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의 실천

2016. 2. 13. 20:57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불교교리·용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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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의 실천

마음공부는 깨달음의 공부입니다.


무언가를 배우고 익히며 특별한 능력을 쌓아나가는 공부가 아닙니다. 깨닫는 공부라면


무엇을 깨닫는 공부일까요? 바로 우리가 마주한 세상의 참모습을 깨닫는 것입니다.


이것을 근본이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이 세상의 근본은 어떤 특정한 모양이 아닙니다.


특정한 모양이라면 그 모양을 배우고 익혀야 하니 깨닫는 공부가 될 수 없습니다.

무엇이 근본일까요? 무엇이 모양은 아니지만 늘 여여한 진실이고 실재일까요?
바로 지금 이 순간 우리 자신을 떠나있지 않습니다.


모든 의도와 상념을 내려놓고 가만히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눈앞에 온갖 것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물론 눈앞이라고 하지만 특정한 공간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눈앞이란 지금 당장 현전하는 것이어서 달리 찾을 필요가 없고 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말합니다. 눈앞은 늘 눈앞이어서 우리가 달리 장소를 옮겨갈 필요가 없고


찾아 나설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진실이란 그리 어렵거나 거창하거나 고귀하거나 특별한 것이 아니라는 기본적인


이해가 필요합니다. 특히나 지금 당장 내가 처한 바로 이 상황을


벗어나 있지 않음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제 눈앞에는 컴퓨터의 모니터가 있습니다. 글자들이 계속 찍혀지고 있습니다.


건너편 거실에서는 큰 아이가 텔레비전에서 어드벤쳐 영화를 보며 웃고 있는


소리가 들립니다. 둘째는 거실과 제가 있는 방을 오가며 무엇이 없다고 찾고 있습니다.


왔다갔다 살아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 아이의 얼굴이 생생하고 그 아이의 움직임이


생생하고 그 아이의 목소리가 살아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믿고 싶은 것입니다. 내가 그 아이를 생각하거나 의식하지 않을 때조차


그러하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내가 스스로 그 아이의 이름을 생각하고 그 아이가


무언가를 찾고 있다고 의미를 두고 그 아이가 살아있다고 무의식적으로 믿고 싶습니다.


방금전에도 영어동화책을 들고 와서 같이 읽어달라고 조릅니다. 아주 생생합니다.


그러나 냉정히 볼 필요가 있습니다. 내가 그를 생각하거나 의식하거나 감각하지


않는다면 그는 생생히 존재한다고 할 수 없습니다.


지금 이 순간 목전에서 한 생각 일어나야 그가 살아있고, 그가 움직이고 사람처럼


드러납니다. 그 아이가 살아서 존재하는 게 아니라 ' 그 아이가 살아서 존재한다'는


나의 생각과 의식작용일 뿐입니다.

믿기 어려운 일이고, 믿고 싶지 않은 일이며, 부정하고 싶지만 면밀히 보면 이 사실을


벗어나 있지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그 아이는 그 아이가 아니라 내가 그 아이라고


의미부여하고 믿고 생각한 결과물일 뿐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대충 마무리할 수 없습니다. 이것은 아주 엄청난 사실을 예고합니다. 


 그 아이만 그러한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온 우주가 그렇다는 것입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부르고 의미를 정하고 살아있다고 믿기에 그가 나에게 꽃이 되고


사람이 되고 우주가 되고 온갖 것이 됩니다.


더 나아가 나조차 그렇다는 것을 놓치면 안됩니다. 내가 나라고 하고 나의 육체,


나의 존재, 나의 생존을 스스로 부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돌아보아야 합니다.


이 개체인 나도 저 아이 혹은 온 우주의 모든 것과 다를 바 없는 처지입니다.


그러니 사물을 쫓아갈 필요가 없습니다. 저 밖을 향해 찾아 나설 필요가 없습니다.


모든 것의 생사여탈권이 스스로에게 있습니다. 모든 것의 주인이 바로 자신이라는


것입니다.

만법이 객관적으로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감각과 의식작용의 결과물입니다.


만법에 나(我相)가 없습니다. 제법무아(諸法無我). 모든 것이 그것이랄 게 없는 것입니다.


지금 바로 이 순간 당장 눈앞에서 이 모든 것이 꿈결처럼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모두 그것이랄 게 없지만 모든 것이 다르지 않은 하나의 일로서 다양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릅니다.


만약 안다면 벌써 꿈속에 떨어진 것이어서 상념의 결과물일 뿐입니다.


그저 지금 당장 이 모든 것이 하나의 일로써 혹은 스스로의 일로써 꿈결처럼 펼쳐지고


있다는 사실. 이것을 깨닫는 것 외에 달리 이루거나 배울 일은 없습니다.

모든 언어가 그림자일 뿐이며 모든 경전의 언구가 환영과 같습니다.


사실 모든 경전의 말이 바로 이러한 사실을 깨닫게 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모든 것이 그러하니 그 어느 것 차별없이 동등하고 , 그 어느 것 구별없이 하나로 진실할


뿐입니다. 이것을 여실히 깨칠뿐 다른 공부가 없습니다. 달리 익히고 얻고 특별한 능력을


성취하는 것이 아닙니다. 만약 그러해야 할 게 따로 있다면 그저 꿈속에서 본 보배이고,


꿈속의 노래이며, 꿈속의 진실일뿐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당장 온갖 일이 있으나 아무런 일이 일어난 것이 아니고, 지금 당장 온갖 사물과


사람과 움직임이 역동하나 그런 일이 없을 뿐입니다. 이것이 분명해질 뿐입니다.

바로 지금 당장.
어떠한 헤아림과 공간적, 시간적 이동없이 하나로 진실하다는 자각.


그러니 어느 것에도 머묾이 없고 집착할 일이 없고 그것이랄 게 없는 것.


그 당연함이 바로 중도를 늘 실천하는 것입니다.




- 릴라

ㅡ대자연의 신비ㅡ

 

(편집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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