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가 되어라 / 진제스님

2016. 1. 31. 12:06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제불조사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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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가 되어라                                                       

우리가 세상 일을 다 저버리고 절집에 와서
중노릇을 하는 것은 부모를 위해서 하는 것도 아니요,
남을 위해서 하는 것도 아니요,
오로지 자기 자신을 위해서 택한 것입니다.

마음 가운데 가지가지의
반연과 갈등은 다 놓아 버려야 합니다.
그러한 거짓된 것을 벗어 던지지
못할 것 같으면 이 공부는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는 법입니다.

금생에는 ‘반드시 견성(見性)하리라’는
작심(作心)을 하여 사람노릇하는 것을
포기한 채 어느 곳에서나 바보가 되어야 합니다.

어느 곳에서나 바보가 되어 버리면
걸음걸음 생각생각이 화두뿐입니다.
마음 가운데 화두
한 생각 뿐이면 힘들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 때는 결제 해제에 상관이 없고,
먹고 사는 것도 관여치 않으며
자기 몸뚱이까지도 다 잊어버리게 됩니다.

이러한 시간이 흘러야
대도(大道)의 문에 가까이 갈 수 있고,
필경에 대도의 문을 활짝 열어젖힐 수 있습니다.

그러니 공부는 먼저
마음자세부터 선을 분명하게 그어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10년 중노릇을 하나,
30년을 하나, 백발이 될 때까지 하나,
그 장단이 그 장단입니다.

보살님네, 처사님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절 저 절 전국 방방곡곡을 헤맨다고 해서
복이 쏟아지는 것도 아니고,
공부가 잘 되는 것도 아닙니다.

‘내가 할 일은
오로지 마음의 광명을 찾는 일뿐이다.’는
절대 부동(不動)의 마음자세에서
모든 허세를 다 벗어 던지고,
모든 반연을 다 끊어 버리고,
화두를 참구하는 법을 바로 배워서
일상생활 가운데 꾸준히 익혀가야 합니다.

어쨌든 가정을 가졌으니 아들 딸 뒷바라지는
해야 할 것이고 가정을 거두어야 하니,
그러한 세간 가운데서라도 화두를
놓치는 바 없이 간절하게 참구해야 합니다.
그리하면 마음 가운데 모든 습기(習氣)와
허점이 소멸되어 갈 것입니다.

‘가고 오고 말하는 이것이 무엇인고’
이 몸뚱이를 지배하는 참 주인공이 있어서,
일상의 생활 가운데 가고 오고 말하고
부르면 대답하고 오늘 이 자리에서
이렇게 법문(法門)을 듣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쓰고 있으면서도
거두어 얻지 못하고 알지 못하니 참으로
분하고 어리석은 노릇이 아닙니까 해서
이것을 알아야겠다는 간절한 일념(一念)에서,
뼈골에 사무치고 오장육부를 찌르는,
그러한 의심을 짓고 화두를 챙길 것 같으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공부가 무르익어집니다.

모든 잡념은 물러가고 화두 한 생각만
또렷이 드러나게 된다는 것입니다.

가나 오나 밥을 지으나
청소를 하나 직장일을 하나 잠을 자나,
일체처(一切處) 일체시(一切時)에
‘이 것이 무엇인고’하는 화두
한 생각만 또렷해지게 되면, 다겁다생(多劫多生)에
지어온 모든 습기(習氣)가 다 녹아 없어져 버립니다.


이러한 경계가 오면 스님네도 깨달을 수 있고,
보살님네도 깨달을 수 있고,
처사님네도 깨달을 수 있습니다.
깨닫지 않을래야 깨닫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 진제 스님

 

  
 




번 뇌 / 법정스님    

보고 싶은 만큼 나도 그러하다네
하지만 두 눈으로 보는 것만이 다는 아니라네
마음으로 보고 영혼으로
감응하는 것으로도 우리는 함께일 수 있다네

결국 있다는 것은 현실의 내 곁에 존재하지는 않지만
우리는 이미 한 하늘 아래 저 달빛을 마주보며
함께 호흡을 하며 살고 있다네
마음 안에서는 늘 항상 함께라네
그리하여 이 밤에도 나는 한사람에게 글을 띄우네

두 눈으로 보고 싶다고 욕심을 가지지 마세
내 작은 소유욕으로 상대방이 힘들지 않게
그의 마음을 보살펴 주세
한 사람이 아닌 이 세상을
이 우주를 끌어안을 수 있는 넉넉함과 큰 믿음을 가지세
타인에게서 이 세상과 아름다운 우주를 얻으려 마세

내 안의 두 눈과 마음 문을 활짝 열고
내 안의 시간과 공간이 존재하는 내 우주를 들여다 보세
그것이 두 눈에 보이는 저 하늘과 같다는 것을
이 우주와 같다는 것을 깨닫게 될 걸세

그 안에 내 사랑하는 타인도 이미 존재하고 있음이
더 이상 가슴 아파할 것 없다네
내 안에 그가 살고 있음이 내 우주와
그의 우주가 이미 하나이니
타인은 더 이상 타인이 아니라네

주어도 아낌이 없이 내게 주듯이
보답을 바라지 않는 선한 마음으로
어차피 사랑하는 것조차 그리워하고 기다리고 애태우고
타인에게 건네는 정성까지도 내가 좋아서 하는 일 아니던가

결국 내 의지에서 나를 위해 하는 것이 아니던가
가지려하면 더더욱 가질 수 없고
내 안에서 찾으려 노력하면 갖게 되는 것을 마음에 새겨 놓게나
그대에게 관심이 없다 해도 내 사랑에 아무런 답변이 없다 해도
내 얼굴을 바라보기도 싫다 해도 그러다가 나를 잊었다 해도
차라리 나를 잊은 내 안의 나를 그리워하세

그리움을 마주보며 함께 꿈꾸고 있기 때문이라네
두 눈으로 보고 싶다고 욕심을 가지지 마세
내 작은 소유욕으로 상대방이 힘들지 않게
그의 마음을 보살펴 주세



 


 




 나 없어라 / 법능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