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2. 4. 13:08ㆍ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선불교이야기
공을 알면 / 지안스님
중관사상 천명 역점…쟁론에 대한 회답
‘공’ 알면 닦는 데로 마음 돌릴 수 있어
용수(龍樹, Nagarjuna)가 지은 여러 논서 중에 <회쟁론(廻諍論)>이 있다.
이 논서도 다른 용수의 저술과 마찬가지로 공(空)의 이치를 드러내는 중관사상을
천명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이름을 ‘회쟁론’이라 한 것은 쟁론에 회답한다는 뜻에서이다.
번역자는 후위(後魏) 때 인도 출신의 비목지선(毘目智仙)과 구담유지(瞿曇流支)가
업도(鄴都)의 금화사(金華寺)에서 541년에 번역한 것으로 되어 있다.
이 논의 내용을 살펴보면 게송과 그 게송을 해석한 산문으로 되어 있는데 서로
논쟁을 벌이는 형식으로 서술되고 있다. 이 세상 모든 것은 인연으로 생겼다
인연으로 없어지므로 고정된 실체가 없는 ‘공’이라는 것과 이 ‘공’이라는 이치를
깨달으면 불도를 닦는 데로 마음을 돌릴 수 있다고 설한 것이 이 논의 대의이다.
전개되는 내용을 보면 세 부분으로 나뉘어져 먼저 첫 부분에서 모든 것이
공하다는 주장에 대한 반론을 가상적으로 제시하고 둘째 부분에서 그 논거를
하나하나 논박해 나간다.
그리고 마지막 셋째 부분에서 공의 이치를 바로 알아야 불도를 믿고
닦아 나갈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인연으로 생기고 없어지며 고정된 실체가 없는 것을 ‘공’이라 한다고 하자.
그렇다면 예를 들어 보건대 식물의 싹이 씨앗, 흙, 습기, 온도 등 여러 가지
인연에 의해 생겨난다. 싹이 본래부터 씨앗 속에 들어 있은 것이 아니고
습기나 온도 속에 들어 있던 것도 아니다.
또 어딘가에 따로 있다가 나타난 것도 아니다. 싹은 인연에 의해 생기는 것처럼
인연에 의해 없어져 버린다. 이러한 논거로 싹 자체의 실체가 없다고 하며
같은 방법으로 세상의 모든 것이 실체가 없는 ‘공’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것을 부정하는 수단으로 사용하는 언어 곧 ‘공’이라는 것은 말일 뿐이다.
말도 인연에 의해 생겨나는 것이며, 말을 만드는 여러 가지 인연인 목구멍, 입술,
혀, 이빨, 코 속에 본래 들어 있던 것도 아니고 어딘가 따로 있다고 나타난 것도 아니다.
따라서 말 자체도 실체가 없는 ‘공’한 것이다.
따라서 ‘공’하다고 해봐야 말이 공한데 공하다고 할 수 있는가?
불이 있어야 태울 수 있고 칼이 있어야 벨 수 있는 것처럼 말이 있어야 공하다고
부정할 수 있을 것 아닌가?
혹 다른 모든 것은 ‘공’하지만 ‘공’하다는 말은 ‘공’이 아니라고 주장하려는 것이 아닌가?
이미 모든 것은 공하다고 한다면 말도 그 모든 것 가운데 하나다.
‘공’하다는 말이 ‘공’이 아니라면 ‘공’하다고 주장 할 수 없다.”
이러한 질문에 대한 대답이 다음과 같이 나와 있다.
“그대가 말하는 것처럼 일체 사물 현상과 마찬가지로 언어도 인식도 ‘공’하다.
바로 이 때문에 나의 주장 ‘공’하다는 것이 성립되는 것이다.
‘공’이란 인연으로 생기는 것에 대하여 그 실체가 없다는 의미에서 하는 말이다.
무엇이든 그 실체가 있다면 인연을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고 인연으로 생겨나거나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실체가 없는 것을 결국 ‘공’이라 하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것, 언어나 사유, 공까지도 인연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인연으로
생겨나는 것을 ‘공’이라 말할 수 있지 않겠는가?
모든 것이 ‘공’하다는 불도의 참된 이치에 의하면 여러 가지 사물현상의 존재를
전제로 하는 모든 것이라는 말 자체가 성립되지 않으며 애당초 그 무엇에 대해서도
말할 것이 없다.
이 때문에 부처님도 세상의 이치에 의지하지 않고는 참된 진리를 가르칠 수
없다고 하였다.”
마지막으로 회향게라 할 수 있는 송구가 설해져 있다.
“‘공’과 실체, 안연의 세 가지를 중도의 한 이치로 풀었나니
더없이 지혜로운 부처님께 모든 것을 의탁하여 예배하나이다.”
- 지안스님
추억이 흐르는 즐거운 가요산책 43곡
'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 > 선불교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물가에서 목말라 죽은 놈이 있다 / 설봉의존雪峰義存선사 (0) | 2016.12.11 |
---|---|
동산양개(洞山良价), <오도송(悟道頌)> (0) | 2016.12.11 |
한 물건도 없는 여기 / 릴라님 (0) | 2016.12.04 |
가도 가도 본래의 그 자리 (0) | 2016.11.05 |
참선수행자가 임종(臨終)하는 방법 (0) | 2016.10.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