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미선(一味禪)

2016. 4. 9. 22:49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선불교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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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미선(一味禪)

지금 드러나기는 여러 맛으로 드러납니다.


삶의 신산스러운 매운맛, 환희와 즐거움의 단맛, 삶이 팍팍한 짠맛,


온갖 갈등의 신맛 등 삶의 모양을 따라가면 여러 가지 맛이 있습니다.


생각과 색깔과 모습까지 보면 다채롭고 변덕스러워서 헤아릴 수 없이 다양합니다.

처한 상황에 따라 해야 할 일과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쌓여있습니다.


그 사이에서 나라는 모습이 조그맣게 자리를 차지하고는


나아닌 것과 상대하며 씨름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이런 삶이 우리네 보통 삶의 모습입니다.


다섯 가지 맛의 분별만 있는 게 아니라 헤아릴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분리되고 분별되며 각양각색의 생각과 감정 상태, 빛깔, 모양이


하나의 맛이라는 것입니다. 모양을 따라가 그것이 실재한다고 믿고 사로잡히면


헤아릴 수 없는 맛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그 모든 모양이 실제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 모든 헤아릴 수 없는 생각과 감정과 모습과 빛깔 등의 분별은


바로 지금 이렇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바로 지금 이렇게 출몰하고 있습니다.

이 사실을 깨닫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는 분리와 갈등에 빠집니다.


우리가 마주한 세계의 참 모습에 어둡기 때문에 온갖 일이 펼쳐진다고 아우성입니다.

온갖 일이 바로 지금 목전의 한 맛입니다.
온갖 삶의 내적 외적 모습이 바로 지금 여기에서 나고 사라집니다.


여기에 특정한 위치와 시간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드러난 모습을 따라가지 않고 보면 당장 여기입니다.


아니, 여기이기도 하고 저기이기도 하고 지금이기도 하고 과거이기도 하고


손가락이기도 하고 하늘이기도 합니다.


모든 것이 이 한 개의 일로서 온갖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밖으로 내달리던 마음의 헐떡임을 멈추고 가만히 보십시오.


저 밖에 일이 있는 게 아니라 바로 지금 이렇게 모든 일이 나고 사라지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이 하나의 일이지만 하나에 구속되는 어떤 것도 아닙니다.


'하나'라는 것도 바로 이것입니다.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지만 모든 말이 이 한 맛이고,
뭐라 보여줄 수 없지만 모든 모습이 바로 지금 이 맛입니다.

온갖 생각과 감정과 사물에 사로잡혔던 마음을 돌이켜 이 모든 생각, 감정, 사물이


어디서 비롯되는지에 관심을 두어보십시오.
생각, 감정, 사물의 내용이나 모습이 아니라 이 모든 것의 근원이


어디에서 나고 사라지는지에만 관심을 가져보십시오.
우리가 눈여겨보지 못 했던 고요하고 평온하지만 항상 깨어있는 세계가


누구에게나 갖추어져 있습니다.


어떤 상황에 처해 있든 그 모습에 사로잡히지 않는다면


바로 현전하는 일없는 본바탕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모든 생각과 의도, 감정을 따라가지 않을 때 어떻습니까?

봄비가 촉촉이 내리고 있습니다.




- 릴라 임순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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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淸虛 (西山大師) 청허 (서산대사) 

          

            主人夢說客 (주인몽설객)        주인은 꿈에서 나그네와 말하고

            客夢說主人 (객몽설주인)        나그네는 꿈 속에서 주인과 말하네

            今說二夢客 (금설이몽객)        말하는 이 꿈 속의 두 나그네

            亦是夢中人 (역시몽중인)        역시 꿈 속의 사람들이지.


            葉自毫端出 (엽자호단출)        붓 끝에서 살아난 잎

            根非地面生 (근비지면생)        땅 위에 돋지 않는 뿌리

            月來無見影 (월래무견영)        달 떠도 그림자는 없고

            風動不聞聲 (풍동불문성)        바람에도 들리지 않는 소리.

 

 

 


당신의 가슴에 심은 나무

아무리 사람을 믿지 못해도
그의 가슴에 나무를 심을 수 없다고는
말하지 마라. 사랑이 다 지고 아무 것도
남을 게 없다고 슬프지도 마라.
당신이 사막이 되지 않고 사는 것은
누군가 당신의 가슴에 심은 나무 때문이다.

- 양정훈의《그리움은 모두 북유럽에서 왔다》중에서 -

* 내 가슴에
나무를 심은 사람을 기억합니다.
그 사람이 나무를 심어주지 않았다면
나는 아직도 메마르고 거친 사막처럼
황량해져 있을 것입니다.
나 또한 같은 마음으로,
오늘도 당신의 가슴에 나무 한 그루를 심습니다.
거친 모래바람에도 시들지 않을
아름다운 사랑의 꽃나무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