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처도량 사사불공[處處道場 事事佛供]/ 이정우

2015. 2. 20. 17:20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오매일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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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처도량 사사불공[處處道場 事事佛供]/ 이정우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가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친구의 집을 찾아갔다.

때마침 친구는 집에 없고 집안일을 책임지는 하인이 대신해서 그를 맞아주었다.

하인은 조금만 기다리면 주인이 돌아올 거라며 그를 거실로 안내했다.

그가 소파에 앉자 하인은 따뜻한 홍차 한 잔을 내왔다.

하인이 건넨 쟁반에는 기다리는 동안 간단히 읽을 만한 책 한 권까지 곁들여 있었다.

작은 배려에 감동한 그는 가벼운 고갯짓과 눈웃음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그 후 하인은 하던 일을 끝마치려는지 부엌으로 들어갔다.

 

   한참을 기다렸지만 친구인 주인은 돌아오지 않았다.

   남의 집 거실에 혼자 앉아 있는 자신의 모습이 머쓱해진 셰익스피어는 차[]라도

   한 잔 더 얻어 마실 생각에 부엌으로 갔다.

   그런데 부엌문을 연 순간 그가 발견한 것은 아무도 없는 부엌에서 혼자 양탄자 밑을 청소하고

   있는 하인의 모습이었다. 그곳은 일부러 들춰보기 전까지는 더러운지 깨끗한지 알 수 없는

   그런 곳이었다. 그런데도 하인은 누가 뒤에서 보는 것도 아니고 주인이 억지로 시킨 것 같지도

   않은데 혼자 콧노래를 불러가며 양탄자 밑을 닦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후부터 셰익스피어는 사람들로부터 인생의 성공 비결이 무엇이냐?’

   질문과 누구로부터 가장 큰 영향을 받았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이렇게 고백하곤 했다.

  혼자 있을 때에도 누가 지켜볼 때와 다름없이 행동에 아무런 변화가 없는 사람, 바로

   그 사람이 무슨 일에서나 성공할 수 있는 사람이고 내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다.’

   셰익스피어가 가장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 사람은 이처럼 전혀 뜻밖의 인물이었던 것이다.

   남의 눈에 상관없이 자기 할 일에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가장 존경받을 만한 사람

   이라는 것을 그는 깨달았다.

   그런데 주위를 살펴보면 그런 사람들이 많을 것 같지만 의외로 적다.

 

   불교에서는 도량[道場]’이라는 단어가 있다.

   도장[道場]이라고 써놓고는 도량이라고 읽는데 불도 수행을 하는 장소를 일컫는다.

   스승들은 불도수행을 하는 장소는 따로 정해진 곳이 없다고 말씀하신다.

   ‘처처도량[處處道場] 사사불공[事事佛供]’이니, 자기가 서 있는 곳이 어디든 다 수행처

   [修行處], 자기가 하는 일 모두가 불공이다라고 가르치신다.

   이 세상 어디도 도량 아닌 곳이 없다는 말씀이다. 그러니 어느 곳 어디에서든지 한시도

   마음이 흐트러지지 말고 깨어 있어야 한다.

   세상만사에 한결같이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다.

 

   <유마경>에 보면 발을 들고 내리는 동작까지도 도량으로부터 와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것이다라고 한다.

   그러니 어느 한 동작이라도 흐트러지거나 놓칠 수가 있겠는가? 그런 면에서 보면 셰익스피어

   가 말한 내용은 참으로 큰 깨달음이고 훌륭한 성공비결일 수 있다.

 

    오늘 하루를 되짚어 돌아보면 참으로 후회되고 안타까운 일들이 많았. 말 실수도 많이

    한 것 같고, 상대방의 감정을 다치게 한 경우도 있었던 것 같다.

    조심하고 또 조심하리라 마음먹었는데 발을 들고 내리는그 동작, 입 밖으로 내 뱉는 그

    한마디를 놓치고 소홀히 하는 바람에 후회의 가슴을 친다.

    반성이 깨달음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