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1. 16. 19:24ㆍ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오매일여
붙잡아 둘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 도종환
분명히 사랑한다고 믿었는데
사랑한다고 말한 그 사람도 없고
사랑도 없다.
사랑이 어떻게 사라지고 만 것인지
골똘히 생각하는 시간에도
사랑하는 사람은 점점 멀어져 가고
사랑도 빛을 잃어 간다.
시간 속에 영원히
살아 있는 것은 없으며
낡고 때 묻고 시들지 않는 것은 없다
세월의 달력 한 장을 찢으며
벌써 내가 이런 나이가 되다니,
하고 혼자 중얼거리는 날이 있다.
얼핏 스치는
감출 수 없는 주름 하나를 바라보며
거울에서 눈을 돌리는 때가 있다.
살면서
가장 잡을 수 없는 것 가운데 하나가
나 자신이었다.
붙잡아 두지 못해
속절없이 바라보고 있어야 했던 것,
흘러가고 변해 가는 것을
그저 망연히 바라보고 있어야 했던 것이
바로 나 자신이었음을
늦게 깨닫는 날이 있다.
시간도 사랑도
나뭇잎 하나도 어제의 것은 없다.
모든 것은 늘 흐르고
쉼 없이 변하고 항상 떠나간다.
이 초겨울 아침도,
첫눈도,
그대 사랑도 붙잡아 둘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천상과 지옥은 있는가 ?
선을 생각하면 선업이요
악을 생각하면 악업이니
한 생각에 천상이 생기고 지옥이 있게 된다.
한 생각도 일으키지 않으면
선업이나 악업도 모두 없어져서
천상과 지옥이라는 분별도 자연히 없어진다.
천상이나 지옥의 본체는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다.
집착하는 범부에게는 천상과 지옥이 있고
집착하지 않는 성인에게는 그 모두가 없다.
[달마대사 오성론(悟性論)]
홀로 존재하는 법 / 법정스님
홀로 있다는 것은 외로움이나 고독을 의미하는것 만은 아니다
오히려 그 외로움이나 고독이란 느낌이 우리의 속 뜰을 더 생생하게 비춰 주고 우리 존재의 근원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여유와 깊이를 가져다 준다
홀로 존재한다는 것은 그냥 그 자체만으로도 한없이 충만한 것이다
쉽게 생각해 보면 헛헛하고 외로워 보일지 모르지만 텅빈 가운데 성성하게 깨어있는 속 뜰은 마구잡이로 채워넣는 소유의 정신에 비할바가 아니다
홀로 있을 때 우리는 참으로 함께 할 수 있고, 작은 나의 허울을 벗고 전체와 함께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몸뚱이만 그저 덩그러니 혼자 있다고 해서 다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혼자 있는 시간을 자주 가짐으로써 채움으로 삶의 목적을 삼아왔던 우리의 삶의 방식을 조금씩 비움으로, 놓아감으로 바꾸어 갈 수 있다
우린 어차피 혼자서 잠시 이 지구로의 여행을 온 것이고 이 여행을 마치고 되돌아 갈 때 또 다른 삶의 여행을 떠날 때 또다시 우린 혼자가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있다
그때 그동안 쌓아 놓았던 모든 것들을 인연이며, 소유물들을 한꺼번에 버리고 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미리 미리 혼자 있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버리는 연습을 해나갈 수 있다
혼자 있는 법을 배워야 우린 당당해질 수 있고 내 안에서 충만하게 우러나오는 행복감을 맛볼 수 있다
주변 상황이나 조건의 좋고 나쁨이나, 물질의 많고 적음에 휘둘리지 않고 그저 나 혼자서도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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