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물건도 없는 여기 / 릴라님

2016. 12. 4. 12:26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선불교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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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물건도 없는 여기

바로 지금 여기가 진실의 장입니다.
바로 지금 여기가 궁극적으로 도달해야 할 곳입니다.
바로 지금 여기에 아무 일이 없습니다.
바로 지금 여기에서 이것저것이 따로 있다는 관념이 해체되어

사라져 버릴 뿐 아무것도 얻을 것도 잃을 자도 없습니다.

바로 지금 당장 몸이 움직이고, 생각이 움직이고, 감정이 일어납니다.
바로 지금 이 순간 소리가 드러나고, 감촉이 느껴지고, 형형색색이 펼쳐집니다.
그러나 그 모든 모습과 빛깔과 움직임들이 자취가 없고 실체가 없습니다.
움직이는 것으로 드러나고 멈춰있는 것으로 드러나지만

그것은 텅 빈 의식의 투영일 뿐입니다.

모든 것이 다 드러납니다. 모든 것이 지금 꿈틀대고 있습니다.

모든 것들이 그곳에 그 자리에 있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표현과 움직임과 존재감들이 인연 따라 어우러져 일어난

그림자들과 같습니다. 그림자와 같다는 것은 있는 그대로 텅 비었다는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 이 그림자와 같은 것들이 쉼 없이 생동합니다.
지금 이 순간 모든 것들이 이름을 달리하고, 개념을 달리하고,

선악을 달리하고, 정의와 불의를 달리하면서 명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은 본래 실체가 없는 것이고 있는 그대로 아무 일이 없는 것입니다.
이것이 진실이며, 이것이 바로 지금 여기이며, 이것이 이것이며, 이것이 깨달음이며,

이것이 참된 나이며, 이것이 세상의 진면목입니다.

순간순간 있는 그대로 아무것도 따로 있지 않는 것, 한 물건도 없는 것.

따로 있다는 고정관념을 거두고 바로 보면, 아무것도 없지만 죽어있지 않는 이것이

세상의 전부임을 스스로 알 것입니다.

어느 것도 실체가 없지만, 전체가 하나로 살아 움직임을 실감할 것입니다.

이런저런 말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이런저런 말을 하는 이유는

이러한 소식이 누구에게나 있으니 스스로 겪어보라고 하는 것입니다.

 

- 릴라님


 

12월의 독백 / 오광수

 

남은 달력 한 장이

작은 바람에도 팔랑거리는 세월인데

한해를 채웠다는 가슴은 내놓을 게 없습니다


욕심을 버리자고 다잡은 마음이었는데

손 하나는 펼치면서 뒤에 감춘 손은

꼭 쥐고 있는 부끄러운 모습입니다

 

비우면 채워지는 이치를 이젠 어렴풋이 알련만

한 치 앞도 모르는 숙맥이 되어

또 누굴 원망하며 미워합니다


돌려보면 아쉬운 필름만이 허공에 돌고

다시 잡으려 손을 내밀어 봐도

기약의 언질도 받지 못한 채 빈손입니다

 

그러나, 그러나 말입니다

해마다 이맘때쯤 텅빈 가슴을 또 드러내어도

내년에는

더 나을 것 같은 마음이 드는데 어쩝니까?


  "조율 한번은 해냅시다"


1. 갈증,

 2. 내나라 내겨레, 

3. 홀로아리랑,

 4 ,조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