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하면 물이 든다/법정스님 영취산 너머에서 30여 대를 내려오면서 농사와 목축을 생업으로 살아가는 70명의 바라문이 있었다. 그들은 부처님의 설법을 듣자 수염과 머리를 깎고 부처님의 제자가 되었다.
그러나 출가는 했지만 처자를 사모하는 정을 떠나지 못해 영축산을 지날 때마나 뒤돌아보곤 했었다. 어느 날 부처님을 따라 절로 돌아오면서 그들의 마음은 한결같이 세속을 못잊어 했었다. 더구나 비가 내려 그들의 마음은 더욱 울적하고 답답했다.
부처님께서는 그들의 심정을 아시고 길가에 있는 빈집에 들어가 그들과 함께 비를 피했다. 성글게 이엉을 이은 지붕이라 비가 샜다.
부처님께서는 이것을 보시고 게송을 읊으셨다.
지붕의 이엉을 성글게 이어 비가 오면 곧 새는 것처럼 뜻을 굳게 단속하지 않으면 음란한 욕심이 마음을 뚫는다.
지붕의 이엉을 촘촘히 이으면 비가 와도 새지 않는 것처럼 뜻을 굳게 지니고 그대로 행하면 음란한 욕심이 생기지 않으리.
70명의 비구들은 이 게송을 듣고 뜻을 굳게 지니려고 애써 보았으나 마음은 그전처럼 울적하기만 했다.
비가 개어 길로 나섰다. 길가에 헌 종이가 떨어져 있는 것을 보고 부처님께서는 한 비구에게 그종이를 주우라고 하셨다. 그는 본부대로 종이를 주웠다. 부처님께서 물으셨다. "그 종이는 무엇에 쓰였던 것인가?" 그는 대답했다. "향을 쌌던 종이인 모양입니다. 지금은 버려져 있지만 아직도 향내가 배어 있습니다."
말없이 길을 가는데 이번에는 새끼줄이 길가에 놓여 있었다. 부처님께서는 그걸 주우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다시 물으셨다. "그것은 무엇에 썻던 새끼줄인가?" "이 새끼에서는 비린내가 납니다. 아마도 생선을 묶었던 새끼줄인 모양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어떤사람이든지 본래는 꺠끗하지만 그 인연에 따라 죄와 복을 일으킨다. 어진 이를 가까이하면 뜻이 높아지고, 어리석은 자를 벗하면 재앙이 닥친다. 그것은 마치 종이가 향을 가까이했기 때문에 향내가 나고, 새끼는 생선을 가까이했기 떄문에 비린내가 나는 것처럼 무엇엔가 점점 물들어 가면서도 사람들은 그것을 깨닫지 못한다."
부처님께서는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악한 사람에게 물드는 것은 냄새나는 물건을 가까이하듯 조금씩조금씩 허물을 익히다가 자신도 모르게 악한 사람 된다.
어진 사람에게 물드는 것은 향기를 쏘이며 가까이하듯 지혜를 일깨우며 선을 쌓아 자신도 모르게 선한 사람 된다.
-법구비유경 쌍요품(法句譬喩經 雙要品)-
친구의 영향력은 결코 작은 것이 아니다. 친구 사이는 서로의 영향력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그가 사귄 친구를 보면 곧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말은 친구란 내 부름의 응답이기 때문이다. 앞에 나온 70명의 수행자들이 두고 온 가정에 대해서 못 잊어하는 것은 그만큼 오랜 세월을 두고 길들여 왔기 떄문이다. 출가란 그런 집착의 집에서 벗어남을 뜻한다. 불연세속을 이름 하여 출가라 한다.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끊임없는 정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게으르지 말고 꾸준히 정진하라.' 이것이 불타 최후의 유훈이다.
-『비유와 인연설화』중에서
검은나비-경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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