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6. 10. 20:40ㆍ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불교교리·용례
[문]힘든 일을 당해도 예전처럼 그 고통에서 벗어나려고
애쓰지 않고 그저 보아 넘기게 되었습니다.
[답]이제 아무것도 거부하는 마음 없이 있는 그대로 다 보아 넘길 수
있게 됐어도, 혹은 사사건건 시시비비에 휘말려 늘 허우적대도
그게 전부 꿈속의 일임을 잊지 마시오.
예전엔 무슨 어려운 일을 당하면 그걸 벗어나려고 정신없이 허우적거리며
정신 못 차렸는데, 이제 법문도 오래 듣고 마음공부를 열심히 하다 보니
그런 조바심과 경박함에서 벗어나 이젠 제법 마음도 돌아볼 줄 알게 되고
한결 여유로워졌다면 당연히 축하해줘야 할 일이오.
하지만 그 전 과정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그 역시 여전히 생사법의
틀 속에서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고, 산란함과 편안함을 상대적으로 놓고
둘 중 바람직한 것에 뜻을 두고 있음을 알아야 하오.
이 공부는 여러분으로 하여금 산란한 자리를 떠나 편안한 자리에
이르도록 하기 위한 것도 아니요,
과거와 비교하여 보다 훌륭한 미래를 기약하기 위함도 아니오.
오로지 이 세상 삼라만상이 통틀어 몽땅 하나의 허공성임을 깨닫게 하기
위함이니, 현재 우리가 눈, 귀, 코, 혀, 몸, 뜻으로 텅트인 허공에 온통
얼기설기 제멋대로 엮어놓은 일체의 이름과 그로부터 파생된 모든 의미가
몽땅 다 빈 소리요, 빈 이름만 난무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하오.
공부를 묵묵히 지어가다 보면 어느 날 문득 신통한 자신의 모습에
놀랍고 대견해 하는 경우가 어떻게 없을 수가 있겠소?
하지만 옛 선지식들이 제자들에게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그저 그 어느
자리에도 한곳에 머물러 자리 깔고 앉기를 허락지 않는 것이었다는
말도 있듯이,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그게 몽땅 꿈속의 그것과 다르지
않아서 전혀 실답지 않다는 사실을 바닥 깊이 사무쳐야 하오.
그렇게 되면 일상을 통해 겪는 그 어떤 일도 제 마음을 흔들고 어지럽힐
수가 없을 터이니, 그 어떤 일도 마음에 붙여두지 않고 보내고 보내고
하다보면 저도 모르는 사이에 훤칠하게 벗어난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을 거요.
그렇다고 행여 그런 마음이 되어지기를 기다리거나 비슷한 경지가
나타났다고 좋아하지도 말고, 그저 생각 생각에 머묾이 없으면,
그것이 바로 참된 수행인 거요.
- 현정선원법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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