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 로우의 당처(當處)

2017. 10. 1. 11:37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오매일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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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 로우의 당처(當處)“나는 ‘지금’ 하고 싶은 일을 '여기서' 하고 있다오”



 ▲ 그림=육순호


이 이야기는 ‘영혼을 위한 닭고기 스프’라는 책에 있는 내용을

필자가 손질하여 고쳐 쓴 것이다.


인디언 로우에게 백인 사업가가 “취직해 돈 벌라”고 말하며

“돈은 주조된 자유”임을 강조하자 “지금 바로 자유 찾으라” 반박


바람이 매섭게 몰아치는 보스턴의 전형적인 아침나절이었다.

차들이 어찌나 밀리는지 운전사들은 모두 짜증이 나서 서로를 처다보았다.

모두가 불행한 표정이었다. 단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그 단 한 사람은 내가 타고 있던 택시의 운전사였다. 내가 그에게 말했다.


“길이 막히는데도 당신은 조금도 짜증을 내지 않는군요.”

  “그럴 이유가 없잖소?”

운전사는 느긋한 표정으로 주차장처럼 변해버린 도로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어차피 지금은 아무데로도 갈 수 없죠.

그러니 짜증을 부리고 흥분할 이유가 없잖습니까?”


“그런데도 짜증이 나는 것 또한 사실이잖소?”


그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고 말했다.

 “내가 손님에게 한 가지 물어보고 싶은 게 있소. 사람들은

왜 택시를 타는 거요?” 

왜냐하면 “어딘가로 가야 하니까. 가능한 한 빠른 시간 안에.”


이렇게 말하며 나는 약속 시간이 임박해오고 있음을 가리키고 있는

 손목시계를 보았다.

 “나는 삼십 분 후에 공항에서 비행기를 꼭 타야 하고,

그래서 택시를 잡아탔단 말이오.”


“그렇군요. 그런데 손님이 시간 때문에 택시를 탄 그 문제에 있어서

택시기사인 나는 어떨까요? 택시 운전사인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요? 당신을 비롯한 택시를 탄 손님들은 목적지로 가고

 있는데 나는 지금 택시 운전사인 나의 목적지는 어디일까를 묻는 거요.”


나는 그 물음에 대해 잠깐 생각해보았다.

택시 운전사의 목적지는 내가 가고 있는 공항인 걸까?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

 내가 대답을 망설이자 그가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지금 택시운전사인 나의 목적지는 언제나 택시 안 여기라오!”

나는 잠깐 그 말의 의미를 되새겼다. 택시 운전사가 다시 말했다.


“지금 나는 늘 택시 안 여기에 있죠. 택시가 거리에 있을 때도

지금 거리에 있는 택시 안 여기에 있고, 고속도로에 정체되어 있을

때로 지금 고속도로에 있는 택시 안 여기에 있죠.

내 말은 나는 언제나 늘거기나 저기가 아닌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에 있단 뜻이오.

이건 공간(空間) 이야기지만 이걸 時間으로 바꾸면 나는 언제나

삼십 분 후에 올 미래가 아닌 지금 이 순간에 있는 것이라오.


그리고 생각 마음을 고쳐 먹기만 한다면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에 있다는 사실 그건 누구나에게나 똑같이 마찬가지인 사실이 아니겠소? 당신도 지금 고속도로 위 택시 안 여기에 있고, 같은 의미에서도

당신도 나와 똑같이 지금 고속도 위에 있는 택시 안 여기에 있는 게

아니냔 말이오.

예를 들어 당신이 지금 삼십 분 후에 있을 미래의 공항을 생각하고 있다고

해도 그 생각은 지금 여기에서 하고 있는 게 아니겠소? 

또는, 어쩔 수 없게 되어가고 있는 삼십 분 후 미래 대신 시간 차질이

생긴 후에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대처법이 무엇인지를 지금 여기서 

생각해볼 수도 있지 않겠소?”


택시 운전사가 계속 말을 이었다.


“아무려나 내 말은 이 정도로 하고 내가 손님께 인디언 로우 이야기를

들려드리리다. 인디언 로우가 강가에서 낚시를 하고 있었소.

잠시 후 한 백인 사업가가 값비싼 요트를 몰아 로우가 앉아 있는 옆

자리에 대고는 인디언 로우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자기 아내에게

‘저길 봐(영어로 로우)! 가난뱅이 인디언 말이야!’라고 말한 다음

로우를 향해 거만하게 말을 걸어왔소.

백인 사업가가 로우에게 물었소.


‘로우 자네, 거기서 뭘 하고 있나?’ 

‘보면 모르오? 난 지금 여기서 낚시를 하고 있잖소?’

‘내 말은, 왜 돈을 안 벌고 낚시를 하고 있느냔 얘기야.’ 

‘내가 돈을 안 번다는 걸 어찌 아오?’

‘떨어진 옷을 입고 있으니까.’

‘내가 떨어진 옷을 입고 낚시를 하거나 말거나는 내 일이요.

 백인 사업가 당신은 당신 일이나 보쇼.’ 

 ‘내 말은 로우 당신도 취직을 해서 돈을 벌라는 말이야.’


인디언 로우는 낚싯대를 놓고 돌아 앉더니 사업가에게 물었다.


‘백인 양반, 내가 몇 가지 물어보아도 좋겠소?’

  ‘뭐든지 좋소!’

‘돈은 왜 벌어야 하는 거요?’

‘돈을 버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인데 그걸 묻다니 당신 바보 아냐?’

‘다시 묻겠소. 돈을 왜 벌어야 하는 거요?’ 

 ‘그게 꼭 궁금하다면 내가 대답해주지. 자네가 돈을 왜 벌어야

하느냐면 돈을 모아야 하기 때문이야.’

‘다시 묻겠소. 돈은 왜 모아야 하는 거요?’

 ‘모은 돈을 투자하고 사업을 해서 나처럼 큰돈을 벌 수 있으니까.’

 당신 말대로 ‘그렇다 칩시다. 그렇게 해서 큰돈을 벌면 뭘 하게 되오?’

‘그땐 그 큰 돈으로 로우 자네가 하고 싶은 일을 맘대로 할 수 있게 돼.

 내가 마누라와 함께 요트를 타고즐기는 것처럼 말이야. 돈이

사람을 자유롭게 만들어준다는 얘기야. 누군가가 말했지.

 돈은 주조(鑄造)된 자유라고 말이지.’


백인 사업가의 말을 다 듣고 나서 인디언 로우는 몸을 다시 돌려

낚싯대를 다시 잡으며 말했다.


‘주조된 자유인 돈을 벌기 위해 굳이 쇠붙이를 녹이고 달궈서

주조된 돈을 만들 필요가 있겠소? 당신 원하는 주조된 돈 곧

자유는 '지금 여기 이순간 이 자리에' 이렇게 풍부하게 널려 있는데!

백인 양반, 난 지금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여기서 하고 있다오!’


과거나 미래보다는 지금 이 순간이, 저기나 거기보다는

여기 이 자리가 중요하다고 가르치는 명언들은 많다. 

한 가지 예로, 예수는 “내일 걱정은 내일로 미루라.

오늘은 오늘 걱정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스피노자의 “설사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 하더라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말도 꽤나 유명하다.


알고 보면 불교의 가장 중요한 선정수행법(禪定修行法)인

위빠싸나(관찰)는 마음을 ‘지금 여기 이 순간이 자리에’

 붙잡아두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수행법이다.

위빠싸나는 몸(身) · 느낌(受) · 마음(心)· 법(法)등 네 가지 현상인

주제를 지금 여기 있는 그대로 통찰하는 수행법인데,

이 네 가지 수행 주제는 과거나 미래가 아닌 지금 이 순간의 네 가지

현상이며, 이 네 가지 수행 주제를 통찰하고 있노라면 마음은 저절로 

여기 이 자리에 있을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내가 삶을 경험하고 있는 현장을 당처(當處)라고 부르거니와 불교에서의

當處는 내가 있는 사무실이나 집을 의미하지 않는다.

불교에서 말하는 當處는 내가 있는 장소 말고 또 다른 當處인

모든 存在의 根源을가리키는 방편의 말이다.

내가 있는 장소를 경험하고 있는 몸과 마음이 모든 존재의 근원인 당처이다.


먼저 첫 번째 당처인 몸(身)에 마음을 두어 내가 지금 여기서 해야만

하는 일에 전념하자. 그럼으로써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에서 벗어나자.

그런 다음 두 번째 당처인 마음(心)에 마음을 두자. 지금 ­ 여기 이 순간

이 자리에 마음을 집중해서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을 

바로 지금 여기에 있는 현상 그대로를 통찰함으로써 심신 가운데

나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자고. 불교는 말한다.

그때 사람들은 환상에 불과한 삶이라는 무거운 짐을 벗고 홀가분해질

것이라고.


김정빈 소설가·목포과학대교수 jeongbin22@hanmail.net

 

[1409호 / 2017년 9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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