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있는 성품

2016. 9. 3. 17:55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선불교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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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있는 성품

숭악(嵩嶽)의 파조타(破竈墮) 스님은 이름을 알지 못한다.

말과 행동을 예측하기 어려웠는데 숭악에 숨어 살았다.


그 산등성이에 사당이 있었는데 매우 영험하였다.


전각 안에는 오로지 한 개의 부뚜막만 있을 뿐인데 원근에서


제사가 끊이지 않아 산목숨을 삶아 죽이는 일이 매우 많았다.
스님이 하루는 시자 스님들을 이끌고 상당에 들어


주장자로 부뚜막을 세 번 두드리고는 말했다.
“어허! 이 부뚜막은 다만 진흙과 기와가 합해서 이루어진 것일 뿐인데,


성스러움은 어디에서 오고 영험은 어디에서 일어나기에


이렇게 산목숨을 삶아 죽이는가?”


그리고 다시 세 번 두드리면서 말했다.
“무너져라. 무너져라. 부서져라. 부서져라.”
그러자 부뚜막이 부서져 무너지자 잠깐 사이에 푸른 옷에 높은 관을 쓴


한 사람이 나타나 홀연히 스님 앞에 절을 하였다. 스님이 물었다.
“무엇하는 사람이냐?”
그가 말했다.
“저는 본래 이 사당의 조왕신(竈王神)인데, 오랫동안 업보를 받다가 오늘 스님께서


무생(無生)의 법을 말씀해 주시는 것을 듣고 이 곳을 벗어나 하늘에 태어나게 되어


감사드리기 위해 특별히 왔습니다.”
스님이 말했다.
“그것은 그대에게 본래 있는 성품이지 내가 억지로 말한 것이 아니다.”
조왕신이 다시 절을 하고는 사라졌다.




조금 있다가 시자들이 스님에게 물었다.
“저희들 여러 사람은 오랫동안 스님을 곁에서 모시고 있었어도


스님이 입이 쓰게 저희에게 곧장 일러주시는 말씀을 듣지 못했는데,


조왕신은 무슨 가르침을 얻었기에 하늘에 태어날 수 있습니까?”
스님이 말했다.
“나는 다만 그에게 진흙과 기와가 합해서 이루어진 것이라 말했을 뿐


별다른 도리를 말한 것이 없다.”
시자들이 말없이 서 있자 스님이 말했다.
“알겠느냐?”
시자들이 말했다.
“모르겠습니다.”
스님이 말했다.
“본래 있는 성품을 어째서 알지 못하느냐?”
시자들이 이에 절을 올리는데 스님이 주장자로 시자들의 머리를 두드리며 말했다.
“무너져라. 무너져라. 부서져라. 부서져라.”
무리들이 일시에 깨달았다.

- 경덕전등록, 선문염송(禪門拈頌)






 


 


주인이 스스로 주인인 줄 알지 못하면 엉뚱한 손님을 주인으로 섬기고


스스로는 손님의 처지에 만족하게 됩니다.


본래부터 있던 것이 주인이고 바깥에서 들어온 것은 모두 손님입니다.


언제 어디서나 주인이 주인 자리에서 벗어나지 않을 때


모든 것은 있는 그대로 진실하게 됩니다.

오조(五祖) 홍인(弘忍)의 여러 제자 중 한 사람인 혜안(慧安) 국사의 법을 이는


파조타 화상은 이름이 알려져 있지 않았습니다.


예화에서처럼 자신이 머물던 숭악(崇嶽)의 조왕신(竈王神)을 때려 부순 일 때문에


훗날 파조타(破竈墮)라고 불렸다 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이 어리석어 자기를 잃어버리고는,


돌이나 나무, 쇠붙이나 흙덩이로 만든 우상에 무슨 영험이 있는 양 섬깁니다.


파조타 화상은 시자들을 데리고 조왕신이 있는 곳에 가서


“인연 화합으로 이루어진 것이 무슨 영험이 있단 말이냐?” 하며


주장자로 부뚜막을 두드렸습니다.

이 일로 부뚜막은 무너지고 부서져 조왕신은 태어남이 없는 법을 깨달아


하늘에 태어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파조타 화상을 오랫동안 곁에서 모시고 있던


시자들은 이 일을 보고도 전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자신들이 받지 못한


가르침을 조왕신은 받은 것이 아닌가 하고 파조타 화상에게 물었습니다.

그러자 파조타 화상은 “본래 있는 성품인데 어째서 알지 못하느냐?”라고 하면서


절하는 시자들의 머리를 주장자로 톡톡 때렸습니다.


그 순간 시자들이 일시에 깨달은 바가 있었다고 합니다. 어떻습니까?


여러분들 역시 깨달은 바가 있습니까? 본래 있는 성품인데 어찌 깨닫지 못합니까?

제 손으로 제 머리를 똑똑똑 두드려 보십시오.


본래 이 육신을 온갖 물질적 요소가 화합하여 이루어진 것인데 어떻게 보고 듣고


 느끼고 아는 신통과 묘용을 부릴 수 있을까요?


두드리는 이것은 무엇이고, 두드리면 아픈 줄 아는 그것은 또 무엇입니까?


이것이 본래 있는 성품 아니겠습니까?

똑! 똑! 똑!

무너져라. 무너져라. 부서져라. 부서져라.

언제나 변함없이 늘 있는 것만이 본래 있는 주인이고, 인연 따라 나타났다 사라지는


기분, 감정, 느낌, 생각들은 뜨내기손님입니다.


주인이 늘 주인 자리에 있기에 손님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것입니다.


손님은 왔다가 가지만 주인은 온 적도 없고 가지도 않습니다. 태어난 바 없는 법입니다.

똑! 똑! 똑!

무너져라. 무너져라. 부서져라. 부서져라.




- 몽지 심성일님 (몽지릴라 밴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