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가 갑인가, 민중이 갑인가
불교닷컴 [연재] 강병균 교수의 '환망공상과 기이한 세상'
I. 종교 유전자
인간에게는 종교를 믿게 하는 종교유전자가 있을까? 신을 믿게 하는 종교유전자가 있을까?
신이나 종교를 전혀 믿지 않고도 잘 사는, 마음에 허전함이 없이 사는 사람들(예상외로 많다)을 보면 생체유전자로서의 종교유전자는 없다.
사람이 종교를 믿게 되는 것은 문화의 영향이다. 알 수 없는 옛날부터 전해 내려온 문화의 힘이다. 그 증거는 개인의 종교가 (자기가 속한) 사회의 종교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점이다. 개인의 종교는 대체로 부모의 종교나 사회의 종교와 동일하다. 그러므로 종교유전자는 밈(meme 문화유전자)이다. 특정 종교에 대한 절대적인 확신은, 그 종교가 진리이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인 세뇌의 결과이다.
인간의 의식은 어린 시절에 인간의 문화에 의해서 집중적으로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다. 홀로 무인도에서 자라는 아이는 인간의 의식을 발달시키지 못한다. 늑대아이(werewolf)와 침팬지아이(werechimp)가 증거이다.
악마나 유령에 대한 공포와 믿음도 마찬가지이다. 왜 귀신은 다 여자이고 소복에 머리를 풀고 나타나는가? 신발은 안 신었으면서도, 왜 옷은 입어야하는가? 옷을 입는다면 브라자도 착용하는가 아니면 노브라인가? 옷을 입는다면 팬티도 입는가 아니면 노팬티인가? 팬티만 입은 귀신이나, 다 벗은 나체귀신이 없는 것은 정말 이상하지 않은가? 옷은 왜 흰색으로 단색이고 채색옷은 없는가? 저승에는 염색업체가 없다는 말인가? 귀신이 입는 옷·속옷·브라자·팬티는 어디 제품인가? 혹시 중국제는 아닌가? 맨발에 흰옷을 입고 머리를 산발한 여자귀신은 우리나라에만 있지 다른 아시아 국가나 서양에는 없다. 이런 관찰로부터 우리는, 유령은 문화현상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중음신(中陰身)에 대해서도 같은 질문을 할 수 있다. 우리는 ‘중음신이 옷·속옷·브라자·팬티·양말·신발을 입고 신는지’ 그리고 ‘만약 입고 신는다면 어디 제품인지’ 질문을 할 수 있다. ‘겨드랑이 털과 사타구니 털이 있는지’도 질문할 수 있다. ‘중음신이 되는 순간 다 없어지는지’ 그게 아니라면 ‘죽기 전에 미리 면도를 해야 하는지’도 질문 할 수 있다. 미처 면도를 못하고 임종하는 경우 ‘저승입구에 이발소나 미용원이 있는지’ 질문할 수 있다. 다음과 같은 일은 왜 안 일어날까?: 저승사자가 나타나서 말하기를, “며칠 후에 너를 데려갈 터이니 미리 겨드랑이 털과 사타구니 털을 면도하고 기다려라.“ 하하하.
겨드랑이나 사타구니 털도 없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수염 난 할아버지 중음신의 수염이 없어지는 경우가 없기 때문이다. 만약 수염이 없어지면, 자손의 꿈에 현몽해도 자손이 중음신을 할아버지인 줄 알아보지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겨드랑이나 사타구니 털도 없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보이는 곳의 털이 무사하다면, 보이지 않는 곳의 털을 구태여 없앨 필요가 없을 것이다.
종교인들이 수천 년 동안 종교를 온갖 ‘화려한 형이상학’과 ‘난해한 용어’와 ‘알 듯 모를 듯한 신비주의’로 포장을 해서, 사람들은 종교에 대해서 감히 원초적인 질문을 하지 못한다. 그러나 반드시 해야 한다. 종종 단순한 질문은 진실을 밝히기 때문이다.
갈릴레오가 “무거운 물체가 가벼운 물체보다 빨리 떨어진다고? 그거 사실이야?” 하고 2,000년이나 된 아리스토텔레스의 묵은 권위에 도전하며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면, 뉴톤의 만유인력의 법칙은 발견되지 못했을 것이고, 20세기 인공위성과 스마트폰의 발명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종교에 대해서 질문을 해야 한다. 묵은 환망공상(幻想·妄想·空想·想像)을 벗어나려면 질문을 던져야 한다.
예를 들어 조계종종정 진제 스님의 시자가 스님에게 ‘진화론이 참인지’ 질문을 하자, 진제 스님은 진화론을 부정했다. ‘처음부터, 시작을 알 수 없는 아득한 옛날부터, 개는 개를, 소는 소를, 말은 말을, 인간은 인간을 낳아왔지 영장류가 진화를 해서 인간이 되는 법은 없다’고 했다.
대수행자 송담 스님도 ‘원숭이가 진화해서 인간이 되는 법은 없다’고 진화론을 부인했다. 만약 시자가 질문을 하지 않았다면, 사람들은 ‘우주의 진리를 독점한 종교적 절대권위자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이처럼 진리추구의 시작은 ‘질문’으로 시작한다.
사회에 종교가 없는 것이 아니라 있다는 사실이, 구성원들로 하여금 종교를 갖게 하는 힘이다. 사람들은 사회에 이미 존재하는 종교 중 하나를 믿게 되지, 자기가 하나 새로 만들어 믿는 것은 아니다. (자기가 만든 것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하하하.) 자신의 능력의 한계를 잘 알고 있는 개인은, 무엇인지는 몰라도, 타인에게는 자신에게는 없는 능력이 있다고 믿기 쉽기 때문이다.
II. 피사기 유전자 Gullible Gene
왜 인간은 어처구니없는 주장들과 기괴한 주장들을 믿게 되는가?
기독교 천사, 유대교 천사, 케루빔, 회교 정령, 도교 신선, 도깨비, 아귀, 아수라 등등, 모두 모아놓으면 박물관이나 동물원을 차릴 수 있을 정도로 많다. 이들은, 믿지 않아도 되지만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믿는 이 대상들은, 제삼자가 보기에는 맨정신으로는 절대 믿을 수 없는 생물들이다. 많아야 한쪽의 기괴한 생물들만 참이고 나머지는 다 가짜인데, 사람들은 죽기살기로 믿는다. 아마 죄다 가짜일 확률이 무한대로 더 크다. (사람들은, 황우석은 입에 거품을 물고 비난하면서, 왜 이런 가짜 생물들을 만들어 낸 자들은 비난을 안 하는지 정말 이상한 일이다!) 안드로메다 외계인이 보기에 인간은 하나같이 괴이한 것을 믿는 생물들일 수 있다.
뉴기니의 '화물숭배 종교(Cargo Cult)'가 좋은 예이다. 뉴기니 원시인들은, 자기들의 신이 비행기로 좋은 물건들로 꾸린 화물을 보내준다고 믿고, 나무로 비행기 모양을 만들어 섬긴다. 자기들이 가난한 것은 자기들의 신이 보낸 화물을 백인들이 가로채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진지하게 그리 믿는다. 화물이 있는 곳을 안다고 주장하는 선지자도 존재한다! 심지어 원주민들의 화물에 대한 탐욕을 이용해 자기 잇속을 차리는 거짓 선지자까지 존재한다! 개미귀신의 신이 있다면 개미귀신 모습이고 개미의 신이 있다면 개미 모습이겠지만, 이 신들은 인간의 눈에는 모두 환망공상에 지나지 않는다.
종교가 참인지 거짓인지는 종교를 통해서는 절대 밝힐 수 없다. 종교는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무조건 참이라고 믿어야 구원을 얻는다’는 가정으로 출발하기 때문이다. 천재적인 수학자 괴델의 정리에 의하면, 특정 종교라는 특정 공리계 내에서는 그 종교가 참이라는 것을 즉 절대로 오류가 없다는 것을 절대 증명불가능하다.
마치 어느 남자(여자)가 자기에게 정신없이 빠진 여자(남자)에게 돈, 재산, 몸, 마음, 시간, 절대복종 등을 요구하는 것과 동일하다. 그런 남자(여자)를 만나면, 눈을 부비고 자기 이마를 세차게 때리고 정신을 차려 즉시 도망갈 일이다. 아무리 황당무계한 주장일지라도 자꾸 들으면 진짜처럼 들리는 신비로운 스톡홀름현상이 있기 때문이다. 공자님 말씀처럼 군자는 애초에 위험한 곳에 가지 않는 법이다.
세상일 중에는 그런 일이 많다. 한번 빠지면 재물, 몸, 마음을 다 빼앗기고 빈털터리가 되며, 건강은 상하고 마음은 황폐화된다. 그러니 일단 모두 바쳐야하는 일은 무척 조심할 일이다. 특히 형이상학적인, 초월적인 사기꾼들을 조심하라.
III. 종교 감별자, 과학
종교의 참·거짓여부를 밝힐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과학이다. 고고학, 천문학, 생물학에 의해서 지구·우주의 나이와 생물의 진화가 밝혀진 이래로, 종교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무너지고 있다. 지금 사람들이 종교를 믿는 것은, 문화로서이지, 진리로서가 아니다. 배우자가 완벽한 존재가 아니고 결점도 적지 않지만 같이 사는 것은, 사랑하기도 하지만, 같이 사는 것이 여러모로 좋아서이다. 종교도 마찬가지이다. 사람들이 ‘절대적인 진리로서의 종교’를 버린 지는 오래이다.
그러므로 이상한 소리는 모조리 가차없이 내다 버리라. (당신은, 당신 배우자나 연인을 몹시 사랑할지라도, 그들이 몹시 이상한 소리를 하면 즉시 간파하고 믿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지 말라고 충고할 것이다. 그것이 건강한 사랑이다.)
다른 사람이 제 맘대로 이상한 소리를 할 권리가, 즉 생각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있다면, 당신은 그 이상한 소리와 글이 거짓이라고 외칠 자유가 있다. 그들이 가끔 참을 말하긴 하지만 대체로 거짓을 말하는 것처럼(많은 경우 의도적일 뿐만 아니라, 참말보다 훨씬 더 많이 한다), 당신은 당신이 거짓일지 모른다는 두려움 없이 그들의 환망공상을 거부할 수 있다.
어느 종교인이 무슨 소리를 해도, 아무리 그럴듯한 소리를 해도, ‘그 소리를 사고 안 사고’는 전적으로 당신의 권리이다. 돈(헌금 보시)을 내는 이가 당신이라는 점을 잊지 마시기 바란다.
IV. 종교는 패키지로 사지 말라
모두 한날한시 한곳에 모여 만장일치로 경전을 기록한 게 아니라, 경전은 여러 사람들이 제각각 자기 이해와 생각과 지식과 무식으로 즉 환망공상적(幻妄空想的)으로 썼기에 경전에는 참과 거짓이 뒤섞여있다. (만약 절대지식이 존재한다면, 절대지식이라는 참값 앞에서는 모든 것이 어림값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체 정보는, 즉 불완전한 인간의 몸과 마음을 통과한 일체 정보는, 즉 감각기관과 뇌를 통과한 일체 정보는 환망공상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종교를 세트로 패키지로 구매하는 것을 절대로 거부하라. 반드시 세트로 패키지로 구매하라는 종교인들의 강권(强勸)·강매(强賣)에 속아 넘어가지 마라. 당신이 음식점이나 식품점에 가서 반드시 식품을 세트나 패키지로 여러가지 종류를 섞어 상자로 사야한다면, 용납하시겠는가. 게다가 상자가 엄청 커서 집채만 하면 어찌하나.
썩은 음식, 독있는 음식을 다 골라내려면 평생이 걸릴 수도 있다. 밑 부분이 바닥에 숨어서 썩어가며 독을 품는 음식은, 위에 있는 음식을 다 먹어야 드러난다. 하지만 드러날 즈음이면 이미 늦었다. 이미, 그 독에 오염된 음식을 다량으로 섭취했기 때문이다. 어떤 해독제도 안 들을 가능성이 크다. 이들은 온 마음이 ‘푸르팅팅’, ‘거무튀튀’하게 변하며 죽어간다.
과자가 귀하던 예전에는 온갖 과자를 모아놓은 종합선물세트라는 게 있었다. 과자가 귀하다보니 과자라면 뭐든지 맛있었기에 잘 팔렸다. 선물용으로 그만이었다. 요놈도 맛있고 저놈도 맛있고, 보기만 해도 즐거움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요즘처럼 과자가 흔한 시대에는, 과자에 물린 혀는 “맛없는 과자도 있다”고 주장한다. 이건 그냥 상식이다. 그래서 종합선물세트는 사라져버렸다.
풍요로움은 골라 사먹는 재미를 선사한다. 종교도 그렇다. 교통·통신의 발달로 우리 주위에는 무수히 많은 종교들이 있고 또 쉽게 접할 수 있다. 자기를 중심으로 수백, 수천 킬로미터 반경 내에 단 한 가지 종교만 있던 과거와 달리, 사방에 다양한 종교가 깔려 있으니, 이제 인간은 인류역사상 처음으로 종교를 골라먹을 수 있게 되었다. 다른 말로 하자면 민중이 ‘갑(甲)’이 된 것이다!
미래에는 우주에 흩어져있는 다양한 외계인들의 기기묘묘한 종교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그때는 식탁 위에 문어대가리 형상을 한 주님의 초상화를 걸어놓아야 할지 누가 알겠는가. 그날이 도래하기까지 지구상의 종교가 개혁과 진화를 거듭하여 멸종하지 않기를 바란다. 우주 종교계의 건강에 크게 기여하기를 기원한다. 세트나 패키지로 종교를 구입하는 것을 절대 거부하라. 그 안에 들어있는 온갖 잡동사니들을, 왜 써보기도 전에 품질이 좋다고 미리 인정해야 하는가.
종교경전에서 본인에게 도움이 되는 부분만 택하면 된다. 종교인들도 자기들끼리는 서로 옳다고 싸움으로 날밤을 세니 더욱 패키지로 구입할 이유가 없다. (심한 경우는 자기는 안 믿으면서 남들에게는 믿으라고 한다. 근자에 이런 노골적인 사기꾼들이 급증하고 있다.) 통(通)종교운동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다행스럽게도, 종교적인 주장은 특허가 없으므로 마음대로 가져다 쓰면 된다.
종교경전에 왜 저작권료가 없는지 아시는가? 성직자들은 좀스럽게 책(경전) 판매비용 같은 푼돈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고, 십일조와 성전건축헌금을 그리고 심지어 몸과 마음까지 바치게 만든다. 당신의 연수입이 오천만원이라면, 십일조는 오백만원이다. 이 돈이면 300권 책값이다. 그것도 매년 300권씩! 종교경전 책 한 권 받고, 책값으로 매년 300권 책값을 낸다! 그것도 죽을 때까지!
성직자들 입장에서는 신자들이 종교경전 한 권을 사면 평생 볼 터이니, 저작권료보다는 신도들을 세뇌시켜 죽을 때까지 헌금을 받는 것이 무한대로 이익이다! 다른 이유도 있다. 종교는 자기 교주의 절대적인 무오류성(infallibility)을 인정하므로, 교주가 남긴 경전을 개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다가는 이단이 된다.) 그래서 책은 한 권 사면 끝이다. 인쇄술의 발명으로 대량으로 문자화된 가르침은, 구전(口傳) 가르침과는 다르게, 변명할 길이 없음으로 인하여 손 볼 길이 없어져서, 종교적인 가르침은 그 많은 오류에도 불구하고 개정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이 점에서, 구텐베르크에게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
돈있는 사람은, 여러 상점에서 시간을 낭비하게 만드는, 패키지 여행상품을 거부한다. 이들을 위한, 강제로 상점으로 끌고 가지 않는, 고품격의 비싼 상품이 있다. 패키지 상품을 구매한 서민들은, 상인들의 세치 혀와 가이드의 부추김과 군중심리에 넘어가, 쓸데없는 물건들을 사니 손해가 막심하다. 여행이 끝나고 나면 “내가 이걸 왜 샀나?” 하는 한숨이 절로 나온다. 돈없는 사람들은 이래저래 손해를 본다. 부자들은 개인 여행을 하거나 자가용비행기를 타고 한다. 그러니 원치 않는 상점에 들러 허접한 물건들을 살 필요가 없다. 하지만 종교 구입에 있어서만은 당신도 부자가 될 수 있다!
패키지 상품은 위험하다. 30일간 세계여행 100개국 여행! 수능시험공부를 하는 것도 아니고, 벼락치기 공부를 하는 것도 아니고, 가기 싫은 곳까지 가야한다. 차라리 아시아 3개국이나 유럽 7개국이 낫다.
그러므로 꼭 종교 패키지를 사고 싶다면, 혹은 피치 못하게 사야 한다면, 좀 작은 크기의, 적당한 크기의 패키지를 고려하라. 66권 신구약이나 84,000대장경 등 경전전체 대신에 도마복음, 잡아함경 등으로 범위를 좁히는 것이 유리하다. 그 정도 규모로는 믿어도, 몽땅 다 믿는 것보다 훨씬 피해가 적으리라.
창세기에서 시작해서 레위기, 여호수아기, 마태복음, 도마복음, 요한복음에 요한계시록까지 (문자 그대로) 다 믿다가는 여간한 두뇌용량이 아니면 정신분열증에 걸리기 십상이다. (특히 구약과 요한계시록은 대단히 위험하다.) 머리가 좋아서 많이 기억할수록 위험하다. 서로 적대적인 경전구절들이 머릿속에서 시도 때도 없이 자기들끼리 전쟁을 벌이기 때문이다. 용케 정신분열증을 피해가는 행운이 일어나면 사이비교주가 된다. 운이 좋아야, 겨우, 다른 사이비(교주)를 섬기는 광신도가 된다.
매년 복어 독으로 사망하는 사람들이 생긴다. 독이 선사하는 알알한 맛을 잊지 못하기 때문이다. 독 있는 음식재료를 요리하려면 대단한 지식과 기술과 강심장이 필요하다. 참을 수 없이 먹고 싶은 경우에는, 되도록 소량만 이용하고, 깜빡해서 실수로 너무 많이 넣었으면 소량만 섭취하시라.
그리고 돈(몸과 마음과 시간)을 가진 사람은 당신이라는 것을 잊지 마시라. 맘에 안 들거나 수상하거나 냄새가 나면, 안 사면 그만이다. 사긴 샀는데 왜 샀는지 합리적인 이유를 댈 수 없다면, 당신은 세뇌를 당한 것이 분명하다!
(예를 들어 김연아가 나오는 광고를 보고 에어컨을 사는 것은 정말 불가사의한 일이다. 도대체 김연아와 에어컨 사이에는 무슨 관계가 있는가? 에어컨이 공중으로 도약해 3바퀴 반을 돌면서 시원한 바람이라도 일으킨다는 말인가? 전직 국회의원 이순재가 나오는 ‘라이나 실버보험’을 사는 것도 같은 정도로 불가사의하다. 아마 이순재 자신은 라이나 실버보험이 없을 것이다. 이게 제일 큰 문제이다. 광고에 나오는 인간들은 거짓말을 입에 달고 산다. 그리고 그 대가로 거액의 돈을 받는다. 물론 그 돈은, 그 사람들 말을 믿고 그 물건들을 산, 바보 같은 대중이 지불한다. 공작새 수컷이 화려한 꼬리를 자랑하는 것은 그런 꼬리를 만들 수 있을 정도로 풍부한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는 능력을 자랑하는 것이다. “나 건강하고 돈 잘 벌어요, 결혼해 주세요“라는 말이다. 마찬가지로 비싼 김연아를 모델로 쓸 정도라면 그 회사는 그만큼 부자라는 뜻이다. 그리고 그만큼 자사 제품에 자신이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 제품을 산다는 그럴듯한 진화론적인 설명도 있다: 소위 진화광고학이다. 하지만 광고모델들이 ‘제품에 대해서 잘 모르면서도 잘 아는 척’ 거짓말을 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인간은 사회적 생물이므로 남을 따라하는 것이 유리한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우리가 쓰는 지식과 생필품은 거의 모두 남들이 발견하고 만든 것이다. 그래서 인간은, 타인이나 외부정보에 의해, 쉽게 세뇌를 당한다. 어미에 대한 믿음은 패키지 믿음이고, 소규모 씨족 사회에서 지도자 할아버지에 대한 믿음도 패키지 믿음이지만, 이미 수만 년 전에서 수천 년 전 오래전의 일이다.
종교인들이 제일 싫어하는 것은 ‘개별적으로’ 감별당하는 것이다. ‘세트로’ 팔 수 없기 때문이다. 자기 말을 믿으려면 뭐든지 다 믿으라고 주장한다. 즉 세트로 사라고 한다. 문제는 일단 세트로 사면 그 다음부터는 ‘추가’ 세트를 마구 판다는 점이다. 무장해제당해 감별력이 마비된 당신은 마구 사는 수밖에 없다. 심한 말로 하자면, 당신은 상대방이 자기 환망공상을 마구 집어던져 넣는 쓰레기통이다. 인류종교역사를 보라. 교리는 무수히 바뀌어왔다. (설사 겉모습은 안 바뀌었어도, 그 해석은, 즉 속모습은 바뀌었다.)
거기 맞추어 민중은 끝없이 개정교리를 샀다. 쉽게 말해서 종교인들의 잡다한 환망공상을 산 것이다. 과감히 낡은 판을 버리고 새 판을 샀지만, 이것도 언젠가는 다음 판이 나올 터이니, 미래시점을 앞당겨 보면 이미 한물간 낡은 환망공상에 지나지 않는다.
V. 통 밖으로 나가야 통이 보인다
학자들과 종교인들이 평생을 연구·수행하고도 서로 다른 소리를 하는데, 무슨 수로 비전문가이자 평범한 당신이 어느 쪽이 참인지 밝혀낼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종교경전을 통해서 모든 진실을 발견하려는 것은 망상이다. 망상 중의 망상이다. 오히려 종교라는 통 밖으로 나오면 모든 것이 명백해진다. 기독교라는 통 밖으로, 회교라는 통 밖으로, 유교라는 통 밖으로, 도교라는 통 밖으로, 그리고 ‘참나 불교’라는 통 밖으로 나오라! 그러면 오히려 역설적으로 종교를 더 잘 알게 되고 더 사랑하게 되며 이것이 진정한 사랑이다. 세속적이건 영적이건 맹목적인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상대방이 가진 단점을 인지하였지만(그것도 복수로 많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이 지닌 원초적인 한계를 이해해주고, 껴안아주고, 버리지 않고 같이 사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다. 소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nonetheless love)이다.
그리고 망상과 헛소리 위에 건립된 신비는 가짜 신비이다. 환망공상적인 신비이다. 사실 위에 건립된 신비만이 참된 신비이다. 진화론과 우주론에 배치되는 망상과 헛소리 위에 건립된 신비는 이미 요란한 소리를 내며 무너지고 있다. 젊은 세대일수록 무종교인들의 비율이 급증한다는 점이 그 증거이다. 이들은 구세대의 종교적 망상과 헛소리를 참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종교는 근대인들의 눈에 비친 미신·무속과 다를 바가 없다. 그러므로 종교가 살아남으려면 망상과 헛소리를 걷어내야 한다.
종교는 칼이자 불이다. 잘 사용하면 문명의 이기이지만, 잘못 사용하면 찔리고 베이고 화상을 입는다.
당신은 ‘갑’이 되고 싶으신가? 아니면 그냥 ‘을’로 살고 싶으신가?
강병균 : 서울대 수학학사ㆍ석사, 미국 아이오와대 수학박사. 포항공대 교수(1987~). 포항공대 전 교수평의회 의장. 전 대학평의원회 의장. 대학시절 룸비니 수년간 참가. 30년간 매일 채식과 참선을 해 옴. 전 조계종 종정 혜암 스님 문하에서 철야정진 수년간 참가. 26년 전 백련암에서 3천배 후 성철 스님으로부터 법명을 받음.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은 석가모니 부처님이며, 가장 위대한 발견은 무아사상이라고 생각하고 살고 있음.
경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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