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가현각 선사의 ‘선종영가집’

2016. 10. 30. 18:30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선불교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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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가현각 선사의 ‘선종영가집’




 


계정혜 의거 수도 대의 설명


계학없이 정·혜 이룰 수 없어


 


 


육조 혜능의 5대 제자 가운데 한 사람인 영가현각(永嘉玄覺, 665~713) 선사가 지은 <선종영가집>은 매우 중요한 수행의 지침서로 평가 받아온 저술이다. 수도(修道)의 대의를 계(戒)·정(定)·혜(慧) 삼학에 의거하여 종합적으로 설해 놓은 내용으로 전문을 십과(十科)로 나누어 설해 놓았다. 재래 전통강원에서 수학해 온 사집(四集) 과목인 <서장(書狀)>, <도서(都序)>, <선요(禪要)>, <절요(節要)>에 이 영가집을 포함 오집(五集)이라 부르기도 했다.


내용을 살펴보면 영가의 본문을 석벽(石壁)을 주석하고 우리나라 조선조 초기의 함허(涵虛)의 설의(說誼)가 부가 되어 있다.


이미 <증도가(證道歌)>의 저자로 일숙각(一宿覺)이란 별명으로 널리 알려진 선사는 육조를 처음 뵈었을 때의 일화가 유명하다.


처음 육조를 찾아뵈었을 때 육조를 세 번 돌고나서 석장을 짚고 육조 앞에 버티고 섰었다.


그를 본 육조가


“스님은 어디서 왔기에 거만한가?”


“나고 죽는 일이 중대하고 무상이 빠릅니다.”


“나고 죽는 것이 없고 무상이 빠른 것도 없다는 것은 왜 모르는가?”


“나고 죽는 것이 본래 없다는 것을 아는 것은 나고 죽는 것이 없고 무상이 빠른 것을 아는 것은 빠르지도 않습니다.”


“그러하니라.”


이상과 같은 대화를 나누고는 하룻밤 쉬어가라는 육조의 말에 하룻밤 잤다 하여 일숙각이란 별명을 얻었다.


<영가집>은 수행에 관한 매우 자세한 내용을 담고 있다. 먼저 제1과에서 도를 닦으려면 입지(立志)를 바르게 하여 의(衣) · 식(食) · 주(住)를 절약하여 검소하게 생활하여 신(身) · 구(口) · 의(意) 업을 단속하여 계행을 잘 지켜야 한다는 수행의 기본자세부터 강조한다. 계학(戒學)이 없이는 정학(定學)이나 혜학(慧學)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사마타와 비파사나를 설한 대목에서는 이렇게 송을 읊었다.


“병든 눈으로 허공을 보면 공화(空華)가 어지럽게 떨어지고, 맑은 눈으로 바라보면 달은 둘이 아니며, 달이 안 뜨면 저 허공은 밝지 못하고 비가 내리지 않으면 만물은 번성하지 못한다.”


사마타 비파사나는 한 때 지관(止觀)으로 통용되기도 했지만 후대에 와서는 정혜(定慧)라는 말로 대체된다. 선종을 표방한 <영가집>은 선정과 지혜를 강조한 일면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도를 닦는데 있어서 선정과 지혜를 떠날 수 없다 하였다. <범망경>에서 한 말을 인용 계행이 아니면 선을 닦을 수 없고 선이 아니면 혜를 얻을 수 없다 하였다.




 


마지막 10과에는 발원문이 있다.


“간 큰 사람을 그 누가 견주랴. 활기찬 것은 붕새가 하늘 치고 나르듯 하네. 표연히 날아 멀리 간 그곳을 보라. 사생(四生)을 아들 삼고 삼계(三界)를 집 삼았네.”


구경 정각을 이루어 해탈의 즐거움을 누리겠다는 본분 공부인의 발원이다. 사생을 아들로 삼고 삼계를 집으로 삼았다는 말은 깨친 후의 이타원력의 무애행(無碍行)을 말하는 것이다.


<화엄경>에도 “일체 무애인은 한 길로 나고 죽는 것을 벗어난다(一切無碍人 一道出生死)”라 하였다.


<영가집>에 서문을 쓴 경주(慶州) 자사(刺史) 위정(魏靜)은 서문에서 이 책을 두고 “계행의 달과 자비의 꽃이 열을 지어 빛난다”고 찬탄하였다. 


 


-  지안스님


 

1

*水若群龍走(수약군용주)요
山如萬馬馳(산여만마치)라

파도는 마치 여러마리 용이 달리는 것 같고
산은 마치 많은 말이 달리는 것 같다

(물결이 일면 마치 수 많은 용이 달리는 기세와 같고

삐쭉삐쭉한 산의 형세가 많은 말이 달리는 기세와 같다)

2

桃李千機錦(도리천기금)이요
楊柳萬條絲(양류만조사)라

복숭아와 오얏꽃은 천 베틀의 비단과 같고
버들은 만가지의 실과 같네

(봄날에 나뭇가지에 오른 하얀 꽃송이들 . . 
그리고 시냇가에 하얗게 단장한 버들에서 물씬한 봄의 향기를 느낀다)

3

燈作房中月(등작방중월)이요
月爲天下燈(월위천하등)이라

등불은 방 가운데 달과 같고
달은 천하의 등불과 같네

(어두운 방을 밝히는 등불과 온 우주를 밝히는 달빛의 대조
우리의 마음 속에 있는 本地風光의 달빛은 어디갔나?)

 

- 五言推句에서

 

 

게으름 연습  ... 나태주



텃밭에 아무 것도 심지 않기로 했다
텃밭에 나가 땀 흘려 수고하는 대신
낮잠이나 자 두기로 하고
흰 구름이나 보고 새소리나 듣기로 했다

내가 텃밭을 돌보지 않는 사이
이런 저런 풀들이 찾아와 살았다
각시풀, 쇠비름, 참비름, 강아지풀,
더러는 채송화 꽃 두어 송이
잡풀들 사이에 끼어 얼굴을 내밀었다
흥, 꽃들이 오히려 잡풀들 사이에 끼어
잡풀 행세를 하러드는군

어느 날 보니 텃밭에
통통통 뛰어노는 놈들이 있었다
메뚜기였다 연초록 빛
방아깨비, 콩메뚜기, 풀무치 어린 새끼들도 보였다
하, 이 녀석들은 어디서부터 찾아온 진객(珍客)들일까

내가 텃밭을 돌보지 않는 사이
하늘의 식솔들이 내려와

내 대신 이들을 돌보아 주신 모양이다
해와 달과 별들이 번갈아 이들을 받들어
가꾸어 주신 모양이다

아예 나는 텃밭을 하늘의
식솔들에게 빌려주기로 했다
그 대신 가끔 가야금이든
바이올린이든 함께 듣기로 했다.


 

 

- 가을에 듣는 名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