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2. 24. 22:42ㆍ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꿈과 현실
생생한 꿈
언젠가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에서 아주 흥미로운 다큐를 보았습니다.
우리 뇌가 어떻게 작용하는가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우리 뇌는 어느 하나에 집중하면 그 주변의 변화를 알아채지 못한다고 합니다.
어떤 사람이 서류를 제시하고 볼펜을 찾겠다며 잠시 안 보였다가
다른 사람이 볼펜을 줘도 상당수의 사람들이 그걸 모르더군요.
우리 뇌는 서류작성에 집중해 있기 때문에, 다른 변화를 인식하지 못하는 겁니다.
요런 현상을 이용해서 하는 게 마술이라고 합니다.
마술사들은 그런 우리 뇌의 특성이랄까, 그 한계를 잘 알고 능숙하게 활용하는 것이죠.
또 티비화면에서 인터뷰하는 기자에 집중하면 그 뒤로 동물들이 지나가도 우리는
인식하지 못하고.. ㅎㅎ
그런 변화의 '빛'들이 우리 눈으로 안 들어오는 게 아니라
눈으로 들어온 빛을 우리 뇌가 '인식'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또 신기한 건, 우리 뇌는 눈에 보이는 내용이 일단 어떤 의미의 맥락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되면
설사 거기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더라도 그걸 왜곡해서라도 그 맥락에 맞게 (바꿔서)
인식한다고 합니다.
그 예로 이런 화면을 보여 주더군요.
하나의 문장인데 전체적인 뜻은 감이 잡히는데, 중간에 글자들은 맞춤법도 엉망이고 받침도 엉망인데..
그래도 그 문장을 이해하는 데에 아무런 어려움 없이 술술 읽어내려가는 것이죠.
(※제 생각엔, 아마 우리가 웬만한 사투리도 쉽게 알아듣는 현상도 이와 비슷하리라 생각합니다.
또 이런 예도 있을 수 있습니다: '안냐세요?' = '안녕하세요?' / '간셈보살, 관시암보살' = '관세음보살')
방송을 다 보고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1) 우리는 세상의 일부분만 보고 있다.
(2) 보이는 부분조차 왜곡된 것일 수 있다.
보는 것만 그럴까요?
(3) 보는 것, 듣는 것, 감촉과 느낌도 그럴 것이다.
뻔히 보이고 들리는 감각적인 것들이 그러할진대, 추상적인 관념들이야 오죽하겠는가?
결국, 우리는 '나만의 세상'에 살고 있을 뿐이죠.
내가 알고 있는 세상은 세상의 진짜 모습이 아닙니다. 결코 아닙니다 !!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옆사람 이사람 저사람 그사람.. 모두 다 그렇지요.
그래서 사람이 셋이면 세 종류의 세상이, 백이면 백의 세상..
가족이 넷이면 넷의 세상, 직원이 백이면 백의 세상, 국민이 오천만이면 오천만의 세상..
인류가 70억이면 70억의 세상, 생명체가 수천조라면 수천조의 세상이 있는 것입니다.
이것을 인정한다면, 나의 생각만 옳다는 주장이 얼마나 유치한 것인지 알게 됩니다.
'내 세상'에선 이것이 정답이지만, '다른 세상'에선 당연히 다른 정답이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내가 보기에 황당한 주장조차, 그 사람이 보기엔 내 주장이 황당한 것이며
우주가 보기엔 그 둘 다 황당한 주장입니다. 이것이 진실입니다.
이것만 알아도 우리의 고집은 부드러워지고, 우리의 고정관념은 희석될 겁니다.
생각은 좀 더 유연해지고, 마음은 좀 더 편안해지고, 인생은 한결 살 만해집니다.
또, 이것을 인정한다면, 지금의 느낌에 빠져드는 것이 얼마나 유치한 것인지 알게 됩니다.
즐거우십니까? 행복하십니까? 슬프십니까? 짜증납니까? 고통스럽습니까?
걱정됩니까? 화가 납니까? 스트레스받습니까? 이 생각이 정답일까요?
우리 뇌가 만약에 전체를 감지할 수 있다면
눈에 들어온 빛만이라도 모두 인식할 수 있다면
우리의 세상은 달라질 것입니다.
우리의 판단은 달라질 것입니다.
내가 지금 싫은 것은, 사실이 싫은 게 아니라, 나의 뇌가 싫다고 인식할 뿐,
우주는 거기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내가 지금 미운 것은, 사실이 미운 게 아니라, 나의 뇌가 밉다고 인식할 뿐,
우주는 거기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내가 지금 슬픈 것은, 사실이 슬픈 게 아니라, 나의 뇌가 슬프다고 인식할 뿐,
우주는 거기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내가 지금 고통스러운 것은, 사실이 고통스러운 게 아니라, 나의 뇌가 고통스럽다고 인식할 뿐,
우주는 거기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내가 지금 걱정스러운 것은, 사실이 걱정스러운 게 아니라, 나의 뇌가 걱정스럽다고 인식할 뿐,
우주는 거기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아, 우리는 나만의 세상에서 살고 있습니다. 이것은 절대적인 외로움입니다.
아, 우리는 나만의 정답으로 살고 있습니다. 이것은 오해의 연속입니다.
아, 우리는 허황한 느낌으로 살고 있습니다. 이것은 생생한 꿈입니다.
主人夢說客 (주인몽설객) 客夢說主人 (객몽설주인)
今說二夢客 (금설이몽객) 亦是夢中人 (역시몽중인)
주인은 나그네에게 꿈 이야기 하고
나그네도 주인에게 꿈 이야기 하네
이제 두 꿈 이야기하는 나그네
그 역시 또한 꿈속의 사람이라네 <서산대사>
그 다큐는 마지막 장면에서 이런 문장을 보여주었습니다.
'세상은 보이는 게 아니라, 인식되는 것이다'
우리 불교식으로 표현하면 무엇일까요?
일체유심조.. 바로 그것입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 알아차림과 여실지견을 그토록 강조하셨나봅니다.
알아차림 (satti 正念).. 우리는 너무나도 놓치는 것이 많기 때문에 !!
여실지견 (如實知見).. 우리는 너무나도 왜곡된 생각 속에 살기 때문에 !!
"인간에 대해 이해되어야 할 가장 중요한 사실 중의 하나는 인간이 잠들어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깨어있다고 생각하는 동안에도 잠들어 있다. 마땅히 깨어나야 한다." <오쇼 라즈니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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