 마음 앞에 거짓말처럼 우리에게 찾아온다.


어머니가 어머니인 것은 바로 이 때문.
오로지 자식을 섬기고 모시는 그 모성 앞에,
어머니에게는 나라는 것이 일체 없다.
나는 없고 오직 어머니만 계실 뿐이다.


아상을 없애려 하지 마라!
그럴수록 더욱 아상은 활활 타오르니,
아상을 없애라고 일갈하는 분들은 사실은 어찌 보면 아상 가득한 분들일지 모른다.
본인이 아상이 가득하니 남의 아상을 보는 것.
그리고 나의 아상을 어쩌지 못하니 남을 보고 호령하는 것.
그러니 호령하는 분이나 호령 받는 분이나 불편한 마음은 오십보 백보.


섬기는 마음, 모시는 마음을 내어라!
그러기를 발원하라!
섬기는 마음 모시는 마음 가득한 이는 이미 아상이 없다.
아상 없는 자리에서, 무한의 내(我)가 펼쳐진다.

 

송강 정철과 기생 진옥의 러브스토리

 

 

잠 못드는 가을 밤, 온갖 생각으로 뒤척일 그 때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정철은 누운채로 대답하니, 문이 열리고 소리없이 들어서는 여인..

장옷으로 얼굴을 가린 여인의 방문에, 정철은 놀랐지만,

그가 더욱 놀란 것은 장옷을 벗으니

드러나는 화용월태(花容月態 -꽃 같은 얼굴과 달 같은 자태)의 미모이었다.

 

진옥이 말하기를 ..

" 賤妓 眞玉이라 하옵고 일찍부터 대감의 성을 들었사오며,

더욱이 대감의 글을 흠모해 왔습니다 ".

정철이 다급히 묻는다.

" 그래? 내 글을 읽었다니 무엇을 읽었는고?" 하니,

진옥이 "제가 거문고를 타 올릴까요 ? "하고는 읊기를.......

 

居世不知世(거세부지세) 세상에 살면서도 세상을 모르겠고

戴天難見天(대천난견천) 하늘 아래 살면서도 하늘 보기 어렵구나

知心唯白髮(지심유백발) 내 마음을 아는 것은 오직 백발 너 뿐인데

隨我又經年(수아우경년) 나를 따라 또 한 해 세월 넘는구나

 

외롭고 쓸쓸한 귀양살이와 가는 세월의 무상함을

한탄하는 정철의 마음을 꿰뚤어 보는 詩였다.

眞玉을 만난 이후로 정철은 그녀의 샘솟는 기지와 해학,

鶴이 나는 듯한 가야금의 선율 속에

어지러운 마음을 달래고 우울함을 잊을 수 있었다.

 

날이 갈수록 두사람의 사랑은 익어갔고,

드디어 정철은 그녀를 품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것이다.

조선의 풍류를 아는 대문호답게

그는 그녀에게 연애시 한구절을 날린다.

 

(權花樂府에 나오는 鄭松江 與眞玉 相酬答..이란 詩이다)

 

옥이 옥이라 커늘 반옥(半玉)만 너겨떠니

이제야 보아하니 진옥(眞玉)일시 적실(的實)하다.

내게 살송곳 잇던니 뚜러 볼가 하노라

 

송강 정철(鄭澈)의 노래가 끝나자

가야금을 뜯던 진옥(眞玉)은 기다렸다는 듯이 응수하기를......

 

철(鐵)이 철(鐵)이라커늘 섭철(攝鐵)만 녀겨떠니

이제야 보아하니 정철(正鐵)일시 분명하다.

내게 골풀무 잇던니 뇌겨 볼가 하노라.

 

鄭鐵은 깜짝 놀랐다.

그녀의 즉석 和唱은 조선 제일의 시인 정철을 완전히 탄복시켰던 것이다.

정철의 시조에 字字句句, 對句형식으로

서슴없이 불러대는 眞玉은 정녕 뛰어난 시인이었다.

 

두 사람의 은유적 표현 역시 뛰어나다.

"반옥"은 진짜 옥이 아니라 사람이 만든 人造玉이고,

살송곳은 육(肉)송곳으로 남자의 성기를 은유하고 있는데,

眞玉은 그 뜻을 쉽게 알아차리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한 술 더 뜬다.

"半玉"에 대하여는 攝철(섭鐵), 眞玉에 대하여는 정철(正鐵),

살송곳에 대하여는 "골풀무"의 對句는 놀라운 기지와 재치와 해학이다.

섭철은 잡것이 섞인 순수하지 못한 쇠를 말하고,

정철은 잡것이 섞이지 않은 순수한 철이며,

"골풀무"는 불을 피우는데 바람을 불어넣는 풀무인데,

남자의 성기를 녹여내 여자의 성기를 은유하고 있는 것이다.

 

기생 진옥은 시조집 "권화악부(權花樂府)"에

송강첩(松江妾)이라고만 기록되어 있는데, 시조문헌 중에

"누구의 妾"이라고 기록되어 있는 것은 그녀가 유일하다.

眞玉도 妓女임에 틀림없는데, 松江妾이라고 기록된 것은

송강 정철의 지위와 명성때문일 것이다.

조선의 사회제도 속에서 양반의 축첩은 조금도 허물이 아니었는데,

이런 기록이 더많이 있을 수 있으련만

유독 松江妾이라는 기록은 眞玉에게서만 보인다.

 

그 누가 이들의 노래를 추잡한 시정잡배들이 오입질하기 위하여

妓生을 유혹하는 노래라고 할 수 있는가?

평소 흠모하던 대 문장가인 정철을 향한 여인의 육체와 정신이

합일을 이루는 행위는 숭고한 사랑행위 그 자체이었을 것이다.

 

선조 25년, 임진왜란을 계기로 그 해 5월 오랜 유배생활에서

풀려 다시 벼슬길에 나가게 되었을 때.

마지막으로 松江을 보내는 자리에서 眞玉은 이렇게 표현하여 노래를 불렀다.

 

人間此夜離情多(인간차야이정다): 오늘 밤도 이별하는 사람이 많겠지요

落月蒼茫入遠波(낙월창망입원파): 슬프다. 밝은 달 빛만 물 위에 지네

惜間今硝何處佰(석간금초하처백): 애닯다. 이 밤을 그대는 어디서 자렵니까?

旅窓空廳雲鴻過(여창공청운홍과): 나그네 창가에는 외로운 기러기 울음 뿐이네

 

부인 유씨는 한양으로 올라온 정철더러 眞玉을 데려 오도록 권하였다.

鄭澈 역시 眞玉에게 그 뜻을 물었으나, 그녀는 끝내 거절하였고

江界에서 혼자 살며 짧은 동안의 정철과의 인연을 생각하며 지냈다고 한다..

 

아! 옛날의 사랑이 얼마나 고귀한가?

 

- 옮긴 글

 

눈물과 바꾼 사랑 / 김범수 노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