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그림자 / 현정선원

2016. 12. 24. 22:03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불교교리·용례

728x90

   


[문] 한 주를 알차게 살고 싶은 생각에 법정님 말씀에 귀를 기울입니다만

구체적으로 와 닿지가 않아 답답합니다.


 


[답] 이미 그런 단계는 애저녁에 지나갔소. 한 주일을 알차게 살기 위한,

살아가는 데에 도움이 될 만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소리나 하는

그런 처세술을 듣기 위해 지금 이 자리에 와 있는 거라면

전혀 번지수를 잘못 찾은 거요.

도대체 살아가고 있는 주체가 누구란 말이요?

귀에 못이 박히도록 ‘나 없는 도리’에 대해서 그렇게 얘길 해도 언제

그랬냐는 듯, 여전히 ‘내’가 알차게 살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 ‘내’가

더 많이, 더 깊게 알아야 하고, · · · · · ·

그 ‘나’라는 허상의 뿌리가 송두리째 둘러빠지지 않는 이상 깨달을 분수는 없소.

이 몸은 목석과 같은 거요.

그렇게 생각하고 말하고 알차게 살아가기 위해 기를 쓰고 뭔가를

알아내야 하는, 그럴 수 있는 존재가 아니란 말이오.

이 세상 만법이 어느 것 하나 예외 없이 전부 인연으로 말미암아

난다는 것은 확실하지 않소?

인연에 의해서만 난다는 것은 스스로의 성품이 없다 소리요.

다른 그 무엇들이 잠시 모여 있는 것을 두고 어떻게 ‘그것’이라

지칭할 수 있겠으며, 또 ‘그것’만의 성품이 무엇이라고 어떻게 얘기

할 수 있겠소?

다시 말해 ‘나’를 포함한 이 세상 삼라만상 모든 것은 다만 있는

같을 뿐, 사실은 있는 게 아닌 거요.

그래서 꿈같고 환 같다 소리를 하는 것이고, 모든 것이

다만 생각으로만 있다 소리를 하는 거요.

이 공부에 뜻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사실을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되오.

혹시 이 소리를 듣고, 성품이 없는 있지도 않은 것이니 몽땅 무시하고

쓸어버리고 어버리겠다고 또 다시 뭔가를 도모하려 드는 사람은

전혀 그 말뜻을 이해 못하고 있는 거요.

있지도 않은 것을 있는 것이라고 수천만 년 동안 헷갈려 살아온 것일

뿐이니, 얼른 제 정신만 차리면 되는 거요.

그렇게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세상사가 아무리 얽히고 설킨

난마(亂麻)와 같다 해도 사실은 일찍이 티끌 하나 움직인 조짐조차 없는

이 세간사의 실상을 꿰뚫어 보는 것이야말로 그 천년 묵은 미망(迷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명심해야 하오.

뭔가 하려한다면 벌써 어긋나 버린 거요.

 

[현정선원법정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