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사람의 곤경 |…… 강병균 교수

2017. 2. 26. 20:44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불교교리·용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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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 사람의 곤경





불교닷컴 [연재] 강병균 교수의 '환망공상과 기이한 세상'




사람들은 억울해 합니다. 자기는 평생 착하게 살았는데 “왜 이리 억울한 일을 당하고 불행한지 모르겠다”고 한탄합니다.

그 이유는, 역설적으로, 착하게 살았기 때문입니다. 착한 당신은 악한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일을 차마 하지 못하였고, 눈 한 번 질끈 감으면 될 일을 못하였고, 죽여야 할 나쁜 놈을 못 죽이고 살려주어 후에 보복을 당하였고, 남을 의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의심하는 것은 죄라고 거의 드러난 악인까지도 믿고 사기를 당했으니, 행복하면 오히려 이상한 일입니다. 모기를 살려주고 그 모기에 물려 말라리아에 걸리는 격입니다. 만약 이러고도 행복하다면, 당신은 성인(聖人)입니다. 그런데 거의 모든 사람은 성인이 아니므로, "내가 왜 이런 꼴을 당해야 하느냐?"고 불평하는 건 당연합니다. 세상이 악할수록 당신은 더 착해 보이고, 당신이 입는 피해는 가중(加重)됩니다.

다시 말하자면 그건 당신이 착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입니다. 자업자득(?)입니다. 이 악한 세상에서 착하게 살아보십시요. 무슨 일이 일어나겠읍니까? 굶주린 사자들 틈에서 창·칼·활·총·방패를 쓰지 않으면 사자밥이 되고 말지 않겠읍니까? 누, 가젤, 얼룩말 신세가 되지 않겠읍니까? 육식동물은 다른 육식동물을 먹이로 삼지 않읍니다. 그러다 부상이라도 당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위험부담이 없는 무기력한 채식동물을 공격합니다. (인간세상에서도 악한 자는, 다른 악한 자를 타깃으로 삼다가는 반격을 당해 부상을 입을 위험부담이 크므로, 공격본능이 없는 착한 자를 타깃으로 삼게 됩니다.) 이처럼 동물의 세계에서, 착한 채식동물은 악한 육식동물의 먹이가 됩니다. 그게 우주의 법칙입니다. 홍수·해일·지진·산불·산사태·화산폭발은 선인·악인을 가리지 않고 덮칩니다. 이것 역시 우주의 법칙입니다. 그래서 이미 2,500년 전에 노자는 외쳤읍니다. "천지불인 이만물위추구(天地不仁 以萬物爲芻狗): 천지는 인자하지 않아 만물을 (제사상에 한 번 쓰고 버리는) 풀로 만든 강아지 취급을 한다." 얼마나 많이 그런 험한 꼴을 당했으면 그런 말이 다 나왔겠읍니까? 착한 게 반드시, 선이나 행복을 가져오는 것은 아닙니다. (의식이 별로 발달하지 않은) 동물과 달리 인간이 의식적으로 행하는 선행은 더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선행은 의식이 깨인 자가 세상에 주는 선물이지, (당신이 믿는) 인과법칙에 따라 주어지는 선물을 받으려고 하는 행위가 아닙니다.

진정한 선물은 자기가 자기에게 주는 것이지, 즉 자기가 ‘자신이 구축한 자기의 내면세계’에 주는 것이지 (자기 마음이 선함과 평화와 자비와 지혜로 가득 차게 됩니다), 따로 외부에서 오는 게 아닙니다. 와도, 대개(大槪)는 한참 기대에 못 미칩니다.

따라서 외부로부터 오는 선물이 없을 때는, 스스로 자신을 돌아봐야 합니다. 혹시 선물이 올 곳을 잘못짚지는 않았는지.

착하게 삶으로써 생기는 피해를 도저히 참을 수 없다면, 그때는 자신을 되돌아봐야 합니다. 너무 큰 옷을 입고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자신의 지혜가 자신의 선함에 한참 못 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착하게 살면서도 피해를 줄이거나 안 당하려면 지혜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선함과 지혜를 동시에 갖추는 것은 몹시 힘든 일입니다. 그러나, 일단, 지혜를 갖추면 사람을 보는 눈이 생기고 일의 추이(推移)를 예측할 수 있으므로, 당하더라도 미리 알고 당해서 ‘배은망덕한 자에 대해서 내가 품는 원한’이 사라져, 나의 선행을 받는 남도 더 행복해집니다.

선행은 의지와 지혜가 잘 어우러질 때 나와 남에게, 즉 모든 이에게, 최고의 행복을 가져옵니다. 그 완성이 성인(聖人)의 경지입니다.

구도자가 하는 선행은 자신을 위한 것이지만, 도(道)를 이룬 사람이 하는 선행은 남을 위한 것입니다. 선행은 자신을 키우고 그렇게 큰 자신은 타인을 키웁니다.

도를 이룰 때까지는, 자신의 선행이 타인의 이용거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각오해야 합니다. 선행이 꼭 보답으로 돌아오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 않으면 세렝게티 초원의 누·가젤·얼룩말은 이미 보답을 받았을 것이고, 사자는 이미 벌을 받아 사라졌을 겁니다.

그래서 이 세상에 도를 이룬 이들이 드문 것입니다. 생명유지와 욕망충족을 최고의 목적으로 하는 ‘생명체의 본성’에 역(逆)하는 좁은 길이기 때문입니다.




강병균 : 서울대 수학학사ㆍ석사, 미국 아이오와대 수학박사. 포항공대 교수(1987~). 포항공대 전 교수평의회 의장. 전 대학평의원회 의장. 대학시절 룸비니 수년간 참가. 30년간 매일 채식과 참선을 해 옴. 전 조계종 종정 혜암 스님 문하에서 철야정진 수년간 참가. 26년 전 백련암에서 3천배 후 성철 스님으로부터 법명을 받음.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은 석가모니 부처님이며, 가장 위대한 발견은 무아사상이라고 생각하고 살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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