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상과 허상

2016. 2. 13. 20:48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오매일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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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상과 허상




모든 것이 스스로의 성품을 벗어나 밖에 따로 있지 않습니다.
스스로의 생각에서 드러나고 스스로의 의식과 감각을 통해 구상화됩니다.
이 섭리를 벗어난 것은 결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드러난 모든 것은 멈춰있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합니다.
멈춰있지 않기에 그것이랄 게 없습니다.

아무것도 그것이랄 게 없으나 모든 것이 다 있고,
모든 것이 있으나 그것이랄 게 따로 없으니 비었다고 합니다.

두두물물이 비었고, 생각생각이 비었습니다.
그러나 두두물물이 생동하고, 생각생각이 살아움직입니다.

감각과 생각을 따라가면 모든 것들이 실재하는 듯 여겨지나,
감각과 생각이 없다면 실재한다 할 수도 없고 사라졌다 할 수도 없습니다.

지금 느껴지는 느낌, 물질감과 무게감 그대로 그것이랄 게 없습니다.
바로 지금 당장 어떠한 것에도 의지하지 않는다면 아무일이 없습니다.
바로 지금 이 순간 온갖 일이 일어나더라도 아무 일이 없는 것입니다.

바로 지금 이 순간 온갖 일 그대로 공이며,
바로 지금 이 순간 공인 그대로 하나의 마음일뿐입니다.

텅빔인 채 모든 것이 하나입니다.
텅빔인 채 모든 것이 살아있습니다.
시간과 장소와 상황에 상관없이 늘 그렇습니다.

바로 지금 당장 이 모자람없는 진여실상을 깨달을 뿐입니다.
달리 시간과 노력을 들여 찾을 진실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만약 그러한 일이 따로 있다면,
그저 생각이라는 환상 속으로 빨려 들어가

거기에서 찾아낸 꿈과 같은 허상일뿐입니다.


- 릴라님


봄을 재촉하는 가랑비 / 유순옥 겨울의 터널을 빠져나와 하늘을 가린 구름이 하루 종일 빗물을 흩뿌리며 봄을 재촉하고 있구나. 잔설이 채 녹지 않은 계곡에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에 놀라 새근새근 잠자던 개구리가 폴짝폴짝 세상구경에 나서고 촉촉하게 내리는 가랑비에 오들오들 떨고 있던 버들개지 겨울 가고 봄이 온다고 배시시 눈 비비며 기지개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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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의 중심


천하에 어디 중심이 있으랴.
우리가 발 딛고 선 땅이 공처럼 둥근 것이라면
누구나 어디에 서 있건 중심이 된다.
문제는 그 사람의 마음이다.
항상 중심에 서서 살아가면서도
변두리 의식을 버리지 못하면 그는 영원한 주변인이다.

- 김종록의《장영실은 하늘을 보았다(2)》중에서 -

* 어디든 어머니가 계신 곳이 고향이 되듯,
어디든 내가 서 있는 곳이 곧 천하의 중심입니다.
그러나 먼저 내 안에 중심이 서 있지 않으면
아무리 천하의 중심이라 한들 의미가 없습니다.
중심없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늘 주변을 맴도는 사람으로 머물고 말테니까요.
중심이 서 있는 사람은
자기 안에 천하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며,
어떤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일희일비하지도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