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8. 13. 22:43ㆍ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선불교이야기
공안참구 체계적 방법 제시
선의 종지를 드러냄에 집중
“흰 구름은 담담히 떠가고 푸른 물은 바다로 흘러가네. 만법은 본래 한가하건만 사람이 스스로 시끄럽구나.”(白雲淡 水注溟 萬法本閑 而人自鬧)
남양혜충(南陽慧忠, ?~775)이 지은 이 게송을 원오극근(圓悟克勤, 1063~1135)선사가 심도자(心道者)에게 주는 편지에서 인용, ‘오음(五陰)과 십팔계(十八界) 속에 갇히지 말고 새가 세장을 벗어난 듯 자유자재해야 한다’고 일러준 말이 <원오심요(圓悟心要)>에 나온다.
<원오심요>는 편지를 모아 놓은 서간집이다. 법을 묻는 선승들과 당시의 사대부들에게 써 보낸 편지를 모아 펴낸 이 책이 유명한 선사들의 다른 어록 못지않게 중요한 조사선의 지침서 역할을 해 왔다.
원오극근 선사는 바로 간화선의 완성자로 알려진 대혜종고(大慧宗苑, 1089~1163) 선사의 스승이다. 이 두 선사의 생존 당시 송나라의 사대부들 사이에 참선 공부를 하는 이들이 많았다. 일종의 유행처럼 너도 나도 참선에 관심을 가지고 유명한 선사들의 지도를 받고자 하는 이들이 많았다. 대혜의 <서장>이 모두 서간문인 것처럼 그의 스승 원오도 선법을 가르쳐 주는 편지를 많이 주고받았던 것이다. 이 점에서 보면 대혜가 스승 원오의 본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한 때 경전을 탐독하던 원오선사는 큰 병을 한 번 앓고 제방으로 행각을 떠났다.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여러 선사들을 참방한다. 옥천사 승호(承皓), 대위산 모철(慕喆), 황룡산 조심(祖心), 동림사 상총(常總) 선사 등 여러 선지식들을 찾아가 법을 묻다가 임제종 중흥조라 칭송되던 태평산 오조법연(五祖法演) 선사를 찾아가 머물며 지도를 받다 드디어 법을 전해 받는다. 그리하여 그는 선법을 널리 선양하기 위하여 <벽암록> 등의 저술을 남기고 문하에 대혜종고와 호구소륭(虎丘紹隆) 등 걸출한 선승들을 배출하고 임제선을 중흥시키기 위해 폭넓은 교화를 편다.
특히 이 시기에 공안참구에 대한 체계적인 방법이 제시되는데 원오는 여러 개의 공안을 다양하게 제시하는 반면, 대혜는 무(無)자를 중심으로 한 단일적 혹은 극소수의 공안을 제시하는 방법을 쓴다. 스승 법연과 제자 대혜 사이의 3대에 걸쳐 간화선이 확립되면서 선 수행의 역사상 가장 열심히 공안이 참구되던 시절이었다고 한다.
<심요>라는 제목은 직지단전(直指單傳)의 종지를 드러내고자 쓴 말이다. 편지마다 교리적인 이론에 빠지지 말고 오직 화두일념으로 참선할 것을 권한다. 내용을 살펴보면 출세간법을 추구하는 순수성을 강조하면서 속제의 문제에 공부 방해를 받아서는 안 된다는 요지의 말씀들이 설해져 있다. 상·하 양 권에 모두 143편의 편지가 수록되어 있는데 사대부들에게 준 편지는 32편이고 나머지는 선승들에게 준 편지다. 특이한 점은 선의 종지를 드러내는 일 외에 다른 이야기가 일체 언급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당시의 불교계에 있었던 일이나 사회적 문제에 대한 이야기가 전혀 없다. 덧없는 세속법을 생각하지 말고 오직 생사문제만을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도를 배우려면 모름지기 무쇠로 된 사람이라야 하니 시작하는 마음에서 결판을 내버려야 한다. 곧장 무상보리에 나아가려면 일체의 시비에 상관하지 말아야 한다.”(學道須是鐵漢 着手心頭便判 直趣無上菩提 一切是非莫管)
석문(石門)스님을 친견한 이부마(李駙馬)가 지어 올린 글을 소개한 대목이다.
<심요>는 원오선사가 평생에 걸쳐 주고받은 편지로 선사의 67세 때 쓴 편지도 수록되어 있으므로 제자들이 원오선사가 입적하기 수년 전이나 입적한 후에 편찬된 것으로 보인다. 원오선사는 73세로 입적하였다. 남송 고종(高宗)으로부터 원오(圓悟), 북종 휘종(徽宗)으로부터 불과(佛果)라는 호를 받았다.
'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 > 선불교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원효스님의 금강부동지 (0) | 2016.08.20 |
---|---|
언어는 사람을 구속하는 도구 (0) | 2016.08.13 |
그림의 떡으로는 허기를 채울 수 없구나! (0) | 2016.08.13 |
간절하고 간절해야 (0) | 2016.08.13 |
줄탁동시(啐啄同時) (0) | 2016.08.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