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의 갈림길에서 / 수불스님

2016. 11. 20. 15:09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제불조사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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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의 갈림길에서 / 수불스님 

 

 

 

 

 

잔물결이 치는 호수 저 너머에

한 줄기 소나기가 내리는 모습이 장관이다.

혼자서 노 젓고 있는 뱃사공의 심정은 어떠할까.

 

멀리서 바라보고 있는 입장에서야

풍광에 취해 상대를 잊고 있지만

직접 배를 움직여 보지 않고서

어찌 알 수 있겠는가.

 

여유로운 듯하지만

알고 보면 실로 위태롭기 짝이 없어서

한 치의 틈도 용납하지 않음이로다.

 

 

 

 

 

 

 

 

생사의 갈림길이란 이와 같아서

서로를 돌아보지 않는 줄 잘 알아서

기회가 주어졌을 때

선을 다해 활용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로다.

 

노련한 뱃사공도 이러할진대

아무것도 모르는 입장에서 생사가 들이닥쳤다면

제대로 벗어날 수 있겠는가.

 

그래도 한가할 때 준비할 수 있어야

생사의 갈림길에서 어려움을 당했을 때

조금의 여유로움이라도 가지게 될 것이다.

 

 

 

 

 

 

 

 

이렇듯 호수 한 가운데로 나아갈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면

돌아 나올 수도 있어야

힘을 가지고 있는 자의 여유로움이

자연스럽게 배어나올 수가 있을 것이다.

 

위기가 닥쳐오면

마음먹은 대로 움직여진다는

보장이 있겠는가.

실로 알 수 없음의 연속이어서

쉽게 벗어날 수가 없을 것이다.

 

여유로울 것 같아도 위태로울 수가 있으니

흐름을 탈 수 있다면 무슨 어려움이 있으랴

 

--- 수불스님 ---

 

 

 

 


 

    




늦가을을 살아도 늦가을을 몰랐지 / 문태준


              
있어도,
있는 줄 몰랐던 때가 있었다.
어떤 것에 대해서는 그랬다.
젊음이 그랬고
친구가 그랬고
사랑이 그랬다..

때로는,나이를 든다는 것이 그랬고
때로는,내 입에서 튀어나간
가시돋힌 말들이 그랬고
때로는 이별이 그랬다.

어떤 것은 내게 소중했었다.

어떤 것은
내게서 무심히 돋아나와
누군가를 상처 입혔었다.

그리고 또 어떤 것은
내 인생의 황금기에서 나를
내 삶의 끝자락 어디쯤인가로
끌어 내리기도 했었다.

나는 시간이 지난 후에야,
있었는데도
있었는 줄 몰랐던 것들을 볼 수 있었다.

소중한 것들이 사라진 빈 자리를,
나 때문에 상처입은 누군가의 붉은 환부를
불빛이 사라지고 난 뒤,
어두워진 내 삶의 그늘들을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

 





 

 

嗟見多知漢(차견다지한) : 내가 보니 이 세상에서 많이 아는 자

終日枉用心(종일왕용심) : 온종일 허덕이며 마음을 쓰네,

 

岐路逞嘍囉(기로영루나) : 갈림길에서 거리낌 없이 지껄이어

欺謾一切人(기만일체인) : 모든 세상 사람들을 속여먹나니

 

唯作地獄滓(유작지옥재) : 오로지 지옥 들어갈 더러움만 만들고

不修來世因(불수내세인) : 오는 세상 좋은 인(因) 닦지 않는구나.

 

忽爾無常到(홀이무상도) : 아아, 어느 새 무상은 닥치리니

定知亂紛紛(정지난분분) : 너는 틀림없이 어쩔 줄 모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