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 있는 것들의 존재 / 도법스님

2014. 11. 3. 21:59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오매일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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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있는 것들의 존재 / 도법스님 나는 늘 갈 수 없는 곳만을 그리워하며 걸어왔습니다. 평생을 잡을 수 없는 것들만을 잡으려고 손 내밀며 살아 왔습니다. 갈 수 없는 바다, 갈 수 없는 산과 사막, 갈 수 없는 하늘과 별들. 나는 내 곁에 늘 가까이 있는 것들을 그리워하지 않았습니다. 가까이 있는 존재들이야말로 진정으로 나를 살아 있게 하는 힘인 것을.

나를 살아 숨 쉬게 하는 공기, 나를 먹이고, 발 딛고 살아가게 하는 땅을 그리워하지 않았습니다. 결코 잡히지 않는 바람, 뜬구름 같은 것들만을 그리워하느라 인생을 탕진했습니다. 사람에 대해서도, 관계에 대해서도 그러했습니다. 항상 지금 여기, 이 자리, 이 사람, 이 관계를 벗어나고자 애썼습니다. 공기처럼, 흙처럼 함께 있는 사람들을 소중히 하지 않았습니다.

평생을 기다려도 결코 오지 않는 사람을 기다리느라 가까운 사람을 상처 입혀 떠나보내곤 했습니다. 결코 오지 않을 내일을 열망하며 오늘을 배반했습니다. 내일이 없다는 것은 오늘을 함부로 살아도 된다는 뜻이 아닌 것을, 오늘, 지금 이 순간만이 유일한 현존이므로, 지금 여기에 가장 진실 되고 충실해야 한다는 것임을, 나는 자주 잊고 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