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마의 침상/유마경

2016. 3. 6. 16:43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유마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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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마의 침상

경전은 법을 곧 바로 가리켜 보이는 것이 아니라 여러가지 장면과 이야기,

혹은 말씀을 통해 비유적으로 표현합니다. 유마경도 이런 부분이 많습니다.

유마경에 나오는 한 장면입니다.

유마 거사는 문수보살과 여러 범천들의 문병을 받기 위헤 방에 있던 의자와 탁자,

온갖 물건들 그리고 시자와 경비원마저 모두 신통으로 없애버립니다.

방안 가득했던 온갖 물건들이 눈깜짝할 사이에 사라지고 사람들도 모습을 감춥니다.

그리고는 홀로 한 개의 침상에 병을 얻어 누워있습니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고, 아무도 의지할 사람이 없는 외로운 환자의 병상입니다.

방은 텅 비고 인적은 끊겼습니다. 우리 누구나 이런 상상을 할 수 있습니다.

정말 가난하고 의지할 사람이 없는 처지에 떨어진다면 나라고 차가운 방바닥에

병든 육신을 부려놓고 홀로 누워있지 않을 수 있을까? 처량한 생각부터 듭니다.

그런데 유마경은 특정한 사람만 이런 처지에 놓인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우리 모두가 본래 이렇다는 것입니다.

물론 드러나는 모양이야 재물도 있고 병간호해주는 사람이 함께 해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존재의 문제로 돌아갔을 때 어느 누구도 함께 아파줄 수 없고,

함께 죽을 수 없으며, 그 무엇도 의지의 대상이 되지 못합니다.

여기에서 슬퍼해야만 할 필요는 없습니다.

상대가 없는 홀로, 둘없는 절대고독이라면 문제는 달라집니다.

누구나가 오직 이 하나의 침상에 의지하고 있습니다.

누구나가 이 하나의 침상 자체입니다.
유마거사만 간직하고 있는 특별한 능력도 신통도 아닙니다.

우리 스스로가 모두 이러한 신통을 갖추고 있습니다.

하루 종일 온갖 일이 모두 이 하나의 묘한 일입니다.

유마가 방에 오직 침상 하나면 놓고 모든 것을 치워 텅 비웠다는 것은

이 하나뿐인 진실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방에 있던 탁자, 의자, 온갖 물건, 시자, 경비원들을 없앴다는 것은

이 모두를 저 밖으로 치우거나 내쫓아버렸다는 것이 아닙니다.

이야기로는 그렇게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말이 아닙니다.

탁자, 의자, 온갖 물건, 시자, 경비원이 있는 그대로 본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이 모든 것이 방안 가득 있었고 지금도 있으나 본래 없는 것입니다.

 

신통이란 바로 이것입니다. 손 하나 대지 않고 없애는 것이며, 힘 한번 들이지 않고

없는 것을 모두 제자리에 갖다 놓는 것입니다.

이것은 물리적이고 신비스러운 어떤 능력이 아니라

실제 우리가 마주한 세계의 참모습을 말하는 것입니다.

있는 그대로 그것이랄 게 없다는 자각, 이 모두가 상대없는 하나라는 돌이킴이

세상의 참모습에 눈을 뜨게 합니다.

우리는 하루에도 여러 번 희로애락을 경험합니다.

여러 번 천당과 지옥을 오갑니다. 하루에도 여러 번 사람 사이에서 갈등하며,

여러 번 온갖 일들에 막히고 채이고 흔들립니다.

마치 처음 유마의 방에 온갖 집기와 사람들이 가득했던 것처럼

이 세상도 꽉 차 있고 그 낱낱의 것들이 서로 제 행로를 따라 움직이면서

충돌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스스로가 일으킨 관념과 이미지와 의식에 사로잡힌 결과물입니다.

헛것을 보고 진짜라고 여긴 결과 균열이 생긴 것입니다.

모든 사건이 내가 일으켜 이름 붙인 것들이고 모든 존재들이 내게서 일어난

이미지와 관념에 맹목적인 믿음을 부여해 그렇게 보이는 것입니다.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속고 있을 뿐입니다.

모든 것이 다르지 않습니다. 예외없이 그렇습니다.

당장 바로 지금 이렇게 모든 것이 나고 사라집니다.

이것을 벗어난 것은 없습니다.

 모든 것의 본성은 하나입니다. 모든 것 그대로 하나입니다.

여기에는 시작도 끝도 없고 창조도 파괴도 없습니다.

여기에는 갈등도 자유도 없고 고통도 즐거움도 없습니다.

그저 여기에서 일어난 인연에 눈이 멀 때

이 모든 것이 있다고 여겨지는 것일 뿐입니다.

이 돌이킴이 한계 없는 해방을 가져다줄 것입니다.

소리가 드러나는 것이 신통이고,

저런 모양 이런 빛깔로 반짝이는 사물이 신비입니다.
생명 없는 낙엽이 차가운 바닥에서 뒹구는 것이 진정한 생명이고

손을 까딱거리는 것이 축복입니다.
진한 고통이 신의 은총이고, 아픈 마음이 이것을 또렷하게 보여줍니다.

그러니 온갖 일들이 와도 온 일이 없고 가도 가지 않습니다.

늘 오감 없는 이 하나의 진실뿐이니까요.
다만, 그저 드러난 자취에 속느냐 그렇지 않으냐가 사람 따라 다를 뿐이지요.
다르다고 하나 사실은 그런 일도 없습니다.

 

- 릴라님


 

지기추상 대인춘풍 (持己秋霜 待人春風)

"나를 지킬 땐, 秋霜과 같이 하고, 남을 대할 땐 春風과 같이 대하라..."

- 채근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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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지 마시라 !

비가와도 가야할 곳이 있는 새는 하늘을 날고
눈이 쌓여도 가야할 곳이 있는 사슴은 산을 오른다.

길이 멀어도 가야할 곳이 있는 달팽이는 걸음을 멈추지 않고
길이 막혀도 가야할 곳이 있는 연어는 물결을 거슬러 오른다.

인생이란 작은 배 -

그대, 가야할 곳이 있다면
태풍 불어도 거친 바다로 나아가라.

 

 

 

내 마음에는 사랑이 있다 / H.W. 롱펠로

바다에는 진주가 있고
하늘에는 별이 있다

그러나 내마음,

내마음,
내 마음에는 사랑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