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으로 돌아가면 뜻을 얻고 비춤을 따르면 종지를 잃는다.

2015. 3. 28. 20:42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신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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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으로 돌아가면 뜻을 얻고 비춤을 따르면 종지를 잃는다.
 歸根得旨 隨照失宗     - 신심명 중에서
 
근원으로 돌아오려고 온갖 애를 썼으니
어찌 곧장 눈멀고 귀먹은 것만 같겠는가!

말 길이 끊어지고 생각이 갈 곳이 사라지면 곧장 근본이 드러납니다.

아무것도 얻을 것 없는 것이 근본이요,

아무런 뜻이 없는 것이 불조가 전한 뜻입니다.

눈앞이 바로 근본입니다.

이 소식이 문득 드러나는 순간 허탈한 마음에 허허 웃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말없이 고개를 끄덕일 뿐입니다.

세간사가 그대로 불법이요, 불법이 그대로 세간사여서

행주좌와 어묵동정이 격 밖의 소식입니다.

계곡이 물소리가 곧바로 여래의 장광설이니
산색이 어찌 여래의 청정한 몸이 아니겠는가?

자기 마음에 스스로 미혹되어 바깥의 경계를 실재라 여기고 좇고 있으니

이미 드러나 있는 근본 종지를 잃고 맙니다. 듣지 못했습니까?

경청 화상이 어떤 스님에게 물었습니다.
"문 밖에 무슨 소리인가?"
스님이 말하였습니다.
"빗방울 소리입니다."
이에 화상이 말하였습니다.
"중생이 전도되어 자기를 잃고 사물을 좇는구나!"

또 다음과 같은 이야기도 있습니다.

귀성 화상에게 어떤 스님이 조주 선사의 ‘정전백수자’라는 화두를 들어서

가르침을 청하자, 귀성 화상이 말씀하였습니다.
“내가 그대에게 말 해 주는 것은 사양하지 않겠으나 그대가 과연 믿겠는가?”
스님이 말하였습니다.
“화상의 소중한 말씀을 어찌 감히 믿지 않겠습니까?”
귀성 화상이 말씀하였습니다.
“그대는 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를 듣는가?”
그 스님이 활연히 크게 깨닫고 예배하였습니다.
귀성 화상이 말씀하였습니다.
“그대는 무슨 도리를 보았기에 예배를 하는가?”
그 스님이 다시 게송으로써 대답하였습니다.

“처마 끝의 빗방울 소리가 분명하고 역력하니
하늘과 땅을 타파하여 당장에 마음을 쉬었네.”

귀성 화상이 크게 기뻐하고 말하였습니다.
“그대는 조사선을 깨달았도다.”

자기 마음이 어딘가 다른 곳에 있는 줄 알고 찾아 구하면

참으로 어리석기 짝이 없는 사람입니다.

바로 지금 눈앞에 보고 듣고 느끼고 아는 가운데,

보아도 스스로 볼 수 없고, 들어도 스스로 들을 수 없고, 느껴도 스스로 느낄 수 없고,

알아도 스스로 알 수 없는 한 물건을 알아차려야 눈치 있는 사람이라 할 것입니다.

바로 지금 자기에게 없는 물건을 구하지 말고

이미 충분하게 갖추어져 있어 따로 구할 필요 없는 것을 돌아보십시오.

백팔번뇌가 바로 법이니
법이란 법이 곧 번뇌의 성품이네.
일체의 망상이 마음에서 일어나니
망상과 번뇌가 모두 묘한 이치로다.

 

 

 

- 몽지릴라 밴드에서

 

 

 

있음을 버리면 있음에 빠지고 공을 따르면 공을 등진다.
遣有沒有 從空背空

수덕사 방장이셨던 원담진성(1926~2008) 스님께선

 "똥은 건드릴수록 냄새가 심하듯 법도 건드릴수록 그르친다"라고 하셨습니다.

이것이 있다 한들 어찌 있는 것이며, 없다 한들 어찌 없는 것이겠습니까?

이것을 얻었다 한들 어찌 얻은 것이며,

잃었다 한들 어찌 잃을 수 있는 것이겠습니까? 듣지 못했습니까?

번뇌를 끊어 없애려는 것이 병을 더하는 일이고 斷除煩惱重增病
깨달음을 향해 나아가는 것 또한 삿된 짓이다. 就向菩提亦是邪

원담 스님이 열반하실 무렵 문도들이 한 말씀 남겨주실 것을 청하자,

"그 일은 언구(言句)에 있지 아니해. 내 가풍은(주먹을 들어 보이시며) 이것이로다!"

하시고는 다음과 같은 임종게를 남기셨습니다.

올 때 한 물건도 없이 왔고 來無一物來
갈 때 한 물건도 없이 가는 것이로다. 去無一物去
가고 오는 것이 본래 일이 없어 去來本無事
청산과 풀은 스스로 푸름이로다. 靑山草自靑

하하하, 이 노장 역시 냄새나는 한 무더기 똥덩어리를 남기고 말았습니다.

온 천지에 구린내가 진동합니다.

 


                    
모든 사람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그 본질로 본다면
어떠한 차이도 있을 수 없다.

마음의 모양이
곧 자기 자신인 것이다.
마음의 모양이야말로
교육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향상의 계기가 되는 것이다.
행복을 가꾸는 힘은
밖에서 우연한 기회에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직 그 마음에 새겨둔
힘에서 꺼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