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이 없다

2016. 8. 28. 18:59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오매일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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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이 없다

진실은 모두 다 드러나 있어서 비밀스러운 깨달음의 뜻이 없습니다.
바른 법이라면 이미 만개해 있는 것이고, 감출 수 없는 것이며,


스승이 특정한 제자에게만 전해줄 수 없습니다.

진실이라면 스승이라고 감출 수 없고,


특별한 사람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진실이라면 특정한 수행과 행로를 따라간다거나


특별히 정해진 계단을 올라가야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한결같고 두루하고 언제 어디서나 충만한 것이라야 참된 것이지,


특별한 시간과 공간과 상황과 능력 속에서만 얻어지는 것이라면


돌아볼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니 바로 지금 당장 한결같은 것이고, 수행을 했건 하지 않았건


당면한 것이고, 특별한 능력을 갖추었건 갖추지 않았건


그 모든 능력의 바탕이고, 무엇을 알 건 모르건 그것을 넘어선 일입니다.

당장 한결같고, 당장 두루 하며, 당장 충만한 일이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곁에 스승이 있건 없고, 누구의 가르침을 받건 받지 않았건,


 공부를 많이 했건 그렇지 않았건, 노인이건 아이이건, 여성이건 남성이건,


착한 사람이건 악한 사람이건, 불행하건 행복하건, 움직이건 앉아있건,


어떤 시간, 공간, 상황, 상태에 상관없이 한결같은 것은 무엇입니까?

늘 있는 이 성성한 것입니다.
온 누리에 펼쳐져 있는 이 깨어있는 성품입니다.
매미가 여기에서 울고, 아이가 여기여서 인형놀이를 하고,


자동차가 여기로 지나가며, 내 머릿속에서 생각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여기 이것에서 펼쳐지고 있습니다.

현상을 따라가는 마음의 행로를 멈추었을 때 비로소 자각됩니다.
일어나는 것을 분별하여 따라가 사로잡히는 마음의 분주함이 멈추어지면


모든 것에서 이 거울과 같은 투명한 깨어있음이 깨달아질 것입니다.
더 세밀한 안목으로 보면 나고 사라지는 것이 이것이어서


이것과 현상이 둘이 아님을 깨달을 것입니다.

그러니 무엇이 나고 사라지든 늘 한결같을 것이고,
좋고 나쁜 일이 일어나도 지킬 마음이 따로 없어서


온갖 것에 자연스럽게 일체가 될 것입니다.
매사에 장애 없이 흐르면서도 어떠한 흐름에도 물들지 않을 것입니다.


 


- 릴라님 (몽지와릴라 밴드에서) 


 


 

 

물빛 1 / 마종기


 


내가 죽어서 물이 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가끔 쓸쓸해집니다.


산골짝 도랑물에 섞여 흘러내릴 때, 그 작은 물소리를 들으면서 누가 내 목소리를 알아들을까요.


냇물에 섞인 나는 물이 되었다고 해도 처음에는 깨끗하지 않겠지요.


흐르면서 또 흐르면서, 생전에 지은 죄를 조금씩 씻어내고, 생전에 맺혀 있던 여한도 씻어내고,


외로웠던 저녁, 슬펐던 앙금들을 한 개씩 씻어내다보면, 결국에는 욕심 다 벗은 깨끗한 물이 될까요. 정말 깨끗한 물이 될 수 있다면 그때는 내가 당신을 부르겠습니다.


당신은 그 물 속에 당신을 비춰 보여주세요. 내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주세요.


나는 허황스러운 몸짓을 털어버리고 웃으면서, 당신과 오래 같이 살고 싶었다고 고백하겠습니다.


당신은 그제서야 처음으로 내 온 몸과 마음을 함께 가지게 될 것입니다.


누가 누구를 송두리째 가진다는 뜻을 알 것 같습니까.


부디 당신은 그 물을 떠서 손도 씻고 목도 축이세요. 당신의 피곤했던 한 세월의 목마름도


조금은 가셔지겠지요. 그러면 나는 당신의 몸 안에서 당신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나는 내가 죽어서 물이 된 것이 전연 쓸쓸한 일이 아닌 것을 비로소 알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