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믿음과 인식

2016. 3. 12. 18:55일반/생물·과학과생각

728x90


<26>믿음과 인식

- 불자 ‘부처될 수 있다’무한 가능성 믿음 -
- 수학자 ‘무한의 유한화’ 전제 이론 연구 -

수학과 불교 철학의 가장 큰 공통성은 무한을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불교에서는 인간에게 불성이 있고, 인간이 수행을 거듭해 가면서 드디어 무한의 경지(부처)에 다다를 수 있다고 한다. 모든 수행자는 이 믿음에 근거를 두고 스스로 무한의 경지(大悟)를 얻으려 정진하고 있다. 불자는 이 경지를 마음의 세계에서 구한다. 한편 수학자, 특히 무한을 중심으로 하는 분야는 ‘무한을 인식할 수 있다’는 믿음(공리)에서 출발한다. 여기서 두 가지 물음이 나온다. (1) 무한이란 무엇인가(2) 무한을 인식할 수 있다는 뜻은 무엇인가 라는 것이다.

무한의 대상에 대한 작업은 끝이 없다. 우선 무한의 반대말 유한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유한의 대상에는 반드시 번호를 붙일 수 있고(순서를 정한다) 아무리 많은 바닷가의 모래알과 같은 것이라도 유한개라면 끊임없이 자리 매김을 계속해 가면 언젠가는 끝낼 수 있다.

중국의 설화에 ‘우공이산(愚公移山)’이 있다. 어느 할아버지 집 앞에 큰산이 있었는데 그것이 해를 가려서 농사를 망치게 하고, 겨울에는 추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할아버지는 그 산을 딴 곳으로 옮길 것을 결심하고 매일 산의 흙을 지게로 날랐다. 마을 사람들이 “당신은 이미 늙어 살 날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공연히 헛일을 하는군요. 그냥 편히 쉬시오”하고 권했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그렇지 않다. 내가 못하면 자식이, 내 자식이 못하면 내 손자가, 내 손자가 못하면 ……, 이런 식으로 일하다 보면 언젠가는 산이 옮겨진다”고 대답했다는 이야기이다. 이론상으로는 아무리 많은 것이라도 산의 흙덩이가 유한인 이상 그런 작업은 끝이 나게 마련이다. 그러나 무한개의 대상은 그럴 수가 없다. 본래 유한의 시간만을 살 수 있는 인간에게 있어서 그같이 끝없이 작업을 해야만 되는 무한이란 두려운 존재였다.

가령 1, 2, 3, …… 이라는 수를 셈해 가면 어디까지 가도 끝이 없는 무한이다. 간단한 1과 2 사이에는 무한의 수, 이를테면 1/2, 1/3, …, 1/n, … 등 무한개의 수가 있다. 길이 한 척(尺) 밖에 안되는 실을 매일 그 반씩 접는다 해도 언제까지고 그 작업은 끝이 없다. 이와 같이 무한은 비교적 간단하다. 해변에 흩어져 있는 모래가 우주

앙증맞은 새봄은 詩 / 김영국 싱그러운 아침 햇살 같은 너의 마음에도 따사로운 한낮의 봄별 같은 나의 마음에도 앙증맞은 새봄은 파릇한 새싹을 등에 업고 아장아장 우리 곁으로 걸어온다 종알종알 옹알이하듯이

 

 


3월로 건너가는 길목에서 / 박목월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바람결에는
싱그러운 미나리 냄새가 풍긴다
해외로 나간 친구의 체온이 느껴진다

참으로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골목길에는

손만 대면 모든 사업이 다 이루어질 것만 같다 


동, 서, 남,북으로 틔어 있는 골목마다
수국색 공기가 술렁거리고
뜻하지 않게 반가운 친구를
다음 골목에서 만날 것만 같다

나도 모르게 약간
걸음걸이가 빨라지는 어제 오늘
어디서나 분홍빛 발을 아장거리며
내 앞을 걸어가는
비둘기를 만나게 된다

무슨 일을 하고 싶다
엄청나고도 착한 일을 하고 싶다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바람 속에는
끊임없이 종소리가 울려오고
나의 겨드랑이에 날개가 돋아난다
희고도 큼직한 날개가
겨드랑이에 한 개씩 돋아난다

 


'일반 > 생물·과학과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28>현실성   (0) 2016.03.27
<27>무한과 창조   (0) 2016.03.20
<25>無와 0의 사이   (0) 2016.03.06
<24>패러다임 파괴   (0) 2016.02.28
<23>연기와 무한   (0) 2016.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