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하착 (放下着)과 착득거(着得去)

2015. 12. 27. 12:04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선불교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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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하착 (放下着)과 착득거(着得去)

한 스님이 탁발을 하러 길을 떠났는데,  

'사람 살려!' 하고 실낱같이 들려왔다.
어떤 사람이 절벽으로 굴러 떨어지면서 나뭇가지를 붙잡고 

발버둥을 치고 있는 것이었다.

'이게 어떻게 된 영문이오?' 하고 물으니
'사실은 나는 앞을 못보는 봉사 올시다. 

양식을 얻으러 가던 중 발을 헛딛어 굴러 떨어졌는데, 
뉘신지 모르오나 어서 속히 나좀 구해주시오!' 하는 것이었다.

스님이 자세히 아래를 살펴보니, 

뛰어 내려도 다치지 않을 정도의 위치였던 것이다.
그래서 스님이 장님에게 외쳤다.

'지금 잡고있는 나뭇가지를 그냥 놓아 버리시오.

그러면 더 이상 힘 안들이고 편안해 질 수 있소!'

'내가 지금 이 나뭇가지를 놓아버리면 

 낭떠리지로 떨어져 즉사할 것이니 제발 나좀 살려주시오~'

라고 애걸복걸 했다.

힘이 빠진 봉사가 손을 놓치자 땅밑으로 툭 떨어지며
가볍게 엉덩방아를 찧을 뿐이었다

 

그렇다. 우리도 앞못보는 장님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썩은 동아줄과 같은 물질을 영원한 생명줄로 착각하고

끝까지 붙들고 발버둥치는 불쌍한 우리네 중생들 . .

방하착(放下着)은 집착하는 마음을 내려 놓아라,
또는 마음을 편하게 가지라는 뜻이다.
우리 마음 속에는 온갖 번뇌와 갈등, 스트레스, 원망,

집착 등 욕심들이 얽혀있는데, 그런 것을 모두 

벗어 던져버리라는 말이 방하착이다.

조주선사는 방하착하지 못하겠다는 제자들에게

'그러면 계속 지고 가시게 - 착득거(着得去)' 했다고 한다.

우리는 꿈같은 세상을 살면서 지난일들을 내려놓지 못하고

지고다니면서 힘들게 살고 있지는 않는지 ㅡ
어제 동지가 지났습니다
새해에는 무거운 짐을 다 내리고 가벼운 지구여행을 해 봅시다. 

 

 

 ♧ 서리꽃 / 소화 고은영

 

생의 한계를 넘어서서

수정 같은 영혼의 시편을 그려내는

그것은 시리고 투명한 압화다

대롱대롱 이슬이 머문 자리

무형의 기억으로 유동 된

황홀한 일기다

하얗게 엉긴 월 삯의 꽃

빙점에 비로소 심장이 베이고

서러움이 피는 찰나 완성된 초현실주의

하얀 피를 흘리는 그리움의 배후에

끝내 말 못한 눈물의 결정으로

섭섭한 혼을 열어 날개를 펴는

슬픈 유언이다

 

- 운천 수영님 제공

 

 

어딜 그리 바삐 가는가                                              
 
이 몸은 공적(空寂) 하여
'나' 도 없고 '내 것'도 없으며, 진실한 것도 없다.
                         -화엄경-

이번 생 잠시 인연따라 나왔다가
인연이 다 되면 인연따라 갈 뿐이다.

장작 두 개를 비벼서 불을 피웠다면
불은 어디에서 왔는가.
장작 속에서 왔는가. 아니면 공기 중에서
그도 아니면 우리의 손에서 나왔는가.

아니면 신이 불을 만들어 주었는가.
다만 공기와 장작과 우리들의 의지가 인연 화합하여
잠시 불이 만들어졌을 뿐이고
장작이 다 타고나면 사라질 뿐이다.

이것이 우리 몸을 비롯한 모든 존재의 생사(生死)이다.
불을 어찌 고정된 실체라 할 수 있겠으며
‘나’라고 내세울 수 있겠는가.

다만 공(空)한 인연생 인연멸일 뿐이다.
여기에 내가 어디 있고
내 것이 어디 있으며 진실한 것이 어디 있는가.

다 공적(空寂)할 뿐이다. 이 몸 또한 그러하다.
인연따라 잠시 왔다가 인연따라 잠시 갈 뿐.

‘나’도 없고, ‘내 것’도 없다.
그러할진대 어디에 집착하고
무엇을 얻고자 하며 어딜 그리 바삐 가고 있는가.
갈 길 잠시 멈추고 바라볼 일이다.

- 목탁소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