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1. 9. 20:09ㆍ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제불조사스님
송나라 때 도령(道寧) 스님이란 분이 계셨다. 그는 흡주(州) 출신으로 성이 주(注)씨였다. 처음 그는 도에 독실한 뜻을 두었으나 출가는 하지 않고 수행하던 사람이었다. 깊은 산, 외진 동네를 전전하며 홀로 수행하던 그는 우연히 장산천(蔣山泉)선사를 찾아뵙게 되었다. 천 선사는 그가 법기(法器)임을 한눈에 알아보고 출가를 권하였다. 길이야. 재가자의 신분으로 불법을 공부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야.” 쉬운 길을 찾았다면 불법에 뜻을 두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절집의 온갖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렇게 물지게 나무지게를 지고서 10년의 세월을 보내다가 드디어 머리를 깎고, 구족계를 받았다. 그때 그의 나이 마흔이었다. 에서 뵌 법연(法演)선사는 특히나 그의 마음을 뒤흔들어놓았다. 하지만 그의 안목(眼目)은 열리지 않았다. 도령은 기연(機緣)을 찾아 다시 숭과산(崇果山) 으로 거처를 옮겼다. 도령에게 주어진 소임은 아침저녁 대중들이 씻을 물을 준비하는 욕두(浴頭)였다. 도령은 불평하지 않고 일과를 정확히 수행하면서 매일 ‘금강반야경(金剛般若經)’을 염송하는 것으로 과업을 삼았다. 가마솥에 물을 부으면서 ‘금강경’ 염송이 시작되었다. 입에서는 ‘금강경’이 끊이지 않았다. 대중들이 차례차례 손발을 씻고나가고, 더러워진 욕실의 뒷정리를 하면서도 독송은 끊이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한바가지 물로 얼굴을 씻고, 손을 씻었다. 바야흐로 독송은 정신희유분(正信希有分)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만약 모든 형상이 형상이 아님을 보면 곧 여래를 보리다.” 이 구절에서 능히 믿음을 일으키고 이 구절을 진실이라 여길 것이다.” 달려갔다. 그리고 법연 스님께 자신이 깨달은 바를 토로하였다. 희열에 들뜬 도령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던 법연이 드디어 고개를 끄덕였다. 들어 하시는 말씀을 듣고 확철대오하였다. 법연 스님은 매우 기뻐하며 다음날 대중 앞에 도령을 세웠다. 그는 스승의 관심과 사랑을 독차지한 자일뿐이었다. 아상(我相)과 인상(人相)을 떨치지 못한 사람들에게 그는 늦깎이에다 굴러온 돌이고, 허드렛일이나 하던 자일뿐이었다. 시기와 질투를 삭이지 못한 자들이 결국 일을 내고 말았다. 도령은 아무 말 없이 방을 나섰다. 그를 따라 법당 뒤쪽 산길로 접어들자, 으슥한 계곡 쪽에서 검은 그림자가 튀어나왔다. 피 묻은 얼굴을 씻고 옷을 빨았다. 도령은 그 모습을 스승에게 보일 수 없어 그날 대중법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법회가 시작되자마자 법연 스님이 물었다. 그리고 도령의 처소로 찾아갔다. 방으로 들어서자 도령이 처참한 몰골로 누워있었다. 법연은 뒤따르던 대중을 내치고 방문을 닫았다. 닦아주면서 눈물을 흘렸다. 넘는 대중이 모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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