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0. 24. 20:04ㆍ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불교교리·용례
흔적신(痕迹神) 흔적천(痕迹天)
불교닷컴 [연재] 강병균 교수의 '환망공상과 기이한 세상'
I. 사업을 하려면 차용(借用)은 필수이다
<장자 지북유: 김교빈, 이현구의 <동양철학 에세이>>
있다’는 중국 선불교의 ‘초목와석실유불성 사상’과, 부처가 뭐냐는 질문에 대한 운문선사의 답인 ‘간시궐(幹屎厥 마른 똥막대기) 화두’ 등 말입니다. 잡초와 옹기조각이 바로 초목와석입니다. 똥오줌은 간시궐이구요. 장자가 말한 대로 모두 구체적인 사물들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도가 있는 곳으로 쇠파리를 들었다는 점입니다. 파리의 일종인 초파리는 유전자가 60%나 사람과 일치합니다. 누가 “사람에게 도가 있다면 초파리에게도 60%정도는 있는 거 아니냐?” 하고 주장하면, 그냥 헛소리라고 내치기는 뭐 할 겁니다.
남의 말이나 이야기를 이용하는 것은 전혀 잘못이 아닙니다. 인간의 역사가 그러했습니다. 예를 들어 유대인들의 모세오경의, 즉 기독교인들의 구약의, 노아의 홍수이야기는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길가메시 신화를 빌려온 것입니다. 이곳은 유프라테스 강과 티그리스 강 사이의 지역이므로 홍수가 그것도 큰 홍수가 일어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막이 많은, 그래서 홍수와는 거리가 먼, 가나안 지방의 종교인 유대교에 대홍수이야기가 삽입되는 사연(事緣)입니다. 학자들은 유대인들이, 당시 지금의 뉴욕에 해당하는 국제적인 문화중심지, 바빌론에 노예로 끌려갔을 때 배워온 것이라고 합니다. 문제는 빌려온 이야기로 새로운 의미를 창출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식탁에서 갑자기 손님이 암살자로 돌변해 달려들 때, 달리 다른 무기가 없다면, 식기인 포크나 젓가락을 빌려 호신용무기로 사용한들 뭐가 문제이겠습니까? 눈이나 명치나 목젖을 정통으로 찌를 수만 있다면 소기(所期)의 효과를 보고도 남을 것입니다.
II. 부실사업은 과감히 정리하라
초점은 불교가 도교에서 빌려온 파리, 초목, 옹기조각, 똥오줌으로 새로운 의미를 창출했는지 여부입니다. 만약 돌, 나무, 물에도 사람처럼 보고 듣는 의식이 있고 심지어 피를 흘리며 복수할 수 있다고 믿으면, 이는 엉뚱한 방향으로 새로운 의미를 창출한 것입니다.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큰스님들 중에 이런 분들이 있으니 대원스님이 그 주인공입니다. 이런 절집문화 때문인지 진제종정스님은 진화론을 범주적으로 부인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현재 불교는 초기불교에서 퇴화한 점이 제법 많아 보입니다. 뭔가 크게 잘못된 것입니다. 불교 근본교리인 무아론(無我論)과 자업자득(自業自得)에 어긋나는 생전예수재, 천도재, 49재 등 말입니다. 철학이 잘못되면 행으로 반드시 나타납니다. 뒤틀린 모습으로 발현됩니다. 현대과학과 지식수준에 안 맞고 한참 뒤떨어지는 괴이한 이야기들은 불교인들에게 괴이한 행동들을 유발할 뿐이며, 이것이 현대한국불교의 문제의 근원이 아닌가, 조심스레 추측해 봅니다.
III. 야훼와 사천왕천은 낙후사업이다
종교도 생물체처럼 진화를 하는 것이고, 진화는 일시에 기존의 것을 없애고 새것을 만드는 혁명이 아니라 쓰던 것을 개량하거나 그 위에 새로운 것을 덧붙여 가는 점진적인 과정이기에, 종교에는 옛날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IV. 사업을 하다보면 실패는 반드시 일어난다 成敗事業之常事
인간은, 의식과 지능이 발달함에 따라 자연현상과 사회현상에서 ‘원인과 결과의 법칙’을 발견한 이후로, 지적 호기심이 충족되지 않으면 몹시 힘들어 합니다: 우주와 인간의 기원, 생사, 길흉화복, 영고성쇠의 원인을 알고 싶어 합니다. 옳건 그르건 뭔가 그럴듯한 답을 주어서 그 호기심이 마구 날뛰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가짜 젖꼭지를 물리지 않으면 아무거나 마구 집어먹다 크게 탈이 나는 갓난아이 같습니다.) 잘못하면 통제불가능한, 황당무계(荒唐無稽)하고 난폭한 이론을 답이라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중미(中美) 아즈텍제국인들이 내어놓은 답인, 태양신은 인간을 마구 잡아먹었습니다. 생사람을 무수히 제물로 바쳤으니, 인간의 호기심은 잘 다루지 않으면 몹시 위험합니다. 물에 휩쓸려 죽고, 번개에 맞아 죽고, 가뭄에 굶어 죽고, 더위 먹어 죽고, 얼어 죽고, 병들어 죽던 인간은 천둥, 번개, 비, 구름, 홍수, 추위, 더위, 질병을 관장하는 신들을 만들어내고는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이들을 달래기 위해 제물을 바치면 되었기 때문입니다. 설사 기도가 안 이루어지더라도 그건 자기 정성이나 행이 부족하기 때문이니, 영문을 알 수 없는 불확실성으로부터 해방이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유대인들은 자학의 대가입니다. 이집트와 바빌론에 노예로 끌려가거나 로마제국에 멸망당하는 등, 일이 잘못될 때마다 “야훼를 잘못 섬겨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자책(自責)했습니다. 일의 원인과 결과가 명확했습니다. 이민족들이 보기에는 자신들의 신이 야훼보다 더 셌기 때문이지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므로 다 헛소리였지만, 최소한 유대인들이 보기에는 그랬습니다.)
인간의 지식은, 인간이 어느 때 어느 곳에 있든지, 시공의 제약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인간이 만들어 내놓는 답은 항상 불완전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 답이 없는 것보다는 어떤 형태의 답이라도, 불완전하고 심지어 잘못된 답이라도,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더 낫습니다. 앞으로 엎어지고 뒤로 넘어지더라도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즉 더 나은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바로 인간 지성의 활동과 작용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과거의 미개한 미신과 종교에 대한 믿음을 지금기준으로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그리 믿는다면 어떻게 깨인 젊은이들의 비난을 면할 수 있으며, 세인의 조롱거리가 되는 것을 피할 수 있겠습니까?
V. 창업자들이 처했을 어려움을 생각해보라
일본불교를 중흥시킨 쇼토쿠(聖德 성덕) 태자는 백제로부터 목수 세 명을 초빙해서 사천왕사를 지었습니다. 그중 한 사람인 금강중광(金剛重光 곤고 시게미쓰, 한국명 유중광)의 후손들이 578년에 금강조(金剛組 곤고구미)라는 건설회사를 만들어 사천왕사 유지·보수와, 나라의 호류지 건립과, 주요 사찰 복원 등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연매출 75억 엔에 종업원이 100명에 이르던 이 기업이 1,400년 만에 파산하여 사라졌습니다. 거품경제 때 토지구입으로 진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감당을 하지 못한 것입니다. 2006년에 벌어진 일입니다. 금강조는 일본역사상 최장역사의 기업이었으며, 대대로 이어오면서 운영한 가족기업으로서는 세계최고(最古)의 기업이었습니다. 이런 기업이 한 번의 잘못된 판단으로 사라진 것입니다.
강병균 : 서울대 수학학사ㆍ석사, 미국 아이오와대 수학박사. 포항공대 교수(1987~). 포항공대 전 교수평의회 의장. 전 대학평의원회 의장. 대학시절 룸비니 수년간 참가. 30년간 매일 채식과 참선을 해 옴. 전 조계종 종정 혜암 스님 문하에서 철야정진 수년간 참가. 26년 전 백련암에서 3천배 후 성철 스님으로부터 법명을 받음.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은 석가모니 부처님이며, 가장 위대한 발견은 무아사상이라고 생각하고 살고 있음. 點一二口 牛頭不出
이 기생을 찾아가서 연정을 고백했으나 모두 이렇게 거절하고 기량을 가진 한량은 없었다. 대청에 모시고 큰 주안상을 봐 올린 후 許
기생이 물었다.
낭군님 해가 중천인데 왜 기침하시지 않으시온지요? 그러자 선비는 두 눈을 감은 체 이 절간엔 인심이 야박한 중놈들만 살아 오장이 뒤틀려 그런다고 했다. 기생은 선비의 말을 즉시 알아 들었다. 급히 마을로 단걸음에 내려가 거나한 술상을 봐 절간으로 부리나케 돌아왔는데 하룻밤 정포를 풀었던 선비의 방앞 툇마루엔 선비 대신 지난 밤 고이 바쳤던 비단 가죽신만 가지련히 놓여 있었다. 수 년을 찾아 해맨 끝에 재회한 선비가 홀연히 떠나버린 것을 알고 기생은 망연자실했지만 이내 선비의 고고한 심증을 깨달았다. 선비의 사랑은 소유해도 선비의 몸은 소유할 수 없다는 것을 깨우친 기생은 선비의 깊고 높은 큰 사랑을 받았다는 것으로 스스로 위로하며 평생을 선비를 그리워하며 살았다. 이 기생이 유명한 평양기생 황진이다. 황진이는 평양기생으로 잘못 알고 있는데 사실은 개성기생이고 개성여인들은 미색이 뛰어나고 재주가 특출했다고 한다. 황진이가 그토록 사랑한 남자는 저서 화담집의 조선 성종 때 철학자 서경덕이다. 황진이를 만났을 때 서경덕이 푼 황진이의 글 뜻은 點一二口는 글자대로, 點一二口 이고 글자를 모두 합치면 말씀 (言) 자가 되고 牛頭不出 이란 소머리에 뿔이 없다는 뜻으로 牛에서 머리를 떼어 버리면 (午) 자가 되는 것이다. 이 두 글자를 합치면 허락할 허(許)자다. 결국 황진이는 서경덕에게 자신을 바친다는 뜻을 이렇게 사행시로 전한 것이다. 이 글자를 해역할 수 있는 능력이라면 자신을 송두리 바쳐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한 황진이의 기발한 사랑찾기가 절묘해서 옮겨왔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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