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코흐곡선

2016. 2. 13. 20:29일반/생물·과학과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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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코흐곡선

- ‘자’다르면 잰 길이 달라…절대척도 없어 -
- 코흐곡선의 성질 ‘일체법 = 空’과 유사 -

같은 직선 도형도 측정할 때의 자에 따라 여러 값을 취하고 심지어 무한대일 수도 있다. 우리 상식으로는 받아들일 수 없는 말이다. 그러나 최근의 수학, 프랙탈 이론은 그것을 증명했다. 우리 나라 남해안처럼 리아스식 해안의 섬 둘레는 얼마인가?라는 문제를 생각하자. 프랙탈 이론의 창시자 만넬 부럿이 처음 제기한 문제다.

한 사람은 다리가 긴 롱다리이다. 그 보폭은 무려 5m, 걸음 수는 1000보. 따라서 해안선의 길이는 5km이다. 또 한 사람은 다리가 짧아서 숏다리. 그는 이 짧은 다리로 종종걸음을 하면서 들쭉날쭉한 해안선을 일일이 따라가며 재었다. 그의 보폭은 0.25m, 걸음 수는 6만보. 따라서 해안선의 길이는 15km나 되었다.

과연 어느 쪽의 측정값이 옳을까?
해안선의 모양은 들쭉날쭉한 톱니처럼 한없이 작게 이어져 있기 때문에 그 길이는 자에 따라서 얼마든지 늘어날 수 있고, 궁극적으로 그 길이는 자에 따라서는 무한대가 될 수도 있다. 수학자는 21세기를 앞두고 ‘자가 다르면 길이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발견하여 큰 충격을 받았다.

스웨덴 수학자 코흐(H. von Koch, 1870∼1924)가 만든 코흐 곡선이 있다. 코흐 곡선의 ‘생성자’(生成者)는 선분을 3등분해서 가운데의 선분을 위로 구부려 올려 만든다. 이렇게 해서 생성자는 길이가 원래 선분의 1/3인 선분 네 개로 이루어진다. 이 생성자를 축소해 가면서 새로 생긴 네 개의 선분과 바꾸어 간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 코흐곡선을 얻을 수 있다.

특히 해안선은 자연이 만든 곡선으로 우연의 요소가 들어 있어서 불규칙하다.
불교 철학은 어느 것도 절대적인 척도(尺度, 기준)가 될 수 없음을 일찍부터 강조해 왔다. 일체법(一切法)은 오직 연기(緣起)로만 형성되므로 자성(自性)이 없고 ‘공’(空)일 뿐이다. 코흐곡선의 성질은 그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이 세상은 코흐 곡선보다 훨씬 복잡하다. <임제록>에서는 이 사실을 ‘수처작립처개진’(隨處作立處皆眞, 절대적인 자리는 없으며 정한 척도대로 답이 나온다)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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